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출근, ‘자족 신도시’는 현실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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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신도시 일대. /사진=LH
정부가 올 연말 수도권 3기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한다. 서울 집값 폭등으로 내집 마련이 어려워진 실요자들에게 대규모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다. 벌써부터 과천·의왕·광명·고양 등 후보지가 거론된다. 그러나 과거 1·2기신도시 개발과정에서 봤듯 단순한 주택개발은 서울 수요를 경기도로 이전시키는 데 실패할 확률이 높다. 반면 1기신도시 평촌, 2기신도시 판교 등은 대기업 진출과 강남 등 서울 접근성 덕분에 성공한 신도시로 평가된다. 3기신도시 성공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머니S>는 3기신도시 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점검했다. <편집자주>

[3기신도시 성공의 조건] ② ‘자족도시’로 건설하라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잇따른 규제가 수도권 3기신도시 지정 계획으로 이어졌다. 서울에 쏠린 수요자의 시선을 분산시켜 집값 과열을 식히는 동시에 공급확대를 추진, 서민의 내 집 마련 욕구에 부응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연말까지 3기신도시 지역과 구체적인 개발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3기신도시 지정으로 집값을 잡고 수요를 분산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냐는 우려가 짙어서다. 앞선 1·2기신도시에서 드러난 실패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2기신도시는 서울의 베드타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그 결과 도시의 자족기능을 무시한 채 무작정 서울 밖으로 인구이동만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통학생이 대부분인 신도시 주민들은 길바닥에서 왕복 서너시간을 허비한다. 1·2기신도시에서 지적된 교훈을 딛고 모두 만족하는 신도시를 건설하려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할까.

◆난개발, 그리고 브랜드아파트

서울은 매년 인구가 늘었지만 주택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정부는 서울에 집중된 인구를 주변도시로 분산시키는 대책으로 1989년 4월 수도권 1기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경기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 5개 지역에 곧바로 1기신도시가 건설돼 1992년 말까지 순차적 입주를 완료했다.

당시 1기신도시는 총 117만명, 29만2000가구가 거주하는 대도시로 탈바꿈해 서울의 주거기능을 보조했다. 또 1기신도시는 1985년 69.8%에 불과했던 국내 주택보급률을 1992년 75%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투자를 권유하는 운정신도시의 LH 토지.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의 포화된 주거기능을 분산하고 국내 주택보급률 상승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동시에 비판도 받았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초래하며 교통 등 각종 혼잡도를 끌어올린 데다 토지 난개발로 인한 기반시설 및 녹지 부족이라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의 독립성 확보에 필수조건인 자족기능을 배제한 태생적 한계를 갖는다.

1기신도시에 대한 비판은 많았지만 계속 증가하는 수도권 인구를 감당할 수 없었던 정부는 2000년대 초부터 2기신도시 건설 논의에 들어갔다. 2기신도시는 개발 단계부터 1기신도시의 단점으로 지적된 기반시설, 녹지 부족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차별성도 눈에 띈다. 당시 주요 건설사는 아파트를 하나의 상품으로 각인시키는 마케팅을 펼치며 래미안·힐스테이트·e편한세상·푸르지오 등 각 사를 대표하는 아파트브랜드를 속속 론칭했다.

신규택지나 노후 아파트 재건축 등을 통해 각 건설사의 브랜드아파트가 빠르게 퍼져나간 동시에 2기신도시로 확정된 경기 수원 광교, 화성 동탄 1·2, 성남 판교, 파주 운정 등에도 브랜드아파트가 들어서며 ‘ㅇㅇ마을’로 대표되는 1기신도시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2기신도시는 1기신도시와 달리 주요 건설사의 아파트브랜드라는 프리미엄을 더해 부동산시장에서 투자가치까지 높였다.

◆3기신도시 선정, 판교에서 배워라

2기신도시는 최근 입주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며 1기신도시의 한계를 뛰어넘었지만 크고 작은 문제점이 산재한다.

대부분 서울 도심까지의 뛰어난 접근성만 강조한 나머지 여전히 길바닥에서 왕복 서너시간을 허비하는 출퇴근족을 양산할 뿐 지역 일자리와의 접근성을 나타내는 직주근접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상 자족기능이 전무해 1기신도시의 실패를 답습한 셈.

현재 3기신도시로 거론되는 유력지역은 경기 하남, 광명, 시흥 등이다. 입지 상 모두 서울과 가깝고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할 택지도 충분해 3기신도시로 손색없다는 평가지만 자족기능 없이 아파트만 들어설 경우 집값 과열을 잡기는커녕 앞선 1·2기신도시의 난개발을 답습할 우려가 있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 건셜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따라서 정부의 3기신도시 개발계획은 도시의 입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만큼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를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판교신도시는 참고할 만한 성공사례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판교신도시는 입지가 탁월하다. 경부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분당내곡도시고속화도로, 분당수서도시고속화도로와 가깝다. 또 지하철 분당선·신분당선 등이 교차하는 교통 요충지에 자리해 강남 접근성이 탁월한 동시에 포화된 서울 인구를 수용할 신도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판교신도시가 주거기능을 뒷받침할 백화점·마트·학교 등 기본적인 편의·교육시설뿐만 아니라 포털·게임 등 각종 정보기술(IT)기업과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유치할 수 있는 판교테크노밸리를 조성해 다른 신도시와 달리 충분한 자족기능을 갖췄다는 점이다.

당초 판교신도시는 그린벨트로 묶여 개발이 제한됐지만 난개발을 막고 합리적인 도시계획과 공영개발을 통해 수도권의 택지공급을 촉진한다는 비전 아래 개발돼 다른 신도시의 단점을 극복했다.

판교신도시는 굳이 서울로 출퇴근할 필요 없이 지역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자족기능을 갖춰 다른 신도시와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정부가 자족기능이 부족해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1·2기신도시의 실패 사례와 판교신도시의 차이를 3기신도시 개발계획 수립 시 참고해야 하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4호(2018년 10월31일~11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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