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휘청’, 덩치만 키운 ‘무역 1조달러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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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수출입 무역규모가 2년 연속 1조달러를 돌파했다. 명실상부한 무역대국으로 자리잡은 셈이지만 내실을 뜯어보면 그늘이 더 짙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데다 수출을 견인해 왔던 반도체 호황이 꺼질 전망이다. 특히 내수경기는 수년째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머니S>는 무역 1조달러 시대의 이면을 살피고 문제점을 짚어봤다. 또한 내실이 탄탄한 무역대국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무역 1조달러시대의 그늘] ①‘G2 의존’ 심각… 새우등 터질라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 역대 최단기간 1조달러 돌파, 수출 최초 6000억달러 달성, 수출규모 세계 6위…. 이는 모두 올 한해 우리나라의 무역성과를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글로벌 통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거둬들인 고무적인 성과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무역이 규모의 성장은 이뤘어도 내실 성장까지 합격점을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높은 G2 수출의존도 '걸림돌'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빼곡히 쌓여있다 / 사진=뉴시스 이정선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연간 누계 무역액은 지난 11월16일 기준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무역통계가 시작된 1956년 이후 최단기간에 이룬 성과다.

이로써 한국은 2015∼2016년 무역 1조달러 클럽을 이탈한 이후 2017년부터 2년 연속 재진입에 성공했다. 연말까지의 누계 무역액은 1조1000억달러 이상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 1조달러 돌파 기록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내년 우리나라 수출은 6250억달러, 수입은 5570억달러로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형으로 보면 명실상부한 무역대국의 입지를 구축한 셈이지만 내면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아 환경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


우리나라가 의존하는 대표적인 수출 상대국은 미국과 중국이다. 대미·대중 수출의존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8.8%에 달한다.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G2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양국 통상환경 변화에 따라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같은 문제가 잘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는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다. 당시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경북 김천에 사드기지를 전개하자 중국은 한국산제품 수입 금지를 비롯한 경제보복 조치를 내렸다. 경제계는 당시 우리나라가 입은 손실이 총 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다. 수출 분야의 피해규모는 1조4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도 우리나라 수출에 타격을 입혔다. 미국이 올 2월 태양광 셀·모듈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이후 한국기업의 대미 태양광 셀·모듈 수출은 전년 대비 32.1% 감소했다. 세탁기 수출도 23.1% 줄었다. 또한 미국 무역확장법 제232조 조치로 한국의 대미 철강제품 수출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강관류에 해당하는 HS73부문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무려 46.2%나 주저앉았다.

◆시장다변화·틈새공략 강화해야

문제는 미국이 현재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자동차부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 완성차와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감소율은 22.7%에 이를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패권경쟁을 펼치는 미국과 중국이 90일간의 휴전을 끝내고 무역전쟁을 재개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무역제재로 중국 전자제품의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 중국으로 수출하는 우리나라 반도체나 TV 송수신기 등의 중간재 수출 역시 제한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중국에 총 1421억달러를 수출했는데 이 중 중간재 비중이 78.9%에 달한다.

업계는 시장다변화 전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역 대상국 범위를 전방위로 확대해 미국과 중국 의존도를 지금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박천일 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우리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보호무역조치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계약시 리스크 분담에 대한 조건을 반드시 반영하고 평소보다 바이어와의 관계를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미중 분쟁 등 불확실한 통상환경이 지속될 것을 감안해 수출시장 다변화는 물론 기업내 통상대응을 위한 인력 확충과 전문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도 이같은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는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으로 신남방정책을, 러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 지역으로 ‘신북방정책’을 펼친다. 특히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세안 지역에 우선적으로 역량을 집결 중인데 올 들어 10월까지 누계 기준 대 아세안 수출이 전년 대비 4.7% 증가하는 등 일부 성과가 나오고 있다.

틈새시장을 공략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을 역이용해 우리나라 수출의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 중국과 경합하는 분야에서 우리기업의 대미 수출 점유율 확대가 가능하다. 경합품목에는 반도체, 자동차부품, 타이어, 항공부품, 의료기기, 건설장비, 전선, 주방가전 등 우리 주력 수출품이 대거 포함됐다.

박영훈 코트라 시장조사팀 과장은 “미국내 중국산 제품의 유통이 제한된 상황을 활용해 한국산 제품의 유통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2호(2018년 12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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