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제도 개편, 내집 마련 ‘10년 꿈’ 앗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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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청약제도-중] 오락가락 개편에 시장 대혼란

무주택 실수요자 주택 공급을 골자로 한 청약제도 개편안이 이달부터 시행된다. 이번 개편안은 ‘무주택자를 위한 기살리기’ 정책으로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찮다. 1주택자는 최대 희생양이 됐다. 청약제도 개편 때마다 반복되는 오락가락 정책에 실요자들의 상처는 깊어간다. <머니S>는 달라지는 청약제도를 살펴보고 이에 따른 전망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 자녀 셋을 키우는 서울 직장인 김모씨는 내집 마련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올 5월 정부가 다자녀가정 특별공급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아파트를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다섯식구가 살려면 전용면적 84㎡도 비좁은데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으려면 회사에서 먼 외곽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 두 자녀와 부모님, 3세대가 함께 사는 최모씨는 “지난 10년 내집 마련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대로 부모님 집에 눌러앉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그동안은 60세 이상 직계존속이 3년 동안 함께 거주하면 청약가점을 부여했는데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에 따른 12월 청약제도 개편으로 직계존속이 주택을 보유한 경우 가점을 못받게 된 것이다.

/사진=뉴스1

정부는 올 들어 4차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이번 청약제도 개편의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금수저 청약 논란이다. 집이 있는 부모에게 얹혀사는 중산층까지 특별공급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하지만 청약조건을 바꾸기로 하고 보니 내집 마련의 꿈이 좌절된 피해자가 속출했다.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잦은 청약제도 개편이 장기적으로 내집 마련 계획을 세운 청약대기자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지적한다.

◆일부 사례 때문에 제도 바꾸니 풍선효과

지난 4월 정부가 발표한 청약제도 개편안은 9억원 초과주택의 특별공급을 금지했다. 고가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보다 서민·중산층의 내집 마련 기회를 늘린다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그러나 업무지구가 밀집된 서울 강남에서 1~2인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전용면적 59㎡는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선다. 용산이나 여의도 등 비강남 업무지구도 84㎡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곳이 많다. 새아파트 분양가가 너무 오른 탓에 ‘고가주택=9억원’의 공식이 깨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다자녀 특별공급 등의 혜택을 못받게 된 사람들은 불만을 제기한다.

한 40대 직장맘은 “금수저 논란은 일부의 사례일 뿐인 데다 자녀를 키우면서 현실적인 가격으로 새아파트를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청약인데 제도에 맞춰 내집 마련을 계획하고 준비해온 입장에서 문제가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달에 시행되는 청약제도 개편안도 더 많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새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좋은 취지지만 이로 인해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파트 공급량은 한정돼 있는데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면 다른 사람은 기회를 빼앗기는 것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청약제도는 상호 이해가 엇갈리는 부분이어서 어느 한쪽을 규제하면 다른 쪽에서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수년간 청약만 바라보고 있는 무주택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제도 잘못된 부분 손질 최소화해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청약제도는 1960년대 공공주택에만 적용되다가 1978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정으로 공공·민간을 아우르게 됐다.

정부는 시장환경 변화를 반영하거나 주택경기를 조절하기 위해 수시로 세부규정을 바꿨는데 1978년 이후 올 3월까지 변경된 횟수는 136차례에 이른다.

공무원들조차 혼동하기 쉬운 제도 개편으로 선의의 피해자도 양산된다. 특히 2007년 도입한 청약 가점제도는 가점기준이 복잡하고 모호해 당첨이 취소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청약 부적격건수는 2만1800건에 이른다.

부양가족 점수를 높게 받으려고 위장전입 등의 편법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점항목 등을 실수로 기재하는 일도 많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업자가 당첨 취소된 물량을 사들여 비싸게 되파는 더 큰 문제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제도는 바로잡아야 하지만 현정부의 청약제도 개편은 단기간 급속도로 이뤄져 시장의 혼란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청약은 무주택자가 오랜 기간 준비를 거쳐 내집을 마련하는 제도인데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 현상만 고치는 처방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사진제공=현대산업개발

◆콜센터 운영 등 시스템 미비 문제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제도 개편은 여러모로 긍정적이나 전문가들은 무주택자 못지않게 1주택 실수요자도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주택자, 2주택자 등의 실수요자가 집을 수십채 가진 다주택자와 같은 ‘투기수요’로 몰려 청약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현재 국내 전체가구 구성비율을 보면 무주택자 44.5%, 1주택자 40.5%다. 무주택자 못지않게 1주택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1주택자라도 직장이전이나 자녀교육 등의 이유로 새아파트 청약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들에 대한 주거권은 소홀해진다는 지적이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2300만명에 달하지만 복잡한 청약제도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시스템은 거의 없는 것도 문제다. 국토부가 통합콜센터를 운영 중인 가운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전문성이 떨어진다. 지자체의 청약 담당직원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청약제도를 보다 쉽고 간단하게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9호(2018년 12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해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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