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무역 1조달러시대, ‘볕들 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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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우리나라의 수출입 무역규모가 2년 연속 1조달러를 돌파했다. 명실상부한 무역대국으로 자리잡은 셈이지만 내실을 뜯어보면 그늘이 더 짙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데다 수출을 견인해 왔던 반도체 호황이 꺼질 전망이다. 특히 내수경기는 수년째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머니S>는 무역 1조달러 시대의 이면을 살피고 문제점을 짚어봤다. 또한 내실이 탄탄한 무역대국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무역 1조달러시대의 그늘] ③내년 경제전망도 암울


올해 국내 경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종이 떠받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출 위주 산업에서 양사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고용지표는 좋지 못했으며 정부의 일자리정책도 실효가 없었다. 각종 경제지표는 내년 경제 전망을 여전히 어둡게 하고 있다.

내년 경기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로는 정부의 정책변화와 미중 무역분쟁의 해소 정도가 꼽힌다. 정부는 뚝심있게 밀어붙였던 소득주도성장 대신 기업경영 중심으로 노선을 바꿀 뜻을 내비쳤다. 또 미국과 중국이 약속된 기간 내에 합의점을 도출할 경우 국내 수출산업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반도체 2사에 쏠린 실적… 고용은 침울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34개사(금융·분할합병 기업 등 100개사 제외)의 연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30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9% 증가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사효과로 분석된다. 양사를 제외한 누적 영업이익은 66조원으로 전년보다 9.9%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48조원, SK하이닉스는 16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양사 모두 올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올렸다. 쏠림현상이 그만큼 심했다는 얘기다.

고용지표는 여전히 좋지 못하다. 최저임금인상 여파 등으로 고용 위축 이슈가 올 한해를 뒤덮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현황에 따르면 올 11월 취업자는 2718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6만5000명 증가했다. 올 1월(33만5000명)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지만 고용의 질이 문제다.

보건복지 등 사회적 서비스업 취업자가 16만4000명 증가하며 전체 고용 증가를 이끌었는데 이는 정부의 일자리 지원정책 영향으로 해석된다.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취업자 수는 12만8000명, 제조업 취업자 수는 9만1000명이 각각 감소했다. 실업자 수는 90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4.4% 늘었으며 동월 기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인 1999년(105만5000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정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11월 취업자수 증가폭이 16만명을 상회해 고용충격에 대한 우려는 완화됐지만 증가세가 이어질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정부 정책으로 보건복지 등 사회적 서비스업 고용이 하방을 지지해주고 있을 뿐 민간부문에서의 투자 및 고용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경제전망도 우울… 핵심산업 침체

문제는 내년이다. 고용 위축으로 내수 경기가 나빠진 상황에서 올해 국내 경제를 이끈 반도체업황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내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상기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어서 국내 산업의 비용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금리도 이런 기조를 방증한다. 지난 7일 국고채 10년물 수익률은 1.993%, 3년물은 1.834%로 스프레드(격차)가 15.9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올 1월 말 10년물과 3년물 스프레드(49.5bp)에 비해 3배 가까이 좁혀진 것으로 10년물 수익률이 0.776%포인트 하락한 영향이 컸다.

장단기 금리차가 10bp대로 좁혀진 것은 2016년 10월 이후 처음이며 통상 장기채 금리하락으로 스프레드가 좁혀질 경우 경기하방 리스크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5%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2016년과 비교해보면 당시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현대차 등 수출 위주 기업이 국내 산업을 지탱해 준 반면 현재는 핵심 산업 전망이 모두 어두운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은 D램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전망이 좋지 못하고 현대차의 경우 최근 수소전기차(FCEV)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5일(2101.31) 이후 2100선(18일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6년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가 업황 개선과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강세를 유지하면서 시장을 떠받쳤다”며 “지금은 반도체시장이 여의치 않고 다른 업종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시장 전반에 부정적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진단했다.

자료: 한국거래소 / 단위: %
◆정부기조 변화·미중 분쟁이 변수


정부는 최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의 속도를 조절하고 대신 경제활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내용이 골자다.

문 대통령은 “내년에는 경제성과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정부는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아 나서서 기업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기업 옥죄기’의 기조가 강했다면 내년에는 보다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글로벌 상황이 받쳐주지 못하면 경기 반등도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이슈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경제 불확실성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이달 초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은 ‘90일 휴전’을 맺고 내년 3월1일까지 강제적인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침해, 비관세장벽, 사이버침해와 도용, 서비스와 농업 등 5개 핵심 사안에 대한 합의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화웨이 사태로 인해 합의 도출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져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현 시점에서 급격한 경기 하강이나 시장 붕괴보다 경기둔화 뒤 안정화와 회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문제는 경기 둔화 후 안정화 시점인데 선결조건 중 핵심은 미중 무역갈등의 원만한 봉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는 90일간의 유예기간 내로 양국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면서도 “미국의 ‘때리기’에 중국이 완강한 ‘버티기’ 작전을 쓰면서 피해가 예상보다 큰 만큼 양국이 합의를 깨고 다시 무역전쟁을 시작할 여지는 크지 않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2호(2018년 12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우진 jwj17@mt.co.kr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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