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면 막히는 서민 돈줄… 최고금리 인하, 대부시장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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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외면에 불법사채로 내몰려
대부업 긍정역할 키워야

대출시장에서 최고금리와 저신용자의 관계는 미묘하다. 신용도가 낮을수록, 즉 신용위험이 높을수록 대출금리를 높게 매겨야 하므로 금리 상한선이 없다면 저신용자의 대출이자 부담이 막대할 것이다. 저신용자는 대부분 저소득층이어서 경제 양극화 속도는 더 빨라지게 된다. 저소득층 보호를 위해 마련된 장치가 법정 최고금리다.

문제는 최고금리를 내리면 더 많은 저소득층이 보호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회사의 대출심사 역량이 고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금리를 급격히 내리면 제도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이 늘어날 수 있다. 불법사채시장으로 밀려나는 서민이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2014년 이후 잇단 최고금리 인하로 금융소외 현상이 심화되고 서민금융과 맞닿은 대부업의 순기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덕배 국민대 교수는 지난 11월19일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최고금리가 대부업 순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에서 “무리한 최고금리 인하는 서민의 금리부담을 완화시키기보다 오히려 서민의 금융접근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금융소외 현상은 사회불안을 야기시키고 금융채무 불이행자 양산으로 사회통합의 저해요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대부업 신규 신용대출 감소세

법정 최고금리는 대부업법이 제정된 2002년 66.0%에서 꾸준히 인하됐다. 특히 2014년 4월 기존 39.0%였던 최고금리를 34.9%로 내렸고 2016년 3월 27.9%, 올 2월 24.0%로 지난 4년간 13.0%포인트 인하됐다. 비율로 따지면 39.0%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문재인정부는 최고금리를 집권 내 20%까지 내리겠다고 밝혀왔다.

최고금리 인하는 국내 서민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선 대출 공급(대부업계)과 수요(대부업이용자)의 움직임을 모두 살펴야 한다.

우선 공급의 경우 영업환경 악화로 폐업하는 대부업체가 속출했다. 박 교수는 신규로 등록한 대부업체 중 연평균 88%가량이 폐업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대부영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3년마다 갱신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신규등록 교육 이수자의 3년 후 갱신등록 교육 이수율은 연평균 12%에 불과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등록 대부업체는 2008년 9월 1만6120곳에서 2014년 12월 8694곳으로 꾸준히 줄었고 이듬해 12월 8752곳으로 소폭 늘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다시 8084곳을 기록해 감소세를 보였다. 폐업하는 대부업체가 많다는 건 대출 공급여력이 약화된다는 걸 의미한다. 한편으론 대부업시장이 대형업체 위주로 빠르게 재편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부업계의 공급 하락은 수요자, 즉 저신용·저소득층에도 영향을 끼쳤다. 대부업 신규 신용대출자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올 1~9월 대부업 신규 신용대출자는 62만492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9만576명보다 21.0%(약 17만명) 감소했다. 특히 저신용자의 신규대출 감소폭이 더 컸다. 같은 기간 1~6등급자의 신규 신용대출 추이는 14.8% 줄어든 데 반해 7~10등급자의 경우 25.4%나 급감했다. 최고금리 큰폭 인하로 대부업체의 폐업이 잇따르자 남은 대부업체가 나머지 대출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여기에 대손(신용위험)비용을 낮추기 위해 저신용자의 대출심사를 강화한 영향도 컸다. 대부업대출의 원가금리는 자금조달·관리·대손비용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대손비용의 비중이 가장 크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최고금리가 27.9%였던 2016년 기준 대부업의 평균 원가비용은 26.2%였다. 이 중 대손비용이 12.6%(26.2% 전체의 48.1%)에 달한다.

대손비용은 돈을 빌려줬지만 떼일 가능성에 대비해 쌓아두는 비용이다.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보낼수록 대손비용은 높아진다. 최고금리가 27.9%에서 24.0%로 인하되면 대손비용도 그만큼 줄여야 대출취급이 가능하지만 줄이지 못하면 대출을 내보낼 수 없다. 즉 대부업체에서조차 대출심사를 거절당한 서민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가 추정한 대부업 대출 평균 승인율은 지난해 1~9월 17.8%였지만 올 1~9월 13.1%로 4.7%포인트 떨어졌다. 비율로 보면 전년대비 26%나 하락한 셈이다. 지난해 대부업에서 대출받은 100명 가운데 26명은 올해 돈을 빌리지 못했다는 의미다.


◆100명 중 1명 불법사금융으로 이탈

이들은 제도권 금융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다. 급히 돈을 빌려야 할 경우 이들은 결국 불법사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불법사금융 이용자가 약 52만명에 이르고 총 6조8000억원의 대출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민 100명 중 1명(1.3%)이 불법 사금융시장에 노출돼있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금리 비중은 연 20.0~27.9% 구간이 36.6%로 가장 많았고 20.0% 이하(26.8%), 27.9~34.9%(22.4%) 구간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전체 불법사금융 대출 중 0.9%는 연대출금리가 100% 이상이었다.

박 교수는 서민금융시장에서 대부업의 긍정적 역할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방안은 ▲대부업의 객관적 평가로 서민금융시장 내 역할 적립 ▲최고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신중한 검토 및 탄력적인 최고금리 적용 체계 마련 ▲건전 대부업 육성을 위한 제도개선 ▲불법사채 단속 및 처벌 강화 ▲불법사채에 대한 소비자 판별능력 제고 ▲대부업계의 건전 금융기관 이미지 개선 노력 등이다.

박 교수는 “연이은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시장이 위축되는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최고금리 인하는 국내 금융시장에 부담 요인”이라며 “최고금리의 단계적 하락 체계를 설립하고 학계, 실무자, 사용자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최고금리에 대한 논의와 결정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8호(2018년 11월28일~12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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