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인 듯 복고 아닌 복고… 1020이 소환한 ‘뉴트로’

 
 
기사공유
/사진=닌텐도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잊을 만하면 한번쯤 등장하는 복고 열풍. 장르와 분야를 막론하고 복고는 레트로, 빈티지라는 이름으로 시대를 대변했다. 그런데 최근 복고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어쩐지 다르다. 이전에 접하지 못한 레트로 흐름이다. 1020 젊은층도 복고를 즐기는가 하면 추억 속 제품과 디자인은 같지만 기능은 최첨단이다.유통업계와 문화계 등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뉴트로 열풍. <머니S>가 친숙한 듯 새로운 뉴트로의 이유 있는 흥행과 그 현상을 들여다봤다.-편집자주-

[뉴트로가 뜬다] ① 레트로 말고, ‘뉴트로’가 뜬다

레트로. 영어 ‘Retrospect’의 줄임말로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을 말한다. 레트로는 수시로 등장했다 사라지는 유행의 일종이었다. 수년 전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레트로 열풍이 일었으며 2015년에는 1988년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의 영향으로 일시적인 복고 붐이 일기도 했다.

최근에는 레트로를 넘어 ‘뉴트로’라는 말이 화두다. 뉴트로와 레트로는 과거를 회상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복고’를 추구하는 주체가 어떤 세대인지에 따라 갈린다. 레트로는 30~50대 중장년층이 이미 경험했던 과거에 대한 ‘그리움’에 호소하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10~20세대가 겪어보지 못한 과거를 바라보는 ‘신선함’이 포인트다.

◆특유의 느낌, 신선함… 뉴트로 일색

지난 3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8 F/W서울헤라패션위크’에서 1990년대 초반 인기를 얻은 가수 현진영의 노래 ‘흐린 기억 속의 그대’가 흘러나왔다. 런웨이는 패션브랜드 휠라와 디자이너 박환성이 협업한 제품을 입은 모델들이 차지했다.

복고 바람이 불어닥친 DDP에서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은 10대였다. 약 30년 전 유행한 브랜드의 신발 ‘디스럽터2’는 10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고 투박하고 촌스러운 디자인에도 올해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신발로 선정됐다.

뿐만 아니라 1969년 처음 등장한 아디다스의 ‘슈퍼스타’와 1990년 출시된 나이키의 ‘에어맥스90’ 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부른다. 특히 신발 전면이 검은색인 ‘올검’ 모델과 전부 흰색인 ‘올백’ 모델은 시장에 풀리는 족족 매진되는 품귀현상도 보인다. 주소비층은 10~20대인데 이들은 신발이 처음 등장했던 당시 세상을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는 세대라는 점에서 ‘뉴트로’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일본의 게임회사 닌텐도는 30년 전에 출시한 게임기인 슈퍼패미콤의 복각판 '슈퍼패미콤 미니'를 재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한달도 되지 않아 전세계에서 200만대 이상 판매됐다. 디자인은 옛것 그대로지만 출력단자를 HDMI로 교체하고 USB단자로 충전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뉴트로 마니아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식품유통업계에서도 뉴트로는 두드러진 약진을 보인다. 1972년 등장한 삼양식품의 별뽀빠이가 출시 47년을 맞아 1980년대 디자인 그대로 재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으며 1980~1990년대를 풍미한 음료 ‘갈아만든 배’와 ‘포도봉봉’이 옛 디자인 그대로 출시돼 2018년 상반기 편의점 판매 1,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프릳츠 원두진열대. /사진=박흥순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프릳츠 커피 컴퍼니’(이하 프릳츠)도 뉴트로 열풍의 수혜자다. 외관을 한옥 가정집 형태로 구성한 프릳츠는 진열·판매 상품에서 특유의 ‘올드함’이 느껴진다. 모던함과 거리가 먼 프릳츠의 주고객은 20대 중반의 젊은 층이다.

이들은 프릳츠를 방문했다는 ‘인증샷’을 SNS에 올리고 비뚤비뚤한 글씨체와 거칠게 포장된 물건을 거리낌없이 구매한다. 프릳츠를 방문한 이진석씨(33·남)는 “한옥에 살아본 적도 없고 모던한 인테리어를 좋아하지만 이곳은 특유의 느낌, 신선함이 있다”며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번지는 뉴트로 열풍도 이런 느낌을 갈구하는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왜 뉴트로인가

그렇다면 젊은 이들은 왜 듣지도 보지도 경험하지도 못한 ‘복고’를 찾아 헤매는 것일까. 뉴트로는 레트로와 확연히 다른 특징을 지닌다. 레트로를 단순히 다시 돌아온 복고라고 말한다면 뉴트로는 ‘새로운 복고’로 지칭하는 것이 적확하다. 중장년층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이 만드는 새로운 복고가 뉴트로라는 뜻이다.

늘 새로운 것을 찾는 젊은 세대가 뉴트로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색다름이다.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뉴트로는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색 경험을 추구하는 그들에게 뉴트로는 과거로의 회귀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놀이로 정의된다.

젊은 세대가 뉴트로에 열광하는 이유는 또 있다. 어린시절부터 각종 디지털기기를 만지며 자란 그들은 ‘디지털 피로감’을 쉽게 느끼는데 뉴트로는 여기서 일시적인 해방감을 준다. 모두가 연결된 디지털 세상과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한 현실 속에서 자기 통제권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이들이 뉴트로를 찾아 헤매는 것이다.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에서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1020세대에게 불완전함은 새로운 매력 포인트다. 뉴트로를 찾는 젊은 세대는 새것, 화려한 것, 튀는 것,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이 아닌 낡은 것, 보잘것없는 것, 흠집난 것, 손때 묻은 것에서 정신적인 충족을 얻는다. 그들은 매끈하고 완벽한 것을 재미없다고 느끼며 낡고 오래된 것을 따뜻하게 바라본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교수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뉴트로는 복고 트렌드와 미묘한 차이가 있다”며 “ 복고는 그 문화 코드를 누렸던 중장년층의 향수에 소구하는 것이라면 지금 젊은 층이 과거의 콘텐츠를 찾는 것은 본인들이 경험하지 못한 색다름에 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8호(2018년 11월28일~12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078.84상승 16.7318:03 12/19
  • 코스닥 : 672.08상승 12.4118:03 12/19
  • 원달러 : 1123.50하락 6.118:03 12/19
  • 두바이유 : 56.26하락 3.3518:03 12/19
  • 금 : 57.21하락 1.7118:03 12/19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