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A부터 Z까지 진화한 제네시스의 기함 ‘G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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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90 /사진=박찬규 기자
감동이다. 국산차가 이토록 깊은 인상을 남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발전에 칭찬부터 하고 싶다. 불과 몇년 만에 여러 단계를 건너 뛴 느낌이다. 어설픈 카피와 과장된 장식으로 고급스러움과 거리가 멀었던 국산 플래그십이 자랑스럽게 느껴진 건 처음이다.

제네시스가 처음 출시된 건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08년이다. 사람들이 현대자동차를 평가할 때 빠지지 않는 건 1998년 출시된 EF쏘나타다. 지금도 굴러다니는 차를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당시 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그리고 2008년 출시된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차다. “현대차는 비포 제네시스(BG), 애프터 제네시스(AG)로 나뉜다”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로 호평 일색이었다. 하지만 당시 제네시스는 국내판매용 모델에만 윙타입 로고를 썼다. 미국과 중국에 처음 출시했을 때는 현대로고를 단 제네시스라는 차에 불과했다.
제네시스 엠블럼 /사진=박찬규 기자

2015년 11월. 현대차의 한 차종을 넘어 브랜드로 발전한 뒤 에쿠스가 그간 지켜온 자리를 EQ900(이큐나인헌드레드)가 대신했다. 수출명은 G90(지나인티). 국내에서는 에쿠스의 영문이니셜 EQ를 넣어 EQ900라고 불렀다.

당시만 해도 꽤 잘만들었다는 평을 받았지만 수입 플래그십모델을 능가한다고 여기지 않았다. 특히 디자인 면에서 너무 점잖았고 다른 차에서 본듯한 느낌을 주는 요소가 꽤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시승한 G90는 EQ900의 부분변경모델이지만 이름부터 수출명과 동일하게 바꿨고 겉과 속 모두 풀체인지모델급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만큼 자신감이 붙었다는 증거다.
제네시스 G90 인테리어 /사진=박찬규 기자

◆한국적 럭셔리 담은 G90

기존에는 독일차를 따라하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따라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 특유의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제품철학을 바탕으로 제품력에서 자신감이 생긴 만큼 그동안 쌓인 이미지를 통해 럭셔리에 대한 정의를 새로 내렸다.

G90의 디자인은 과감한 앞모양이 핵심이다. 방패모양 그릴은 한층 당당해졌으며 양쪽 쿼드램프는 또다른 시그니처 요소다. 헤드램프는 각각 네개 램프로 구성되며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주간주행등(DRL)은 휠하우스 쪽으로 삐쭉 튀어나왔다. DRL이 전방 방향지시등을 겸하는데 프론트 펜더에는 측면 방향지시등이 같은 높이로 이어진다.

지붕에서 트렁크로 넘어가는 C필러 라인과 연결되는 테일램프는 무게감 있는 뒤태를 완성하는 디자인 포인트다. 램프가 켜졌을 때 멀리서도 G90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모양을 갖췄다.

‘수평적인 구조’가 강조된 측면은 단아하면서 웅장함을 더한다. 특히 넓은 접시모양(디쉬타입)의 19인치 휠은 제네시스만의 고유 패턴인 ‘지-매트릭스’(G-Matrix)가 적용돼 지루함을 덜고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그물처럼 얽힌 패턴의 지-매트릭스는 휠 외에도 헤드렘프와 리어램프, 크레스트 그릴에서도 볼 수 있다.
제네시스 G90 인테리어 /사진=박찬규 기자

◆품격 담은 인테리어

G90의 인테리어도 안정과 품격을 강조했다.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의 연결감을 강화하고 송풍구(에어벤트)와 공조/오디오 스위치의 형상을 달리해 단순한 디자인을 표현했다. 센터페시아의 스위치 개수도 줄였다.

고급스런 소재도 아낌없이 썼다. 이번에 시승한 G90 3.8 프레스티지 트림은 크래쉬패드부터 도어 윗부분까지 나파 가죽을 우아하게 감싸 넓고 수평적인 이미지를 구현한 파이핑 및 스티치를 도입했다. 지-매트릭스 패턴의 퀼팅을 새긴 시트, 헤드레스트 및 리어 콘솔 암레스트에 각인된 날개 엠블럼도 특징이다.

내장재는 트림에 따라 다르지만 소재와 컬러 등이 2만개 이상의 조합이 가능해 취향에 맞춘 인테리어를 고를 수 있다. 시승차 외관은 포르토 레드 컬러였다. 블랙펄 안료를 써서 보는 각도에 따라 칼라의 깊이감이 다르게 느껴진다. 실내는 브라운 투톤이었다.
제네시스 G90 디쉬타입 19인치휠 /사진=박찬규 기자

◆스포츠주행도 가능한 고급세단

시승차는 주력엔진인 3.8ℓ 람다 가솔린직분사엔진이 탑재됐다. 8단자동변속기가 맞물리는데 H-TRAC 지능형 상시사륜구동시스템이 더해진다. 최고출력은 315마력(ps, @6000rpm)이고 최대토크는 40.5kg.m(@5000rpm)이다. 2톤이 넘는 차체를 부담없이 이끈다.

가속감은 예상보다 경쾌하다. 가슴을 압박하는 느낌은 시속 100km를 넘어서도 계속 이어진다. 중저속이나 고속에서의 추월가속도 여유롭다. 변속기 반응도 꽤 빠르고 부드럽다. 가솔린 고배기량엔진 특유의 무게감 있는 사운드도 매력이다. 과장된 소리가 아니다. 듣기좋게 잘 튜닝됐다.
제네시스 G90 인테리어 /사진=박찬규 기자

하체는 플래그십 답게 부드럽다. 주행모드를 컴포트로 놓으면 노면의 요철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둥둥 떠서 달리는 듯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필요한 흔들림을 잘 잡아 주행 중 불안하지 않다.

스포츠모드로 변경하면 엔진과 변속기 반응이 한결 빨라지면서 서스펜션과 스티어링휠도 단단해진다. 부드러운 성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출렁임을 줄였다. 길이가 5205mm에 달하는 대형세단인데도 차 뒷부분 움직임은 꽤 빠릿빠릿하다.

산길에서 조금 과격하게 몰아붙였는데도 한계치가 예전보다 확실히 높아졌다. 차체는 굉장히 단단하고 서스펜션은 부지런하다. 게다가 구동력을 활용해서 능동적으로 자세를 유지하는 능력이 좋아지면서 운전이 훨씬 즐거워졌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기본기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만큼 발전한 모습이다.
제네시스 G90 /사진=박찬규 기자

◆첨단기능은 덤

G90는 제네시스브랜드의 꼭짓점이다. 브랜드의 최상위모델이자 자존심이다. 현대차가 가진 모든 기술을 집대성한 만큼 탑재된 기능을 일일이 언급하는 건 꽤 힘든 일이다. 지금까지 나온 첨단기술은 죄다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대표적으로 ‘차로 유지 보조’(LF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크루즈컨트롤’(NSCC),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후진 가이드램프’,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안전 하차 보조(SEA)가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됐다. 동승석 무릎에어백을 포함한 10개 에어백도 특징.

반자율주행기술인 LFA는 초보운전자처럼 거칠게 반응하지 않고 베테랑운전자처럼 고급스럽다. 차선을 유지하려고 운전대를 스스로 돌리는 게 꽤 부드럽다. 운전자가 놀라서 반대로 운전대를 꺾을 일이 줄었다. 곡선도로에서도 자연스럽게 운전자를 보조하며 운전의 피로감을 줄이도록 돕는다.

새로운 G90은 그동안 고급세단시장에서 수입브랜드를 따라하던 것에서 이들을 능가하고 시간이 더 지나더라도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차다. 통일감 있는 디자인 디테일, 과하지 않으면서 고급스러운 소재선택, 잘 절제된 주행감각은 고급세단의 기본이다. 국내에서의 돌풍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어떤 평을 받을지 기대된다.
 

박찬규 star@mt.co.kr

산업2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자동차와 항공, 해운, 조선, 물류, 철강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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