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갈림길' 영등포·서울역, 내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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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은 옛말. 보장된 상권으로 통하던 민자역사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십년 넘게 유령 건물로 방치된 역사가 있는가 하면 파산 절차를 밟으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역사도 있다. 대형마트·백화점이 입점한 역사들은 그나마 선방 중이지만 이들도 장기 계약이 끝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상권 살리기 프로젝트로 탄생한 민자역사가 어쩌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일까. <머니S>가 민자역사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찾아봤다.<편집자주>

[민자역사의 몰락] ③‘영등포·서울역’ 새 주인 찾기 난항


원상회복이냐 국가귀속이냐. 민자역사는 30년을 주기로 생존 시험대에 오른다. 점용기간 연장허가를 받는 방법도 있지만 사실상 기존 사업자가 이를 선택할 수 없는 구조다. 상권에 따라 일부 민자역사 매장은 접근성이 뛰어나고 유동인구가 많아 유통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다만 ‘30년 시한부’라는 제약을 안고 있어 양날의 검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영등포역사와 서울역사를 꼽을 수 있다.

영등포역사/사진=임한별 기자
롯데백화점이 들어선 영등포역사와 롯데마트가 영업 중인 서울역사는 오는 12월31부로 영업이 종료된다. 롯데는 30년 전부터 서울역(한화유역사로부터 재임대)과 영등포역사 부지를 점용해 백화점과 마트·아웃렛을 운영했다. 계약기간은 2017년까지였으나 입점업체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2년 연장했고 올해 종료된 뒤 국가에 귀속된다.

현행법상 점용기간이 만료되는 민자역사는 ▲국가귀속 ▲국가 귀속 후 원상회복 ▲점용허가연장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정부는 영등포역사와 서울역사의 경우 민자역사의 점용허가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기간이 만료되는 사례라는 점을 들어 국가귀속을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국가귀속 결정 후 진행해야 할 첫단계는 새 주인 찾기다.

◆ 2월 말 신규 사업자 공모… ‘최고가 낙찰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다음달 말 영등포역과 서울역의 신규 사업자 공모를 진행한 후 1차 사전 적격심사를 거쳐 올 상반기까지 사업자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사전 적격심사는 참가자의 사업능력 여부를 평가하고 심사를 통과한 업체들이 가격경쟁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전 적격심사를 통해 참여자가 대규모 점포를 몇년 이상 영업했는지, 매출액은 얼마인지 등을 꼼꼼히 평가할 예정”이라며 “이는 해당 점포를 터전으로 삼는 중소 파트너사와 소상공인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는 만큼 사업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서울역 내부/사진=임한별 기자
입찰 방식은 최고가 낙찰제를 기본으로 한다. 최고가 낙찰제란 경쟁입찰에서 최고가를 써낸 사업자가 사업권을 낙찰 받는 방식. 경쟁업체들보다 높은 금액을 써내면 점용권을 가져갈 수 있다. 관련법에 따라 지명 경쟁에 부칠 수도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에서 계약 상대를 지정하고 그 가운데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에 응하는 자와 계약을 맺는 방법이다.

점포 사수에 비상이 걸린 롯데는 이번 신규 사업자 입찰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영등포점과 서울역점 모두 유동인구가 풍부한 노른자 상권인데다 개별점포 매출이 모두 상위권인 알짜배기라는 점에서 롯데가 최고 입찰가를 써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롯데가 이번 입찰에 성공하면 한화역사에 위탁 경영을 하고 있는 서울역점은 계약관계가 바뀐다. 롯데역사가 점용권을 갖고 있는 영등포점은 그대로 영업하면 된다. 만약 새로운 신규 사업자가 입찰에 성공하더라도 롯데가 점포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서울역사처럼 사업허가권자와 롯데가 위탁경영 계약을 체결하면 가능하다.

◆ 국가귀속 결정… 새 주인찾기 걸림돌으로

업계에선 신규 사업자 공모에 유통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을 낮게 본다. 영등포점은 인근에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 민자역사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 온 애경의 입찰 참여도 거론되고 있지만 백화점보다 성장성이 높은 NSC형(지역친화형쇼핑센터) 쇼핑몰 확대에 매진하고 있는 만큼 실제 입찰에 참여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영등포역과 서울역 신규 사업자 선정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이 국가귀속 결정이다. 역사가 국가에 귀속되면 국유재산법 적용을 받는데 이 경우 임대 기간은 최장 10년(5+5년)에 불과하다. 종전 30년에서 10년으로 확 줄어들게 된다.

영등포역과 서울역이라는 지역 대표상권 특성상 눈독을 들이는 유통업체들이 많지만 10년을 바라보고 수억원에 달하는 시설 투자를 해가며 들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현 국유재산법의 전대(재임대) 불가 조항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통상 백화점·마트 등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개별 매장 운영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이를 금지하면 점포의 20% 정도를 임대 매장으로 운영하는 백화점 운영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는 기본적으로 30년 장기 임차를 하는데 10년만 보고 들어가기에는 리스크가 따른다”며 “여기에 전대불가 조항이 있다면 정부가 국가재산으로 귀속되는 역사를 백화점과 같은 상업시설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행제도 내에서는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법령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부도 이 같은 업계 의견을 반영해 철도사업법 개정을 준비해왔다. 개정안에는 영업기간을 최장 20년까지 보장하고 제한적인 전대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당장 신규 사업자 공모가 다음 달로 정해진 만큼 개정안이 2월 중 통과될 확률은 매우 낮다.

영등포·서울역사가 이런 문제점을 안고 새 주인 찾기에 성공한다 해도 앞으로가 문제다. 2027년 산본역사를 시작으로 2033년 수원역사, 2036년 신촌역사, 2038년 왕십리역사 등 남은 13개 민자역사도 줄줄이 영업종료를 앞뒀다. 이들 역사도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점용기간이 끝난 뒤 같은 원칙에 따라 처리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6호(2019년 1월22~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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