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패치워크 인문학] ⑱ 사립유치원 사태에서 얻는 ‘순망치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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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떻게 식민지배와 6·25전쟁으로 인한 자산파괴를 단기간에 극복하고 세계 10대 경제대국과 민주화를 달성했을까. 삼성전자는 어떻게 반도체와 휴대폰에서 세계 1위가 됐고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빌보드차트 1위에 올라 K-Pop 열풍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을까.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한 것으로 당연시됐던 일이 기적처럼 현실이 되는 배경엔 무엇이 있을까. ‘홍찬선의 패치워크 인문학’에선 그런 기적을 일으킬 수 있었던 우리의 인문학적 바탕을 찾아본다. -편집자-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 10월을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는 ‘사립유치원’이 아니었을까. 일부 사립유치원의 회계부정과 ‘갑질’이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정부의 강력한 대책 발표로 이어졌다. 사립유치원에 눈과 귀가 쏠린 탓에 주가폭락과 경제성장률 하락 등 급한 현안이 소홀히 다뤄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는 결국 ‘시장의실패’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아이를 보살피고 기초교육을 가장 효율적으로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시장’에 맡겼는데 그것을 악용한 일부 못된 경영주들 때문에 전체 사립유치원이 기능할 수 없을 정도로 장애가 걸린 것이다.

◆‘시장의 실패’ 고치려다 상황 꼬일 수 있는 ‘정부의 실패’

시장이 실패할 때는 정부가 나선다. 주가가 경제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공포심리에 좌우돼 폭락할 때, 주택값이 투기꾼의 비정상적 사고팔기로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오로지 노동력만 팔 수 있는 근로자가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할 때 정부가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해 시장의 잘못을 바로잡아 제대로 기능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나선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부동산 안정대책이 오히려 서울 강남 등 일부지역 주택값을 부채질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 것이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이 실패하는 것은 개인이 이익을 추구하면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이익과 공정성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각자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공동체 전체를 위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스미스의 마법’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지진과 쓰나미가 몰아치거나 태풍 같은 재난이 닥쳤을 때는 일상적 대응으로 견뎌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하지만 정부도 실패할 수 있다. 정부가 문제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심판이 아니라 선수로 직접 뛰려 해서다. 정부나 공기업은 시장에서 해결할 수 없는 공정성 문제에선 상대적 우월성이 있지만 효율 측면에서는 시장, 즉 기업이나 개인을 앞설 수 없다. 이는 소련과 동유럽 및 옛 중국이나 북한 등에서 이미 충분히 보여줬다.

◆시장은 어린아이, 국가는 부모

시장은 어린아이에, 국가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 비유할 수 있다. 어린아이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올바른 삶의 지혜를 터득한다. 수천번 되풀이하면서 말을 익히고 수백번 넘어져 무릎을 다치면서 걷고 뛸 수 있다. 학교에 가서 공부하며 지식을 터득하고 또래와 사귀면서 좋고 나쁨, 쉬움과 어려움을 깨닫는다. 이 과정에서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좌절을 겪기도 한다.

이때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잘못했다고 회초리만 들어야 할까. 프랑스의 대표적 계몽주의자인 루소는 “회초리 대신 아이가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해법을 찾도록 주변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루소가 그의 제자 ‘에밀’을 몽모랑시의 북쪽에 있는 숲에 데리고 가서 길을 잃은 척하면서 해의 위치와 그림자 방향으로 몽모랑시로 가는 길을 찾도록 해주는 과정(<에밀>, 김종웅 옮김, 2012. 미네르바, 220~222쪽)이 그것이다. 부모나 선생이 조급하게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보다 아이의 잠재력을 믿고 끈기 있게 기다려주듯 정부(국가)도 시장을 믿고 인내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가(정부)는 시장을 믿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단임제 대통령제 아래서는 더욱 그렇다. 옳은 처방으로 제대로 된 장기효과를 얻는 것보다는 나중에야 어찌 됐든 임기 동안 효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큰 탓이다.

공자와 맹자는 시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았다. 한국에서의 ‘상식’과 달리 공자는 적극적인 시장론자였다. 자공이 “아름다운 옥이 있는데 궤짝에 넣어 감춰둘까요, 아니면 좋은 값을 구해 팔까요?”라고 묻자 공자는 “팔아야지 팔아야지 나는 좋은 상인을 기다리는 사람” (<논어> 자한편)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상아탑에 앉아 고고하게 학문만 하는 허학자(虛學者)가 아니라 배운 것을 인재시장에 내놔 자기를 알아주는 위정자를 찾음으로써 실제생활 개선에 활용하려는 진정한 실학을 추구한 것이다.

이는 공자가 수제자 안연과 자공에 대해 다음처럼 평가했을 때도 잘 드러난다. “안연은 도에 가까울 정도로 배우기를 좋아했지만 자주 뒤주가 비었고 자공은 공부할 천명은 받지 않았지만 헤아려 자주 적중함으로써 재산을 많이 불렸다”(<논어> 선진편)면서 학문도 중요하지만 먹고사는 문제도 중시해야 한다는 중도를 강조했다.

◆순망치한; 시장론자 공·맹에게 배우는 해법

맹자도 “시장을 열되 자릿세만 받고 이윤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관문을 만들어 (제대로 운영되는지) 살피기만 할뿐 관세를 걷지 않으며 농사에서도 정전법에 따른 10분의1세 외에 일체의 세금을 거두지 않고, 공물을 과중하게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맹자> ‘등문공 상 5장’)고 강조했다. “이렇게 세금을 최소화해야 모든 곳의 상인·여행객·농민·백성이 모두 좋아하고 몰려들어 나라가 발전한다”는 맹자의 설명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올 만한 말이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순망치한)는 격언이 있다. 시장과 국가(정부)는 이와 입술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장이 잘 돌아가면 정부도 좋은 평가를 받지만 국가가 나서 시장을 옥죄어 시장이 움츠리면 정부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와 국민이 원하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건전한 시장을 통해 길러진 강한 경제를 바탕으로 해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아래를 손해 보게 하고 위를 이롭게 하는 것은 모두에게 해를 끼친다. 그렇게 하려는 욕심을 막아 위를 덜어 아래를 도와주는 손익(<주역> 41번째와 42번째 괘)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 시장과 정부(국가)가 함께 공존상생하는 올바른 길(패치워크)이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5호(2018년 11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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