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딜레마, 건설업계의 '이중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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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개발이 한창인 서울 L아파트 건설현장. 내년 초 준공일이 다가오자 주말인 토요일도 현장이 바삐 움직인다. 직원 수 300명 이상 대기업의 '주52시간 근무제'가 올 7월 시행돼서다. 건설업계는 공기단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환경을 감안해 연말까지 유예됐지만 주요건설사는 사전 관리차원에서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한다. 그럼에도 일부 현장이 주말에도 일하는 이유는 대부분 하도급업체가 고용한 인부들이기 때문이다.

# 경기도 송산신도시 D아파트 건설현장. 준공이 얼마 안남은 시점이라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도 현장근로자들은 쉴 틈이 없다. 하도급업체 고용으로 현장에 출근한 A씨는 "지난 두달 동안 평일과 주말을 포함해 딱 이틀을 쉬었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머니투데이

◆이중고용 근로자 법적 사각지대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건설사들은 하도급업체 직원이라도 법정 근로시간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법적으로 건설업종이나 하도급업체가 고용한 근로자는 주52시간 근무를 준수하지 않아도 되지만 내년 1월 시행을 준비하는 차원이기도 하고 건설대기업 사무직근로자들 대부분이 주52시간을 지키는 만큼 현장근로자도 이에 맞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이 시공하는 건설현장에서는 주52시간이 지켜지지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근로자 한명을 이중고용하는 것이다.

시공사 차원에서는 관리가 이뤄지지만 하도급업체 선에서 주52시간을 맞추려고 한명의 근로자를 두개 이상 업체가 이중고용해 실제 근로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런 방법은 지금까지는 불법요소가 없지만 차후 중소기업의 주52시간이 시행되면 편법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대다수 현장이 주52시간을 지키는 이유는 법 시행 때문이 아니라 근로환경 변화에 따른 대기업의 도의적 경영을 위해선데 이런 편법이 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건설현장의 부족한 인력을 더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편법으로 악용되는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외국인근로자의 법정 근로시간 준수의무다. 무등록 불법 외국인근로자일 경우 법정 근로시간 준수의 사각지대에 놓여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용도로 전락할 위험에 노출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불법취업 외국인은 ▲2015년 982명 ▲2016년 2213명 ▲2017년 3743명 등으로 3년 새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불법고용주 또한 같은 기간 711명, 972명, 1695명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김 의원은 "단속에 적발되지 않은 건설현장 불법취업 외국인과 불법고용주는 실제로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의사소통 부족이나 안전교육 소홀로 품질저하와 사고위험이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취업 외국인근로자도 방치

지난해 한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는 중국인 근로자가 임금 등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현장의 시공사 관계자는 "외국인근로자의 경우 주말에도 출근해야 임금 보전과 식비 해결 등이 돼 서로 일하려고 하지 일이 많아 불만인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비슷한 글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주52시간 근무로 돈벌이가 힘들어 야간 대리운전을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장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 56.8시간, 현장소장 등의 관리직은 59.8시간이다. 연구원 조사 결과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시 근로자 1인당 임금은 9~15%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수도권 관리직 기준 하루 임금은 현재 20만원 안팎에서 17만원 안팎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건설노조는 이런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법정 근로시간 준수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재희 전국건설노동조합 교육선전실장은 "건설현장의 장시간 노동은 사망사고와 시공품질 저하로 이어진 경우가 많으므로 시공사 측의 이런 논리는 건설현장 근로환경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해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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