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조절 실기… 격차 더 벌린 ‘소득주도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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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균형발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소득격차가 심화되며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성장사다리의 허리가 돼야 할 중산층이 무너지고 소득 하위계층이 상위계층으로 이동하는 길이 막혔다. 이 때문에 흙수저·은수저·금수저 등 현대판 신분제가 등장하고 한탕주의가 확산되는 부작용이 속출한다. <머니S>는 소득양극화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점검하는 한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불러온 문제점을 짚어봤다. 나아가 고착화되는 양극화 현상을 타개할 대책도 살펴봤다. <편집자주>

[소득 불균형, 해법 없나] ③ ‘변죽’만 울린 정책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 소득격차가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소득지표 5분위 배율은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소득분배를 강조하지만 저소득층은 벌이가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층의 지갑은 두툼해지는 모양새다. 

◆정규직 전환·최저임금 인상, 양극화 부추겨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가처분소득 증대→소비 증가→생산·투자 확대’의 경로로 경제를 살린다는 이론이다. 이를 위해 일자리정책에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카드를 꺼냈지만 결과는 참패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이어 산업 곳곳에서 정규직 바람이 불었고 인건비 부담이 더해진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근로자 간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 3분기 소득하위 20%(1분위)의 근로소득은 22.6% 줄어든 반면 5분위의 근로소득은 11.3% 증가했다.
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내 취업게시판에 취업 관련 전단이 붙어 있다./사진=뉴스1
또 취약계층의 취업도 감소했다. 3분기 가구당 취업자 수는 1분위 0.69명, 2분위 1.21명으로 전년대비 각각 16.8%, 8.2% 감소했다. 반면 4분위와 5분위 가구당 취업자 수는 각각 1.8명, 2.07명으로 1년 전보다 1.3%, 3.4% 증가했다.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도 자영업자가 고용을 줄이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올해 음식·숙박업은 저숙련 서비스업 일자리가 급감하고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면서 저소득층 일자리가 급감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농림어업, 시설관리 등 서비스업, 파견, 단기 공공근로 등 기타직종의 가계소득은 23.2% 줄었다. 반면 관리자, 전문가, 사무종사자 등 화이트칼라의 가계소득은 10.5% 늘었다. 근로여건이 좋은 정규직 중심으로 소득 3~5분위의 근로소득이 증가하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9월부터 시행한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도입에도 저소득층 소득이 급감한 것은 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라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정책과 복지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가 핵심인 부동산 정책도 소득불균형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9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고소득자의 자산만 증식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 실거래 자료에 따르면 지난 9·13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주택시장에서는 매매가격이 최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가 속출했다.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 전용 84㎡의 입주권은 올 9월 17억803억원,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전용 121.95㎡는 지난달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아파트시세가 높게 형성된 가운데 정부의 잇단 대출규제로 실수요자의 자금줄이 묶인 반면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가들은 더 쉽게 주택구매 기회를 얻은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대출규제로 주택 구입에 선택이 줄어드는 서민과 지역을 미리 선점한 자산가들 사이에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슬로건 강조한 경제정책, 보여주기 급급

지난 10년간 역대 정부는 경제정책을 제1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공을 들였다. 경제정책이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이명박정부는 ‘747정책’(7% 성장, 소득 4만 달러, 경제 세계 7위),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강조했다.

하지만 슬로건으로 가득한 경제정책의 성적은 부진했다. 경제 허리급인 중산층(소득분위 40~90% 그룹)의 소득은 1994년 이후 정체됐고 2010년부터 빠르게 감소했다. 하위 10%의 소득은 1990년대 초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09~2015년에는 전체 소득성장률이 0.5%대로 급락하면서 중위그룹(소득 41~80%) 성장률이 0.1~0.3%로 하위그룹보다 낮아졌다. 최하위그룹의 10%는 소득성장이 -0.3%로 빚을 지는 상태로 전락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포용국가’의 전망도 암울하다. 포용국가의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가계소득을 올리는 ‘소득주도성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공정경제’ ▲4차 산업혁명과 신기술에 집중하는 ‘혁신성장’이다.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은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지만 소득양극화가 2007년 이후 최악인 상황은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금처럼 저소득층의 소득불안이 지속되면 중소득층이 붕괴되고 고소득층의 소득도 줄어드는 총체적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 친화적인 관점에서 경제정책 방향을 대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의 속도조절론도 지적한다. 설익은 정책은 부작용을 낳고 즉흥대책을 남발, 소득불균형을 양산할 수 있어서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는 당장 폐업을 걱정하지만 정부는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를 앞세워 부담을 일부 줄여주는 데 그쳤다.

금융당국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 후속조치로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 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을 현행 2.0~2.2%에서 1.4~1.6%로 내리기로 했다.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로 편의점·식당 등 개별 자영업자가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연 147만~505만원이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최저임금, 임차료, 재료비 인상 등의 부담을 해소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 수수료 인하는 소비자와 카드회사의 돈을 빼앗아 자영업자를 돕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고민없이 변죽만 울리는 경제정책은 자영업자의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9호(2018년 12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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