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개화기 서울, 100년 전 ‘노포’에 열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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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익선동 카페골목. / 사진=머니S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잊을 만하면 한번쯤 등장하는 복고 열풍. 장르와 분야를 막론하고 복고는 레트로,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시대를 대변했다. 그런데 최근 복고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어쩐지 다르다. 이전에 접하지 못한 레트로 흐름이다. 1020 젊은층도 복고를 즐기는가 하면 추억 속 제품과 디자인은 같지만 기능은 최첨단이다.유통업계와 문화계 등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뉴트로 열풍. <머니S>가 친숙한 듯 새로운 뉴트로의 이유 있는 흥행과 그 현상을 들여다봤다.-편집자주-

[뉴트로가 뜬다] ④ 새로운 명소 익선동 가보니

마치 10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노포가 즐비한 종로3가의 낙원상가 일대에서 좁은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서면 개화기 서울 느낌의 상점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

종로구 익선동은 10~20대 연인부터 가족단위 방문객, 외국인까지 국적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인파가 거리를 채웠다. 일부 방문객은 풍성한 드레스와 챙 넓은 모자 등 1900년대 초 복장을 재현한 채 거리를 누비며 뉴트로의 멋을 한껏 냈다.

종로구 익선동 카페거리. / 사진=머니S
◆한옥 느낌 살리고 세련미 더해


지난 11월18일 뉴트로 콘셉트 상점이 가장 많이 몰려있다는 익선동을 찾았다. 카페·베이커리를 비롯해 패션잡화, 음식점 등이 주를 이뤘다. 대부분 점포가 나무로 된 대문이나 철문, 통유리를 비롯해 옛 글씨체(또는 한문)로 외관을 꾸며 과거의 흔적 만들기에 나선 모양새였다.

이들 업소는 오전 10시부터 문을 열기 시작했고 11시를 넘어서자 익선동 골목을 찾은 방문객이 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서 거리는 더욱 북적거렸고 일부 유명세를 탄 점포는 고객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날 기자는 태국음식을 전문으로 한다는 ㄱ식당을 비롯해 ㄱ과자점, ㄸ카페, ㅅ식당, ㅈ떡 전문점, ㅃ빵 전문점, ㅁ만화가게와 옷·신발·액세서리 가게 등을 방문했다.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를 찾아 상권 흐름과 시세 변화에 대한 얘기도 들었다.

이곳 점포의 공통점은 모두 원목기둥을 그대로 살려 한옥의 정취를 살리려 애쓴다는 점이었다. 익선동 일대는 개발제한지역이어서 기존의 나무기둥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이에 재개발 광풍이 비켜가면서 기존 한옥집을 리모델링한 가게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낡은 틀을 벗어나기 위해 아기자기한 소품이나 화려한 샹들리에를 활용하기도 했고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테이블 배치에 신경 쓴 세심함도 엿보였다.

이날 방문한 점포의 한 점원은 “이전부터 전세대를 아우르는 고객이 방문했는데 최근 연령대가 더 어려지고 수도 훨씬 늘었다”며 “인근 부동산 시세도 상당히 올랐다”고 말했다.

종로구 익선동에 위치한 과자점 내부. / 사진=머니S
◆카페부터 만화가게까지… 나만의 개성 ‘몰두’

지난 6월 오픈한 ㄱ과자점의 경우 입구에 들어서면 화려한 샹들리에가 눈에 띈다. 계산대 왼편 나무로 된 미닫이문을 열자 TV에서 본 듯한 오래된 약방 느낌의 공간이 나타났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배경과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메뉴판을 보고 차와 후식을 선택하면 티 소믈리에(차를 달이는 사람)가 그 자리에서 차를 달여준다. 프랜차이즈 카페에 익숙한 기자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차를 마실 수 있는 좌석은 6개에 불과했다. 파운드케익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어서 좌석은 일부 손님에게 ‘차를 대접한다’는 의미로 마련했다고 한다. 차는 한 잔에 8000~9500원이며 추가로 한 번 더 내려준다. 이날 방문한 가게 중 가장 ‘뉴트로’다운 느낌을 받았다.

ㅈ떡 전문점의 경우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꿀인절미’ ‘약과’ 등을 눈에 띄는 공간에 진열해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 소량 포장이어서 이동하면서 즐기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ㅃ빵 전문점은 식빵 등 10여종에 주력했다. 두 가게 모두 원목기둥과 옛 서체로 외관을 꾸며 과거의 느낌을 살렸다. 모두 실내에 좌석은 배치되지 않았다.

ㅁ만화가게는 전통 한옥의 틀에 미국의 유명 만화 캐릭터인 심슨을 콘셉트로 내부를 꾸몄다. 연인이나 친구 또는 단체가 들어갈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 마련됐고 그 안에서 라면·치킨·커피·맥주 등을 즐길 수 있었다.

각 공간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매트 위에서 편하게 자리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독립적이지만 모두 개방형이었다. 가족이나 친구와 오기 좋아 보였다. 선불제가 아닌 후불제여서 시간 제약도 없었다. 각 공간마다 콘센트가 마련돼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노트북을 사용하기에 편리했다.

종로구 익선동에 위치한 떡 전문점(왼쪽)과 빵 전문점. / 사진=머니S
◆상권 형성 2년 채 안돼… 시세 대폭 상승


익선동이 성황을 맞은 시기는 2년이 채 안된 것으로 보인다.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를 방문하자 지역 상권의 활성화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일대는 2016년 초만 해도 점포보다 거주 중심의 동네였다. 그러다 2016년 가을부터 서서히 여러 점포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지금의 상권이 완성됐다. 점포수는 200여곳으로 빈 자리는 구석진 골목에 몇개 남은 게 전부라고 한다.

시세도 대폭 올랐다. 익선동 카페골목에서 이비스엠버서더호텔 앞거리는 상대적으로 활성화가 덜 된 곳으로 꼽힌다. 이곳도 25평짜리 점포 임대료가 3.3㎡당 15만원으로 월 400만원에 육박한다.

핵심상권 골목의 경우 3.3㎡당 임대료가 더 비싸다는 게 부동산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거래된 한 점포는 권리금이 이전보다 30%정도 올랐다고 한다.

그의 설명처럼 이날 방문한 상점인 과자점, 떡·빵 전문점 등을 비롯해 다수 가게가 오픈한 지 1년 미만이었다. 오래된 상점인 줄 미리 알고 방문했던 ㄸ카페와 ㅅ식당을 제외하면 업종 전환이 빠른 편이었다.

ㄱ과자점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33·여)는 “지난해 초 익선동 인근에 취직해 이 일대로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하러 자주 왔다”며 “당시만 해도 사람이 이렇게까지 붐비지 않았는데 요즘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종로구 익선동 카페골목. / 사진=머니S
◆뉴트로 열풍 넘어 상권 이어질까


재미있는 점은 카페골목을 조금만 벗어나면 수십년 된, 흔히 ‘노포’로 불리는 고기집 또는 칼국수집 등이 다수 나온다는 것이다. 수십년 된 ‘노포’는 과거 그대로를 이어가는 반면 그보다 더 오래된 100년 전을 ‘콘셉트’로 꾸민 점포는 새로움을 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어찌 보면 과거에 세련미를 더한 것이 바로 ‘뉴트로’를 찾는 이들의 니즈가 아닐까 싶었다.

아쉬운 점은 각 점포만의 개성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전 10시쯤 거리를 들어설 때는 ‘새롭다’, ‘독특하다’, ‘감각적이다’ 등의 느낌을 받았다면 여러 가게를 방문할수록 각 상점의 독특함은 익숙함으로 변했다. 일부 상점은 카페와 액세서리 또는 카페와 꽃을 겸하는 등의 차별점을 뒀지만 유행이 언제나 그랬듯 그리 색다르지 않았다.

지역적으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이 용이했고 비용 측면에서는 저렴한 가격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과도한 수준도 아니었다.

이 일대는 토박이들이 떠나면서 만들어진 상권이다. 그래서인지 북촌이나 서촌처럼 거주 주민들과 마찰을 빚지는 않는 모습이다. 상권이 발달할수록 도시공동화의 그늘이 짙어지기 때문일까. 인근에 위치한 모 초등학교가 폐교 위기라는 우울한 소식도 들렸다.

최근 경기불황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폐업하는 점포가 늘어나는 가운데 익선동 일대가 단순 ‘뉴트로’ 열풍에 그치지 않고 이 지역만의 색깔을 꾸준히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8호(2018년 11월28일~12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우진 jwj17@mt.co.kr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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