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다 했더니… '액티브엑스'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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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한국인터넷진흥원(KISA)

# 인천 중구에 사는 유모씨(35)는 지난 15일 서비스를 시작한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페이지에 접속했다가 예년과 다른 점을 감지했다. 지난해만 해도 국세청 홈택스에 로그인하기 위해서는 각종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화면을 몇번 닫았다 열어야 했지만 올해는 바로 연말정산 화면이 나타났다. 유씨는 “매년 통합설치 프로그램이다 뭐다 접속 과정이 상당히 길었는데 올해는 바로 자료를 받아 나올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 왜 이렇게 편리한 방식을 적용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서 ‘액티브X’(이하 액티브엑스)가 사라졌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 홈택스는 물론이고 정부민원포털과 특허청, 관세청, 경찰청, 국민연금공단 등 다수의 기관 홈페이지에서 사용자의 불편을 유발하던 액티브엑스가 감쪽같이 모습을 감췄다.

액티브엑스는 인터넷 브라우저가 제공하지 않는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종의 ‘플러그인’(Plug-in)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크롬, 사파리 등 별도의 브라우저 이용자들은 액티브엑스 기능이 필요한 사이트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액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를 제거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해 11월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본격적으로 액티브엑스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2일 행정안전부는 “국민들의 이용이 많은 공공기관 22개 웹사이트에서 플러그인을 제거하는 사업을 발주 공고했다”며 본격적인 액티브엑스 철거에 나섰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번 플러그인 제거에 대한 정부의 원칙은 별도의 플러그인 없이 웹브라우저만으로 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만 최신 웹표준을 지원하지 않는 웹브라우저 사용자는 플러그인 방식을 지원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액티브엑스 제거 추진계획을 보고받는 등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 /사진=청와대

◆인터넷 확산 효자에서 천덕꾸러기로

그간 여론은 각종 불편함을 유발하는 액티브엑스를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6년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3.0에서 처음 도입된 액티브엑스는 당시 국내에서 절대적이던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의 위세를 등에 업고 급속도로 확산됐다. 각종 사이트가 이를 기반으로 제작되면서 인터넷 콘텐츠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인터넷 환경이 MS에 종속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일부 공공기관 홈페이지는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로만 이용할 수 있었다.

인터넷 생태계에서 다양성이 사라지면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액티브엑스를 사용하지 않는 해외에서 국내 물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모바일시대가 본격 도래한 2010년대 들어서는 스마트폰으로 정부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보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공격자들은 액티브엑스의 취약점을 활용해 악성코드 유포, 디도스 공격 같은 행동을 자행했다. 실제 2009년 액티브엑스를 악용한 악성코드에 감염된 좀비 PC들이 청와대를 비롯한 공공기관을 공격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이같은 문제로 구글은 물론 액티브엑스를 만든 MS도 지원을 끊자 정부도 액티브엑스 벗어던지기를 가속화했다.

이 움직임은 이전 정부에서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액티브엑스의 사용을 금지하는 대신 EXE로 대체한다”고 발표해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EXE 실행파일은 인터넷 익스플로러 뿐만 아니라 크롬, 사파리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파일을 따로 설치하기 때문에 액티브엑스와 마찬가지로 불편함을 유발하는 방식이다.

한 전문가는 EXE방식의 도입을 두고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노플러그인으로 공개된 만큼 EXE 방식도 액티브엑스와 마찬가지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정부의 움직임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경기 화성시에 사는 박모씨(29)는 “이렇게 금방 없어질 것인데 그동안 너무 시간을 오래 끌었다”며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이용할 때면 매번 답답한 느낌을 받았는데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이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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