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일자리 만드는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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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무술년이 지고 기해년의 새로운 해가 밝았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남북관계 진전을 비롯해 외교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지만 극심한 내수부진과 저성장 늪,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 등으로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정부도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올해는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머니S>는 올해 경제부문의 주요현안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2019 코리아 희망찬가] ④고용창출, 새해에는 풀릴까


문재인정부의 올해 과제도 여전히 '경제'다. 그중에서도 '일자리', 고용 문제는 서민경제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각종 일자리 지표를 볼 때 올해도 고용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전망한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와 함께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환경의 변화는 일자리 확대에 난관이 되고 있다. 2019년 새해, 고용문제는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까.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용지표, 올해 전망도 암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임기를 마치며 가장 아쉬운 점으로 '일자리'를 꼽았다. 지난해 추진된 고용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며 2018년은 '고용 최악의 해'로 불린다. 2017년 동월 대비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 2월 10만4000명을 기록했고 5월에는 7만2000명, 7월과 8월에는 각각 5000명과 3000명에 그쳤다. 고용지표 조사 대상인 '15세 이상 인구'가 전년 대비 매달 20만명 이상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취업자는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셈이다.

또한 국내 일자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도 신규채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체들의 6개월(2017년 10월~2018년 3월) 간 채용계획인원은 29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00명(-3.0%) 감소했다. 2013년 하반기에 조사한 채용계획인원 28만8000명 이후로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300인 미만 사업체(중소기업)의 채용계획인원 역시 25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만4000명(-5.1%) 줄었다. 전체 취업자 증가폭과 기업 채용계획을 들여다보면 문재인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52조원을 퍼부은 효과는 없어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로 부임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그는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 경제 활력을 되찾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작업에 경제팀 1차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울한 일자리 상황을 먼저 해결해야 함을 경제부총리도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도 대대적인 돈풀기에 나선다.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올해 세출예산(일반·특별회계 총계기준) 70.4%인 281조4000억원을 상반기에 배정했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 확충, 일자리 질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예산을 상반기에 78% 투입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에도 실패한 돈 풀기 정책이 올해 효과를 볼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여러가지 경제상황을 놓고 봤을 때 올해도 고용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대규모 재정투입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예산투입으로 일자리지표 개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면서 "문제는 취업전선에 뛰어든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느냐다. 재정투입이 일자리 상황을 나아지게 하겠지만 실제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수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효창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제흐름이나 국내의 산업구조를 봤을 때 고용흐름 자체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올해 고용문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금으로 '일자리 창출'은 그만

일각에서는 기업 경영환경 개선이 일자리 확대의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단순 공공일자리 확대로는 현재의 고용지표를 타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업 경영환경을 개선해 민간에서 많은 고용을 창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도 "민간이 시장에서 의지와 의욕을 갖고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기업활동을 하도록 정부가 세심하게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환경이 개선되면 일자리 창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밝혔다. 단, 직접 재원 투입은 단기적인 효과만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시적인 일자리 증가가 아닌 장기적인 고용지표 개선을 위해서는 제도개선이나 규제혁신으로 기업 투자와 창업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실제 기업 규제완화로 일자리가 대규모로 늘어난 지표가 없다"며 "일자리 확대 연관성이 있는 규제개혁이라면 당연히 풀어야겠지만 꼭 연관됐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의 기업 경영환경 개선이 능사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현재의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소홀했던 혁신성장을 함께 추구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현 정부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취약계층 지원과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 등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올 초부터 혁신성장에 드라이브를 걸어 양쪽을 모두 추진해 기업의 기술개발이나 개별기업 성장도 신경써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년일자리 확대 측면에서도 혁신성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일자리는 새로운 유형의 고용모델보다 노동의 질적향상이 선행 과제"라며 "기존 방식으로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혁신적인 정책과 방향성이 나와야 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지난해 10월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차량공유, 공유숙박, 원격의료 같은 핵심규제 개선안은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보완이 필요하자 홍 부총리는 혁신성장본부 개혁을 통해 개선안을 다듬어나갈 계획을 시사했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임시조직이었던 혁신성장본부를 정규조직으로 승격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책을 만드는 것 자체가 시대를 역행하는 흐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노동사회연구소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돈 들여 일자리를 만드는 시대는 끝났다. 디지털 시대는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시대가 아니다"며 "혁신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만 만들어주면 4차산업시대에 맞는 일자리 창출 분위기가 조성된다. 정부 일자리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3호(2019년 1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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