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 보겠다”던 규제개혁, 왜 제자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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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무술년이 지고 기해년의 새로운 해가 밝았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남북관계 진전을 비롯해 외교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지만 극심한 내수부진과 저성장 늪,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 등으로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정부도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올해는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머니S>는 올해 경제부문의 주요현안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2019 코리아 희망찬가] ③‘규제 갈라파고스’ 넘어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은 지난해 9월 문희상 국회의장을 찾아 규제개혁 등의 의견을 전달했다 / 사진=뉴스1 이동원 기자
#1.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을 보유한 일본 세븐앤아이홀딩스는 백화점, 슈퍼 등 다양한 산업군의 자회사를 가진 지주회사인데 금융계열사인 세븐뱅크도 자회사로 둬 시너지를 창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이었다면 금융사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불가능하다.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2. 출시된 지 3년이 넘은 구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안드로이드 오토’는 올해 7월부터 우리나라에 뒤늦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구글맵 탑재가 필수인데 보안을 이유로 지도반출을 불허한 정부규제로 인해 우리나라에만 도입이 지연된 것이다.

정부가 우리경제의 성장동력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과감한 규제개혁 없이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 신사업을 개발해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우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투자환경 조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적인 흐름에 맞는 규제혁파를 통해 ‘규제 갈라파고스’ 신세를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에 뒤처진 규제개혁

우리나라의 규제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은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된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한국의 정부규제환경은 138개국 중 105위로 독일(18위), 미국(29위), 일본(54위)에 비해 한참 뒤처졌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평가한 외국인 투자규제도 OECD 35개국 중 30위로 사실상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매년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규제총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9~2016년 강화된 규제 건수는 8878건으로 연평균 1110건 수준이다. 이 기간 철회 및 개선권고로 줄어든 규제는 873건인 반면 신설되거나 강화된 규제는 무려 9715건에 달했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가 무인이동체, 신재생에너지, ICT융합, 바이오·헬스, 핀테크 등 5개 신산업 분야 7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 신산업 규제애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7.5%의 기업이 1년 사이 규제 때문에 사업추진에 차질을 경험이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수준’을 묻는 질문에 조사기업의 49.2%가 ‘낮다’고 평가했으며 글로벌 경쟁 시 걸림돌에 대해서는 74.6%가 ‘규제애로’를 꼽았다. 세계적으로 4차산업혁명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규제로 인해 신사업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재계는 지속적으로 규제개혁을 촉구했고 정부도 “기업의 애로를 끝장 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개혁속도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해 11월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규제개혁에 대한 진전이 별로 없다”며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고 힘들고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지난해 6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만나 “지금까지 38번, 40번에 가깝게 (규제개혁)과제를 말씀드렸는데 상당수가 그대로 남아있어 기업들이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작심비판을 했음에도 나아진 점이 없자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네거티브 전환 속도내야

지난달에도 정부는 제조업 혁신대책을 내놓으면서 “투자가 성사될 때까지 기업애로를 끝까지 추적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기업들이 규제개혁을 체감할 수 있도록 이달 중 규제샌드박스 관련 법령이 발효되는 대로 대대적인 실증사업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그러나 정부는 재계가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별다른 수정 없이 그대로 통과시키는 등 기업애로 해결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경련 등 재계단체에서 지난해에만 10차례 넘게 규제개혁을 촉구하고 최저임금 개정안,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음에도 크게 나아진 게 없다”며 “민간의 투자가 살아나야 경제회복과 일자리창출이 가능한 만큼 기업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혁파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토로했다.

가장 필요한 것은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다. 네거티브 규제는 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 방식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허용된 것 외에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로 인해 신사업 분야는 진입이 어려웠다.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이뤄질 경우 포지티브 방식에 비해 기업의 자율성과 영업의 자유를 보장해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신제품과 신기술의 시장 출시를 우선 허용하고 필요할 경우 사후 규제하는 방식의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전환’을 확대하기 위해 부처별 법령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소 혁신성장실장은 “제조업 성장이 둔화되고 수출실적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규제완화가 절실하다”며 “세계 경제 강국들이 앞다퉈 육성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규제 장벽을 제거하고 기업 혁신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3호(2019년 1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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