[고수칼럼] 쥐꼬리도 잘 굴리면 ‘은퇴 부자’

 
기사공유
#지난해 대기업에서 퇴직한 박일남씨(55)는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확인하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세액공제를 받으려고 가입한 IRP계좌에 퇴직금을 더하니 2억원가량 쌓인 것이다. 박씨는 오랜 시간 모은 IRP계좌를 어떻게 굴려야 할지 궁금하다. 

IRP는 회사가 지급하는 퇴직금 외에 근로자가 추가로 노후대비를 위해 자금을 넣고 싶을 때 개설하는 계좌다. 근로자가 회사를 옮길 때마다 받는 퇴직급여를 하나의 IRP 계좌에 쌓아 운용할 수 있다. 

박씨처럼 은퇴를 앞둔 50~60대는 IRP 계좌에 목돈을 넣을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통계청의 퇴직연금통계에 따르면 IRP 가입자 중 55세 이상은 17%, 적립금은 평균 5000만원에 달한다. 특히 55세 이상 남성의 IRP 적립금은 6000만원으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많다. 

◆55세 넘으면 ‘연금수령’ 고려

IRP는 장기저축상품인 만큼 해지 후 운용방안을 세워둬야 한다. 자칫 목돈을 한번에 써버리면 오랜 시간 저축한 수고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박씨처럼 당장 사업자금이나 대출상환처럼 급하게 돈 쓸 일이 없다면 IRP에 쌓인 돈을 당장 인출하기보다 연금으로 인출하거나 10년 후에 꺼내는 게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박씨의 IRP 2억원 중에서 1억5000만원은 퇴직금이다. 여기에는 퇴직소득세 1000만원이 포함됐다. 박씨는 IRP로 퇴직금을 이전한 덕에 퇴직금을 인출할 때마다 그에 해당하는 세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다. 나머지 5000만원은 그동안 IRP로 세액공제를 받은 불입원금과 운용수익이다. 

만약 박씨가 2억원을 한번에 인출하면 약 18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2억원 중 2400만원만 연금으로 인정돼 세금이 늘어나는 것이다. 반면 55세인 박씨가 올해부터 10년간 IRP에서 연금을 수령하면 2억원을 10으로 나눈 금액의 120%를 연금으로 수령해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퇴직금 1억5000만원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의 30%를 줄일 수 있다. IRP의 불입원금과 운용수익을 연금으로 받으면 연금소득세 3.3~5.5%를 내지만 연금 이외의 목적으로 인출하면 16.5% 기타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실제 박씨가 인출한 2억원 중 퇴직금 2400만원만 연금으로 수령하면 해당 부분의 퇴직소득세 160만원 중 30%인 48만원만 절감할 수 있다. 나머지 퇴직소득세 840만원에다 원금과 운용수익 5000만원의 16.5%인 825만원을 기타소득세로 납입해야 한다. 만약 2억원을 모두 연금으로 수령하면 원천징수되는 세금은 총 975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박씨가 IRP 자금을 연금소득으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10년에 걸쳐 균등하게 수령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IRP는 연금인출이 가능한 때부터 연금수령기간(10년) 동안 인출하지 않거나 나중에 한번에 인출하는 등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따라서 은퇴 후 자신의 소득 및 소비계획에 따라 IRP를 수령하는 계획을 짜두는 게 좋다. 

IRP 적립금을 연금처럼 꺼내 쓰려면 국민연금 같은 주요 소득원이 확보될 때까지 소득공백을 채울 ‘소득 징검다리’ 또는 모자란 생활비를 보충할 ‘평생소득원’으로 활용할 지 정해야 한다. 

지난해 은퇴한 박씨는 재취업을 알아보고 있지만 언제 취업될 지 투명하다. 국민연금이 나오는 63세가 되려면 8년이나 남았다. 박씨가 IRP를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생활비를 채워줄 ‘소득 징검다리’로 활용하면 2억원을 10년간 나눠 인출해 매월 175만원의 생활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물가상승률 연 2.5%, 연 수익률 3.5%를 기준으로 계산해서 얻은 결과다.

IRP 자금을 ‘평생소득원’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살펴보자. 박씨가 노후기간을 30년으로 보고 IRP 2억원을 평생 꺼내 쓴다고 가정하면 현재가치 64만원 정도를 매월 인출할 수 있다. 생활비는 적지만 나중에 대출상환이나 의료비 등 긴급한 상황에 목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연금도 투자, 쥐꼬리 수익률 높이려면

앞으로 박씨가 IRP를 10년 이상 유지한다면 적립금 중 일부를 투자성 상품에 배분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물가인상률을 넘는 수익을 거둬야 IRP 적립금의 실질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어서다. 연금도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미국계리사협회가 미국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절반 이상(57%)은 IRP적립금의 실질가치가 물가인상 대비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일본은 60대 이상 고령자들이 IRP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DC형 적립금의 17%를 주식형 펀드에 할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개인형 IRP의 원리금보장형 상품 수익률은 연 1.19%에 불과하다. 예금으로 대표되는 원리금보장상품에 적립금을 맡기면 원금손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수익률이 낮다. 높은 수익을 꾀하려면 펀드 등 실적배당상품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분산투자도 가능하다. IRP 가입자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골라 일정한 비율로 투자할 수 있다. 시중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로 IRP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의 투자기간, 투자선호도, 자산규모에 따라 당장 운용 가능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자산배분 펀드도 IRP 적립금으로 투자할 수 있다. 자산배분 펀드는 스스로 일정한 자산배분 전략을 추구하는 재간접 펀드로 국내외 다양한 투자대상에 고루 배분하고 리밸런싱까지 실행하는 게 특징이다. IRP 가입자가 직접 펀드를 운영하지 않아도 스스로 관리하고 손쉽게 투자할 수 있어 용이하다. 100세 시대를 맞아 길어진 노후생활에 IRP를 적극 운용하는 전략을 세우길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4호(2018년 10월31일~11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 코스피 : 2080.44하락 5.6523:59 11/12
  • 코스닥 : 670.82하락 16.4723:59 11/12
  • 원달러 : 1133.90상승 5.623:59 11/12
  • 두바이유 : 70.18하락 0.4723:59 11/12
  • 금 : 70.59상승 1.2323:59 11/12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