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청춘들… “기껏 취업한 게 중소기업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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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 경쟁, 취업 경쟁, 승진 경쟁…. 이 땅의 젊은이들을 학창시절부터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사회는 스무살 성년이 되는 순간 더욱 냉혹해진다. 그렇지만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교육 불평등에 대한 고민과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주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의 근로자 권익신장도 꾸준히 시도된다. 정부는 청년의 주거권 보장이나 육아복지제도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머니S>는 2018년 연중기획 ‘혼돈의 2030, 길을 찾아라’ 마지막 시리즈로 청년정치인과 청년정책 참여자들을 만나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편집자주]


[혼돈의 2030, 길을 찾아라-대한민국 희망, 청년에게 듣다-중] ‘희망’이 원하는 나라는?


'욜로'(YOLO)와 '소확행'. 행복을 추구하려는 2030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신조어다. 언뜻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듯한 이 단어의 이면에는 현실 앞에 무너진 좌절이 깔려있다. 고착화된 일자리 부족, 사회진출과 동시에 떠안는 빚더미, 무한경쟁의 굴레에 포박돼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눈앞의 행복이라도 찾아보겠다는 발버둥이다. 우리 사회의 중추이자 미래의 주역이 돼야 할 2030이 다시 희망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청년들이 원하는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 <머니S>가 거리에 나가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실패자 낙인찍지 마세요”

지난 12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삼성 협력사 채용한마당’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 사진=이한듬 기자
“실패자 낙인 좀 안 찍었으면 좋겠어요.”


취업준비생 정승현씨(29·가명)는 얼마 전 한 기업이 주최한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다녀왔다. 취업준비생 생활을 한 지 2년째. ‘인(In) 서울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어학연수에 봉사활동, 토익, 인턴체험 등 취업에 유리한 ‘스펙’을 탄탄히 쌓았지만 취업문턱에서 번번이 좌절을 맛본 정씨는 고민 끝에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미래를 생각해 성장성이 큰 강소기업 위주로 이력서를 냈는데 이마저도 경쟁률이 높아 합격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어렵사리 합격문턱을 넘더라도 주변의 평가가 더 큰 걱정이란다. 정씨는 “주변에서 ‘너는 기껏 명문대 나와서 취업한 게 중소기업이냐’고 할까봐 겁난다”며 “공무원에 합격하거나 대기업에 취업하면 ‘성공했다’고 추켜세우면서 중소기업에 취업한다고 하면 ‘왜 그런 곳을 가냐’며 한심하게 보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고용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한 경우도 있지 않느냐”며 “어렵게 내린 결정인데 노력을 제대로 안 한 사람으로 낙인찍힐까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인식이 먼저 변해야 할 것 같다”며 “일정한 성공의 기준을 정해서 성공한 인생과 실패한 인생을 나누기보다는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보려는 청년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도전에 박수를 보내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 돈벌이 수단으로 보지 말라”

“서울에 직장을 잡고 처음으로 자취방을 구할 때 월세가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집주인이 ‘아가씨, 여기 서울이야’라며 뭘 모르는 사람 취급하더라고요. 기가 막혔죠.”

서울에서 3년째 직장생활 중인 신은정씨(28·가명)의 말이다. 신씨는 “화장실과 간이 부엌이 딸린 작은 원룸 월세가 기본 50여만원이고 그 이하는 도무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인데 집주인이 그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더라”며 “집주인도 나만한 자식이 있을 텐데 자기 자식한테도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고 토로했다.

신씨는 대학시절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당시 학교에서 기숙사를 신축하려고 하자 인근 주민들이 ‘대학이 주민의 밥그릇을 빼앗아간다’며 신축을 반대해 큰 갈등을 빚었다고. 신씨는 “이제 갓 스물이 된 대학생들이 그 사람들의 ‘밥그릇’이란 인식 자체가 황당했다”며 “청년들을 돈벌이 수단 그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학시절 정부가 반값등록금 공약이니 뭐니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약속해 놓고 제대로 실현한 게 없는데 정치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들로 인해 (공약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씨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의 말로 청년의 고통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문제”라며 “사회적으로 청년이 제대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체제가 형성돼 청년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이가 걱정 없는 세상 되길”

/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서울 구로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태근씨(37·가명)는 요즘 아이 걱정이 크다. 이제 막 두돌이 지난 아들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고민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외벌이로는 전세대출금 상환은커녕 양육비 충당도 힘들어서 아내가 결혼 전 했던 학원강사 일을 다시 하려고 하는데 아이 맡길 곳이 없어 걱정”이라며 “뉴스를 보면 어린이집 학대에 유치원 비리 사건이 심심찮게 터지는데 혹시 내 아이가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정부가 국공립 어린이집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아이를 제대로 양육할 환경도 제공하지 않고 무조건 낳으라고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내집 마련’도 고민이다. 이씨는 “적어도 우리 아이는 남의 집 세살이가 아니라 나와 아내가 마련한 집에서 키우고 싶은데 집값을 보면 헛웃음이 나올 정도”라며 “과연 죽기 전에 내집 마련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여러 정책을 내놓지만 솔직히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지금 진 빚도 대부분이 전세대출금인데 집값만 해결해도 서민들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이런 고민들은 내 대에서 그쳤으면 좋겠다”며 “우리 아이가 나중에 어른이 됐을 땐 이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7호(2018년 11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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