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 개정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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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지난 7일부터 40일간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 개정의 내용을 담은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오는 12월31일 시행)하며 국내 제약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 제약사의 글로벌 신약개발 의지를 상실케 하는 ‘개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제약사보다 미국 제약사 권익보호 지적

지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시 양측 정부는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를 한미 FTA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후 이러한 방향에 대해 심평원장과 주한 미 대사관 차석 대사가 서한을 교환했다. 이번 개정안은 서한 교한에 따른 후속 조치로 약가우대를 위해선 기업요건과 제품요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구체적으로 기업요건은 ▲사회적 기여도 ▲국내에서 전공정 생산 ▲국내에서 임상 수행(1상 이상) ▲혁신형 제약사나 이에 준하는 기업 ▲연구개발(R&D) 투자 요건 등의 조항을 삭제하고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또는 국가필수의약품 수입·생산’ 요건을 신설했다. 또한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된 약제를 원활하게 공급하지 않는 경우와 리베이트 제공이 적발된 제약사는 제외하기로 했다.

제품요건은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대체 가능한 다른 치료법(약제포함) 전무 ▲생존기간의 상당한 연장 등 임상적 유용성 개선 입증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획기적의약품지정(BTD) 또는 유럽의약청(EMA)의 신속심사로 허가된 경우 ▲희귀질환 치료제 또는 항암제 등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혁신신약이어야 한다.

이에 대해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정부의 비상식적 행정으로 국내 제약사의 신약 R&D 의지를 말살하는 개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전격 발표한 신약 약가우대제도 개정안은 한국 제약산업을 한미 FTA의 희생양으로 삼은 정부의 비상식적 행정”이라며 “정부가 사실상 미국 측의 요구에 굴복한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자국 제약사의 연구개발 의지를 말살하는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했다는 점에서 심대한 유감과 함께 우려를 표한다”며 “미국의 압력에 밀려 제도 본연의 최우선 목적인 국내 제약사의 R&D 장려를 포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미국 측의 요구에 굴복한 ‘개악’ 반발 

정부가 지난 2016년 7월 발표한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는 기본적으로 국내 보건의료에 기여한 신약을 우대해주기 위해 마련됐다.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위험부담을 안고 고액을 투자해야 하는 제약사에게 신약에 대한 약가우대·신속등재 등의 동기를 부여하고 국내 R&D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국민보건향상 등을 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제도가 안착하기도 전에 R&D, 국내 임상 수행 등의 관련 조항을 전면 삭제해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게 국내 제약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한미 FTA 가 발효된 2012년 이후 대미의약품 현황을 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전체 의약품 수입 현황은 6.8% 증가한 것에 비해 대미의약품 수입은 평균 12.9% 증가했으며 점유율도 4.6%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지원을 위한 이 제도를 미국 측의 요구대로 개정한다면 신약에 강한 다국적제약사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사실상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 개정안 주요 내용.
다국적제약업계의 입김이 반영된 정황도 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다국적제약사들은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 조건으로 ▲새로운 약리기전을 가진 최소 3개 약제 ▲미국 FDA·유럽 EMA 또는 식약처의 신속허가심사 대상 지정 약제 ▲국내에서 임상시험 진행 약제 ▲환자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한 약제 중 2개 이상을 만족하고 혁신형 제약사, 국내외 기업간 개방형 혁신에 기반한 연구개발 투자·성과 창출 항목 삭제를 제시했다.

윤소하 의원실 관계자는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는 신약을 개발하려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가능성이 있는 제도였는데 이번 개정안은 국내외 제약사 모두 제도의 혜택을 받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아직 미국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다음주에 제약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대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개정안대로라면 국내 제약사는 아무리 탁월한 신약을 개발해도 무조건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신속심사허가를 받아야만 약가우대를 받을 수 있다”며 “미국 제약사의 권익보호를 위해 정부가 국내 제약사에게 연구개발을 사실상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이번 개정안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주열 sense83@mt.co.kr

<머니S> 산업1팀에서 유통·제약·의료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취재원, 독자와 신의를 지키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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