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인공지능의 발달과 과학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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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역학에 따르면 물체의 미래는 완벽히 결정돼 있다. 운동법칙이 결정론적이기 때문이다. 우주가 고전역학을 따르는 입자들의 집합이라면 내일 집을 나서 처음 우연히 마주칠 사람이 누구일지, 내일 점심으로 고를 메뉴가 무엇일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자유의지나 우연이라 부르는 모든 것이 우주가 탄생하는 순간 이미 그렇게 되도록 결정돼 있다는 상상이 가능하다. 영화 <콘택트>로 만들어진 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라플라스의 마녀>의 근간을 이루는 결정론적 세계관이다.

기계적 결정론에 결정적 타격을 준 것이 카오스 이론이다. 처음 조건의 약간의 차이로 완전히 다른 미래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결론을 준다. 결정돼 있어도 예측할 수 없는 시스템이 도처에 만연하고 결정론과 예측가능성은 다른 것이라는 통찰을 얻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지진이나 날씨다. 다음번 큰 지진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 지 고전역학의 운동법칙을 따라 결정될 것이 분명하지만 우리가 모든 법칙을 정확히 알아도 처음 조건의 불확실성으로 정확한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다. 카오스 시스템에서 얼마나 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지에 관련된 시간 스케일을 ‘랴푸노프 시간’이라고 부른다. 랴푸노프 시간이 지난 후의 미래는 불확실성의 정도가 커서 예측할 수 없다고 카오스 이론은 알려준다.

얼마 전 흥미로운 논문을 접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랴푸노프 시간의 8배 뒤의 미래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결과가 담겼다. 이쯤의 시간에는 시스템의 불확실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처음의 3000배 정도가 돼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게 카오스 이론의 결과다. 그럼에도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었다는 결론이다. 게다가 과거의 정보만 학습에 필요할 뿐 이 인공지능에 운동방정식을 입력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의 발전으로 만약 랴푸노프 시간의 백만배 뒤의 미래를 예측하게 되면 엄청난 응용가능성이 있다.

한달 뒤의 날씨를 알고 싶은가. 다음번 큰 지진이 어디서 생길지 알고 싶은가. 과거의 상세한 날씨와 지진 데이터를 이 미래의 인공지능에 학습시키면 된다. 지진이나 날씨를 기술하는 미분방정식을 전혀 모르는 미래의 인공지능이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

필자는 놀라운 인공지능을 만들어낸 과학의 발전이 그 안에 과학의 종말의 씨앗을 이미 뿌렸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법칙을 몰라도 정확한 예측이 가능한 미래, 이해 없는 예측이 가능한 미래 말이다. 이해 없이도 작동하는 미래 세상에서 우리는 여전히 이해를 꿈꿀까. 이해의 추구를 중단한 미래에 ‘앎이 없는 삶’은 어떤 것일까. 현대 물리학이 선물한 우주의 경이로운 이해가능성은 결국 잠깐의 백일몽인 걸까.

☞ 본 기사는 <머니S> 제575호(2019년 1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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