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 보고 달려든 사모펀드?… 삼부토건 경영권 분쟁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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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23일 이례적으로 자정을 넘기며 12시간 동안 진행된 삼부토건 주주총회에 건설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삼부토건은 1948년 설립된 1세대 건설사이자 코스피 상장사다. 이번 주총이 사상초유의 1박2일로 길어진 데는 삼부토건의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한 소액주주와 이들의 위임장을 다수 확보한 사측 및 대주주의 의결권경쟁이 있었다.

삼부토건은 2015년 경영난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다가 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사 DST로봇에 인수합병(M&A)됐다. DST로봇은 사모펀드를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을 결성해 삼부토건을 인수하고 300억원대 투자사업을 추진했지만 내부 이사회 반대에 부딪히며 실패했다. 삼부토건과 노조가 대주주를 배임·횡령 및 무자본 M&A 혐의로 검찰고발, 수사가 진행되면서 DST는 올 5월 또 다른 코스피 상장사 우진에 지분을 팔았다. 그러나 여전히 삼부토건 측은 새 대주주에 대한 의혹도 거두지 못한 채 내부자금 유출 등을 우려한다.

◆내부자금 1000억원이 문제?

우진은 산업용 계측기 제조·판매기업으로 1980년 설립된 회사다. 창업주 이성범 회장은 이재원·이재상 두 아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며 경영권승계 작업을 본격화하는 단계다. 이재원·이재상씨는 우진 대표이사와 해외 계열사 등의 주요보직을 맡아왔다. 차남인 이재상씨가 현재 우진 대표이사로 있지만 지분율은 각자 17~19%를 나눠가져 거의 비슷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번 삼부토건 인수 역시 경영권승계를 확정하기 위한 공격적 M&A의 일환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실제로 우진은 2013년 계측제어설비업체 우진엔텍과 산업용 특수밸브업체 SVC를 인수한 데 이어 2014년 효명이엔지, 올 3월 원자력환경기술개발을 잇따라 사들였다.

무엇보다 삼부토건 인수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맞춰 원자력발전소 폐로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부토건은 원전 시공자격이 있다. 또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 경제교류 확대로 삼부토건이 인프라 토목건축 관련 수혜기업으로 떠오른 점도 메리트다.

그러나 삼부토건이 우진의 대주주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규모가 작은 적자기업이고 원전사업을 영위하는 데다 결정적으로 사모펀드와 결탁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우진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약 17억7700만원이다. 삼부토건 노조는 자체조사를 통해 이전 대주주 DST의 자산운용사 J스톤파트너스가 현재 우진 자산운용사인 JC파트너스와 같은 사업장 주소를 사용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DST컨소시엄에 투자한 사모펀드가 삼부토건 이사회 장악을 위해 우진과 교섭했고 때마침 우진은 M&A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두 경영진이 결탁했다는 게 삼부토건 측 주장이다. 삼부토건은 우진이 건실한 경영의지 때문이 아니라 DST처럼 1000억원에 달하는 내부 유보자금을 투자사업 명목으로 유출하기 위해 자기 측 이사를 포진시키려 한다고 해석한다.

삼부토건은 현재 경영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지며 신규수주 7426억원을 유치했고 올해 매출액은 2187억원으로 추정한다. 내부자금 1000억원 중에는 경기도 남양주 덕소사업장 부지 등도 포함됐다.
/사진제공=전국건설기업노조

◆자본시장 기업 M&A 진통 예상

우진은 이런 삼부토건의 의혹제기에 대해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우진은 이번 임시주총 전 의결권 위임장을 확보하기 위해 삼부토건 측에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삼부토건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약 55%로 우진이 가진 지분(29.05%)보다 두배 가까이 많다. 주주명부 열람이 지연되면서 의결권 위임장 확보가 불리해졌고 결국 우진 측 이사를 늘리는 데 실패했다. 삼부토건은 소액주주의 힘으로 두번의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우진은 삼부토건의 경영권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오세진 우진 고문은 “삼부토건이 우리를 기업사냥꾼이라고 말하는데 설립 38년 된 회사가 기업사냥꾼일 수 없고 이미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만큼 노조와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경영권승계 과정 중 형제의 난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호사가들이 지어낸 얘기”라며 일축했다.

우진은 또 이번 이사회 변경 실패에 대해 삼부토건 노조가 DST에 고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의결권 위임을 제시해 이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부토건 관계자는 “종업원 지분과 중국 투자자 지분을 합해 15%를 확보했고 나머지는 회사를 지키기 위한 직원들의 노력으로 밤낮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녀 설득한 결과”라고 말했다.

삼부토건과 우진의 계속적인 경영권 공방이 예고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정부가 사모펀드의 기업 M&A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를 지속할 전망이라 이런 분쟁도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의 M&A 자본금 기준 인하 등 규제완화를 지속하고 있고 앞으로 더 완화할 예정이라 재계 경영권 분쟁은 이제 시작”이라며 “선진시장의 시스템으로 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9호(2018년 12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해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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