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중간’ 달리는 대한민국 자율주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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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제로셔틀’ 시범운행.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를 보호하는 것보다 성장산업을 육성하는 게 효과적이다. 신시장이 형성되면 새로운 기업들이 생기고 기존 기업들도 관련 산업과 연계해 사업을 확대하면서 신규 고용효과가 나타난다.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핵심분야 중 하나인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단계에 접어드는 2020년 전세계 시장 규모는 2000억달러(약 227조1000억원), 2035년에는 1조2000억달러(약 1362조60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보스턴컨설팅은 2030년에 신차 10대 중 4개는 자율주행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시장조사업체 PcW는 현재 자율주행차 레벨별 비중은 대부분 0단계(22%)와 한가지 자동주행기능을 갖춘 1단계(78%)에 머무르지만 2025년이면 1단계(31%)가 줄어들고 2단계(45%)와 3단계(18%) 비중이 크게 높아지며 2030년에는 4~5단계(49%)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4단계는 운전자가 있어도 차가 스스로 모든 기능을 제어하는 단계, 5단계는 운전기능이 사라지고 오직 탑승자만 존재하는 단계다.

혁명적인 수준의 신산업은 새로운 재료, 새로운 부품, 새로운 장치, 새로운 소프트웨어, 새로운 각종 서비스 등을 필요로 하며 사회 전체적으로 파급력이 확대된다. 반도체분야만 보더라도 자율주행차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하기 때문에 기존 차량보다 반도체를 많이 사용한다. 차량 한대당 2000개가 넘는 고성능 반도체가 들어간다.

과거 반도체시장은 PC, 휴대폰시장과 함께 성장했는데 미래에는 자율주행차시장 확대에 따라 성장동력을 얻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시장 규모가 현재 370억달러(약 41조7000억원)에서 2022년에 553억달러(약 62조4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도 차량용 반도체시장에 다양한 제품군을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16일에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열린 ‘국제 자동차부품 박람회’에서 자율주행차를 겨냥한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와 이미지 센서 ‘아이소셀 오토’를 새로운 브랜드로 공개했다.

엑시노스 오토는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에 쓰는 ‘A시리즈’ ▲자동차용 통신시스템에 쓰는 ‘T시리즈’ ▲길 안내, 음악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쓰는 ‘V시리즈’로 나뉜다. 아이소셀 오토는 자동차 전·후방 카메라 등에 적용돼 실시간 변하는 도로와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게 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의 추격으로 하락세를 보여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가 불안하다. 게다가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세계 반도체시장 3대 수요처인 PC·모바일·데이터센터 등에서 수요가 줄어 고점을 통과하고 있다며 메모리반도체시장의 불황을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 실적이 아직은 좋아도 미래를 바라볼 때 새로운 수입원이 필요한데 차량용 반도체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최첨단 기술 총망라

자율주행차에는 최첨단 기술이 총망라돼 들어간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자동으로 차간거리를 유지하는 HDA기술과 차선이탈 경보시스템을 비롯해 차선유지 지원시스템, 후측방 경보시스템, 자동 긴급제동시스템,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의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정부는 자율주행차산업을 대표 ICT(정보통신기술) 융합 신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2020년부터 6년간 약 2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래차의 9대 핵심부품 개발을 위해서는 지난해부터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데이터저장장치, 자율주행제어장치, 통신모듈, 운전자·차량인터페이스 등 고부가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정부는 미래차 전문인력양성사업을 통해 지난해 4개 대학 56명에 15억원, 올해 7개 대학 140명에 38억원을 지원했으며 내년에는 9개 대학 180명에 52억원을 투입한다.

지난 11월2일에는 대구 수성알파시티에서 ‘2018 대학생 자율주행 경진대회’가 열렸다. 예선에 19개 대학팀이 출전해 9개팀이 본선에 올랐다. 참가 팀들은 각종 센서가 부착·개조된 실제 자동차 아반떼를 제공받아 해당 차량 플랫폼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량을 직접 개발했다.

참가 차량들은 도심 내 서로 다른 곳에 대기해 있다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여러 곳에 분산된 승객의 위치를 무선으로 전송받았다. 경기운영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승객을 선택해 자율주행모드로 태우고 교통신호, 교차로, 횡단보도 등이 있는 실제 도로에서 교통법규를 지키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보행자와 자전거 등 장애물이 나타나도 안전하게 운행해야 했다. 상금 5000만원과 해외견학 특전이 주어지는 대통령상은 카이스트 팀이 차지했고 2위(산업부장관상)와 3위(대구시장상)에는 각각 성균관대와 계명대 팀이 올랐다.

프랑스의 자율주행 기업인 나브야(Navya)의 운전자 없이 최대 15명이 탑승할 수 있는 자율주행 미니버스 나브야. /사진=로이터
◆영업용 자율주행차 상용화


12월에는 운전자 없는 무인 자율주행 택시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공식 상용화된다. 그동안 비공개로 시험 서비스를 해온 구글의 자율주행차 계열사 웨이모는 이때 처음으로 유료 공개 서비스를 시행한다. 요금은 차량 공유서비스인 우버 및 리프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자율주행 택시를 호출하면 자율주행 택시가 승객이 있는 곳으로 와서 태우고 목적지까지 운전자 없이 자동으로 주행한다. 승객이 목적지에서 내리면서 앱에 연동된 신용카드에서 요금이 자동 결제된다.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 중인 구글은 이번에 피닉스에서 상용화에 성공하면 운행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웨이모에 이어서 미국의 GM, 포드, 일본의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도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택시를 내놓을 전망이다. 독일의 다임러 벤츠는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기업 보쉬와 손잡고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이다. 보쉬는 자율주행차기능을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 개발을 맡았다. 내년 하반기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자율주행택시의 호출 시범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산호세의 도로를 달리게 될 벤츠 S클래스 완전 자율주행차에는 40개 이상의 초정밀 센서가 탑재된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미국 포드와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내년부터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소형 물류 시범사업에 들어가며 2021년에는 폭스바겐의 첫번째 완전 자율주행차로 영업용 미니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대규모 인프라투자 필요

글로벌 컨설팅업체 KPMG는 20개 국가의 자율주행차 개발 수준과 운행 여건을 4개 분야 총 26항목으로 평가한 ‘자율주행차 준비 지수’(Autonomous Vehicles Readiness Index)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빠르게 발전하는 자율주행차기술을 활용할 준비가 잘 이뤄지고 있는 국가는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정책·법제도(3위)·기술혁신(4위)·인프라(1위)·소비자수용도(2위)가 상위권에 올라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는 정책·법제도(1위)·기술혁신(8위)·인프라(2위)·소비자수용도(1위) 평가에서 종합 2위를, 미국은 정책·법제도(10위)·기술혁신(1위)·인프라(7위)·소비자수용도(4위)에서 종합 3위를 차지했다.

네덜란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기반 시설이 가장 충실하며 싱가포르는 지난해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전역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이 허용돼 정책·법제도에서 가장 앞섰다. 미국은 기술혁신분야에서 가장 높게 평가된 반면 낙후된 도로망, 낮은 품질의 무선네트워크, 부족한 전기차충전소 등으로 인해 인프라 점수가 낮게 나왔다.

한국은 정책·법제도(14위)·기술혁신(9위)·인프라(4위)·소비자수용도(11위) 평가에서 20개국 중 종합 10위에 머물렀다. 자율주행차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고 필수적인 도로망과 네트워크에 대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프랑스의 자율주행 기업인 나브야(Navya)는 지난 11월15일 열린 제2회 판교자율주행모터쇼에서 운전자 없이 최대 15명이 탑승할 수 있는 자율주행 미니버스 나브야를 선보였다. 현재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를 상용화한 회사는 전세계에서 나브야뿐이다. 이제 막 자율주행 셔틀 시범운행을 시작한 한국과 달리 이미 20개국에서 150여대를 운행하고 있다. 국내 자율주행 플랫폼·서비스기업인 스프링 클라우드를 통해 한국 도입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제도적 문제로 쉽지 않다고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8호(2018년 11월28일~12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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