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만원 vs 973만원… 끊어진 '개룡남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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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균형발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소득격차가 심화되며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성장사다리의 허리가 돼야 할 중산층이 무너지고 소득 하위계층이 상위계층으로 이동하는 길이 막혔다. 이 때문에 흙수저·은수저·금수저 등 현대판 신분제가 등장하고 한탕주의가 확산되는 부작용이 속출한다. <머니S>는 소득양극화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점검하는 한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불러온 문제점을 짚어봤다. 나아가 고착화되는 양극화 현상을 타개할 대책도 살펴봤다. <편집자주>

[소득 불균형, 해법 없나] ① 경고음 커지는 ‘부익부 빈익빈’


우리나라의 소득불균형 문제가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정부의 양극화 해소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층의 소득은 크게 늘어난 반면 저소득층의 소득은 추락을 거듭하면서 계층 간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소득불균형이 심화되면서 계층이동의 꿈도 멀어졌다.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부는 부로, 가난은 가난으로 대물림된다. 열심히 노력만 하면 소득하위계층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은 사라진 지 오래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죽은 속담이 됐다.

◆갈수록 멀어지는 분위별 소득지표

올 들어 소득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3분기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4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그러나 소득 5분위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을 보면 불균형이 심각하다.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의 소득은 131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다. 이는 근로·사업소득이 모두 감소한 영향이다.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무려 22.6%나 급감했고 사업소득도 13.4% 줄어들었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973만6000원으로 8.8% 증가하며 11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3분기 5분위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각각 11.3%, 1.5% 증가했다.

소득양극화 정도를 가늠하는 ‘5분위 배율’은 5.52배로 치솟았다. 소득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5.52배를 더 번다는 의미다. 3분기 기준으로 첫 가계동향조사를 실시한 2003년 이후 최대치이자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과 동일한 수준이다. 

건설일용근로자들이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뉴스1 황기선 기자
이처럼 분위별 소득지표가 최악임에도 정부는 오히려 불균형 악화 속도가 완화되고 있다며 애써 위안을 삼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통계청의 발표에 대해 “올 들어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과 고용 부진 등으로 분배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정부의 정책 노력 등에 힘입어 악화세가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 근거로 ▲1분위 소득은 감소세가 다소 완화되고 5분위 소득은 증가세가 줄어들어 전 분기 대비 양 분위 간 소득 증감률 격차가 축소된 점 ▲5분위 배율의 상승폭이 1~2분기 대비 축소한 점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외면한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김영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상위 소득이 크게 늘고 최하위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이 여전하다는 점은 소득양극화가 계속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라며 “계층 간 간격이 점차 벌어지는 추세가 여전함에도 분위별 증감 폭만 따로 놓고 양극화 완화를 언급하는 것은 현 상황을 입맛에 맞게 해석하려는 궤변”이라고 꼬집었다.

◆주저앉은 계층이동 사다리

양극화 심화는 계층이동의 단절로 이어진다. 계층사다리가 탄탄할수록 계층상승에 대한 개인의 자발성이 높아져 경제·사회의 역동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소득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는 대물림 현상이 굳어지고 경제심리가 위축돼 계층상승이 더딜 수밖에 없다.

계층이동에 대한 국민의 좌절은 2015년 등장한 금수저, 흙수저 등 이른바 ‘수저계급론’으로 대변된다. 수저계급론의 저변에는 소득불균형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 사회가 만들어지면서 부모의 직업, 경제력 등이 자녀의 계급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계층상승은 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사회적 엘리베이터는 붕괴 했는가 - 사회이동을 촉진하는 법’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하위 10% 가구에 속한 자녀가 중산층에 도달하기까지 5세대가 걸린다. 이는 OECD 24개 회원국 평균(4.5세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제주평, 조세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효과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빈곤탈출률은 OECD 28개국 중 가장 낮다.

빈곤탈출률이란 정부정책 전(시장소득 기준) 저소득층(균등화 중위 소득 50% 미만)이 정부정책 후(가처분 소득 기준)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이동한 비중을 뜻한다. 한국은 조세 재정정책에 따른 빈곤탈출률이 19.5%에 불과했다. 정부지원금이나 연금보험 수령액 등을 모두 합해도 80.5%가 여전히 저소득층으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계층이동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부정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5년 20대 이상 성인 8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계층상승 사다리에 대한 국민인식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에서 개개인이 열심히 노력한다면 계층상승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응답을 한 비율이 무려 81%에 달했다.

정부는 개선 노력을 강화해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저소득층이 겪는 어려움을 엄중히 인식하고 개선 노력을 지속 강화할 계획”이라며 “민간일자리 창출을 통한 근본적인 분배개선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일자리 지원,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9호(2018년 12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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