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의 1단기어] '폭주'와 '레이싱', 폭력배와 선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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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북경찰서 제공
지난달 30일 ‘벤츠와 머스탱의 도심 레이싱’이 큰 화젯거리였다. 서울 도심 도로에서 교통법규를 무시한 채 시속 177km로 질주하다가 대형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20대 운전자의 블랙박스 기록영상이 공개되면서 많은 이의 공분을 샀다.

그런데 이들의 행동이 ‘레이싱’일까. 많은 언론매체에서 이들의 폭주를 ‘도심 레이싱’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자동차업계와 모터스포츠업계에서는 이같은 용어 사용에 주의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를 타고 정해진 룰에 따라 경쟁하는 스포츠 경기가 카레이싱일 뿐 난폭운전이나 폭주는 레이싱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사전적 의미로 레이스 또는 레이싱은 경주나 달리기 시합 등을 뜻한다. 넓게 해석하면 차 여러대가 경쟁했으니 레이싱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로 보자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이를테면 권투나 태권도 종목은 몸을 무기로 맞대결을 펼치지만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것을 두고 길거리에서 싸움하는 것을 똑같이 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WRC 이탈리아대회에서 우승한 현대차.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우리나라는 모터스포츠 문화가 이제 싹트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생활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었고 이제 차를 즐기려는 이가 늘고 있다. 자동차경주대회는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딴나라 얘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얘기로 바뀌는 추세다. CJ슈퍼레이스만 해도 관중 수천명은 충분히 동원하고 많게는 2만명까지도 자동차경주장을 찾는다.

예전엔 단지 소수 마니아들이 정해진 코스를 빙빙 도는 것을 바라보는 것에 그쳤다면 지금은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모터스포츠 축제로 거듭나는 중이다. 대회별 참가대수도 크게 늘었다. 10여년 전만 해도 경주차 100대 참가는 놀랍고 엄청난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시설이 뒷받침되지 못할 만큼 참가자가 늘어서 성격 별로 대회를 나눠 개최하기도 한다.

이처럼 국내 모터스포츠는 중요한 전환기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몰지각한 운전자의 일탈을 건전한 스포츠와 동일시하는 행동을 경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웬만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동차경주는 레이싱 서킷(자동차 경주장)에서 열린다는 것을 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도심속 레이싱’은 꽤나 자극적이고 야릇한 표현이다. 벌어지면 안되는 일이 벌어진 만큼 이슈화되기도 쉽다.
CJ슈퍼레이스 그리드워크 이벤트를 찾은 관중들. /사진=CJ슈퍼레이스 제공

특히 잘못된 용어 사용은 모터스포츠 문화를 즐기려는 이에게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정해진 규칙 없이 달리는, 이상하게 개조된 차를 타고 달리는 행동이 카레이싱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터스포츠는 자동차산업의 꽃이다. 고된 시간을 견뎌내며 어렵사리 꽃망울이 맺혔는데 제대로 피기도 전에 져선 안된다. 결국 그 부작용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으로 이어진다. 발전을 이끄는 용어사용. 모두가 함께 고민할 과제다.
 

박찬규 star@mt.co.kr

산업2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자동차와 항공, 해운, 조선, 물류, 철강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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