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찢고 나온 ‘만찢툰’… 가상현실은 왜 웹툰을 주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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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호랑스튜디오
정체냐 도약이냐의 기로에 선 가상현실(VR)산업이 웹툰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는다. VR웹툰은 평면형태로 감상하는 기존 콘텐츠와 달리 360도의 시야각과 특수효과를 제공해 몰입감을 높인다. 글·그림 조합으로 이뤄진 웹툰에 음악과 가상세계의 볼륨감을 더해 한층 입체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VR과 웹툰의 컬래버레이션도 급증했다. 기존 웹툰플랫폼은 물론 기성작가도 신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옥수역귀신’으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웹툰을 선보였던 ‘호랑’ 작가(최종호)는 VR만화플랫폼 ‘스피어툰’을 설립했고 네이버웹툰도 시각특수효과(VFX) 전문기업 덱스터와의 협업을 통해 연재콘텐츠의 VR화를 추진중이다.

◆VR, 왜 웹툰을 택했나

만화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미래형 콘텐츠로 진화했다. 흑백 출판만화에 채색을 더한 그래픽노블 및 애니메이션이 등장한 후 올컬러 웹툰이 떠올랐다. 애니메이션 전단계인 ‘움짤’(움직이는 그림)이나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참여형콘텐츠가 등장하는 등 다양한 변주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VR웹툰은 공간의 제약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작가는 만화를 읽는 규칙에 따라 콘텐츠를 만든다. 출판만화의 경우 좌상단에서 우하단 순으로, 웹툰은 위에서 아래로 읽기 때문에 표현의 제약이 생긴다. VR웹툰은 시야각 제한을 해소할 수 있어 작가의 연출력을 배가한다.

3D그래픽과 사운드를 도입해 콘텐츠에 입체감도 불어넣는다. 웹툰작가이자 스피어툰을 운영하는 최종호 대표는 옥수역귀신 등 기존 작품을 VR웹툰으로 변환하면서 소리가 나올 위치에 사운드파일을 배치해 콘텐츠가 가진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줌인·아웃과 컬러체인지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효과도 더해 볼륨감을 키운다.

엘소드 VR웹툰 '푸른 여명'.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기업에서도 VR웹툰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넥슨은 온라인액션RPG ‘엘소드’의 VR 청 보이스웹툰 ‘푸른 여명’ 예고편을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코믹스브이가 제작·지원한 푸른 여명은 엘소드 캐릭터 ‘청’의 이야기를 담은 VR웹툰이다. CJ CGV의 경우 지난해 CGV용산아이파크몰에 위치한 ‘V 버스터즈’에 VR로 만화를 보는 ‘VR툰’을 론칭했다.

이런 VR과 웹툰 결합의 가장 큰 배경은 시장잠재력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 등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2016년 4200억원 규모였던 웹툰시장은 2020년 1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같은 시기 국내 VR시장은 5조7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두 산업의 결합에는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큰 수익을 얻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능형웹툰 진화 패러다임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양병석 코믹스브이 대표는 “VR사용자가 웹툰 독자층을 넘어섰기 때문에 수요층은 충분하다”며 “기존 2D콘텐츠를 VR로 전환할 경우 적은 비용을 들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시장 진출도 용이하다는 판단이다. VR웹툰 플랫폼 코믹스브이는 일본의 테크노블러드와 협업을 맺고 지난해 11월부터 현지 PC방에 관련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서동일 볼레크리에이티브 대표도 부천국제만화축제의 ‘만화+VR 세미나’에서 “VR이 기존 웹툰플랫폼을 잠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만화 스토리에 힘을 실어주는 신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한계, 극복대상 산적

VR웹툰이 각광받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에겐 낯선 콘텐츠다.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종호 스피어툰 대표는 지난해 10월 ‘유니티로 만나는 애니메이션의 세계’ 세미나에서 VR웹툰이 직면한 한계에 대해 설명했다.

VR환경은 지면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말풍선을 읽는 순서도 독자마다 차이를 보인다. 두번째로 읽어야 할 말풍선을 찾기 위해 헤매다 보면 피로도가 상승해 콘텐츠소비에 부담을 느낀다. 첫 말풍선 뒤에 오는 대화를 애니메이션 형태로 적용해 독자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작가에게 과도한 부담을 요구한다.

/그래픽=머니S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통해 보는 원형시야로 인해 이미지가 급격히 확대되는 부작용도 문제점이다. 만화 속 캐릭터 대신 내부 벽화에 그려진 거대한 거인과 맞서는 형태다. 360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는 스테레오스코픽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시야의 굴곡으로 인한 이미지 거대화 현상이 발생한다.

출판 만화를 그대로 띄워놓은 구성과 느린 컷 전환도 감상 저해요소로 꼽힌다. 웹툰과 달리 모든 방향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기존 콘텐츠와 차이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최대 200메가바이트(MB)에 달하는 1회 용량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최 대표는 세미나에서 “VR웹툰의 많은 문제는 관련 프로그램 개발자의 만화문법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며 “작가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VR만화 제작툴이 보급돼야 VR웹툰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4호(2019년 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cso86@mt.co.kr  |  facebook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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