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황금돼지해'가 가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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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돈’(豚)이라는 한자 발음이 화폐인 ‘돈’과 같고 한번에 8∼12마리 새끼를 낳기 때문에 재물과 다산(多産)을 상징하며 커다란 덩치는 풍족함을 나타낸다. 그래서 사업 번창을 기원할 때는 돼지머리에 돈을 꽂고 제사 올리며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구입한다. 돈을 모으는 저금통도 전통적으로 돼지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특히 기해(己亥)의 기(己)는 10개 천간(天干) 각각이 나타내는 색깔 중 노란색에 해당해 올해 기해년은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색 돼지의 해가 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재물운 품은 황금돼지띠

황금돼지해에 태어나는 아이는 재물운이 있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그럴까. 국내 상장사 주식 지분을 지난해 하반기 기준 5% 넘게 보유한 돼지띠 ‘큰 손’ 중에 황금돼지해인 1959년에 태어난 사람이 44.5%로 가장 많다(기업정보 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 또한 돼지띠 가운데 국내 상장사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장급 이상 CEO 중 황금돼지해 출생인 경영인은 54.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재벌닷컴).

역시 같은 황금돼지해 기해생인 지인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사업을 한 적이 전혀 없지만 오늘날까지 상당한 재산을 일궜다. 돈 버는 것과는 거리가 먼 순수 학문을 평생 생업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부인도 전형적인 서민 집안 출신이라서 처가 덕을 보지도 않았을 것 같다. 서울에 직장을 정했을 때 돈이 적어서 서울에서 꽤 떨어진 곳의 싼 집에 살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차례 이사하는 것을 봤는데 집을 옮길 때마다 상당히 큰 차익을 남기곤 했다. 급기야 강남권으로 들어와 대단지 아파트를 몇번 옮겼다.

집 구입 시 으레 대출을 받았고 집값이 오를 때는 가격상승률에 레버리지효과의 수익을 거뒀으며 그렇게 수차례 옮기면서 복리효과까지 나타났다. 레버리지효과에 복리효과가 곱해지면서 자산증식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 늘 1가구 1주택으로서 직접 주거하는 주택 이외의 부동산을 구입한 적은 없었다. 옮기는 집마다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것을 보면서 재물운이 따르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집을 구할 때마다 미래 가치를 세밀하게 분석해 결정내리는 걸 보고 단순히 운에 의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

◆기해년 출산율 증가 기대

사주팔자가 태어난 연·월·일·시로 결정되지만 운명의 60%는 태어난 해, 즉 띠에 따라 정해지고 40%가 월·일·시 등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하는 역술인도 있다. 기해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대체로 건강하게 잘 살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제시하지 않는 역술인의 일방적인 말이라 ‘믿거나 말거나’지만 태어날 아이의 운명이 좋다는 말을 굳이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과거에 운이 따라주는 해라고 하면 적극적으로 임신계획을 세워 출산하는 부부가 늘어났다고 하는데 기해년인 올해도 과연 그럴지 궁금하다. 특히 경제적으로 살아가기가 힘들어지는 요즘 같은 때는 여러 운 중에서도 재물 운이 따르는 해를 가장 선호할 수 있겠다.

12년 전 2007년 돼지해는 정해(丁亥)년으로서 정(丁)이 화(火)를 나타내 붉은색 돼지해였다. 붉은색은 권위, 재수 등을 나타낸다. 때문에 2007년 붉은돼지해에도 출산 열풍이 불었다. 중국에서는 붉은색이 부의 상징이다. 붉은돼지해인 2007년 국내 출생아수는 49만3189명으로 이전인 2006년(44만8153명)과 2005년(43만5031명), 이후인 2008년(46만5892명)과 2009년(44만4849명)보다 훨씬 많았다. 2007년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출생아수의 통산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출생아수가 지난해까지 수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는데 황금돼지해인 올해에 과연 붉은돼지해 2007년처럼 출생아수가 다시 늘어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런데 여기에 다른 고려할 요소가 있다. 2007년은 직전해인 2006년이 음력으로 윤달이 있어서 한해에 입춘이 두번 들어가는 쌍춘년이었다. 봄의 왕성한 기운을 상징하는 입춘이 두번 들어 있는 해는 결혼에 더없이 좋다는 속설로 인해 2006년에 결혼하는 사람이 가파르게 늘어났다. 따라서 2006년에 결혼한 부부 중 상당수가 2007년에 출산하면서 출산율이 크게 증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혼인수는 2006년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완연한 하향 추세를 나타낸다. 미혼으로 사는 싱글이 늘고 있고 직장생활하는 여성의 증가로 만혼이 대세가 됐기 때문이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딸 수 있듯이 결혼을 안하고 싱글라이프를 누리는 사람이 늘어나는 시대에 출산율이 증가할지 지켜볼 일이다.

◆저마다 황금돼지 마케팅

다만 황금돼지해가 지니는 의미에 대한 홍보가 여러 매체를 통해 강화되고 유통업계, 출산업체 등은 이를 마케팅에 활용해 출산을 장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유아·아동 관련 매출이 특정 십이간지와 맞물린 해의 출생아수 증가에 따라 함께 늘어났던 과거 사례가 있다. 이미 롯데백화점은 올 1월2부터 20일까지 진행된 신년세일에서 예비맘(임산부) 고객을 위한 이벤트를 펼쳤다.

한편 임신, 육아, 출산과 관련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황금돼지해의 출산을 앞둔 예비엄마들이 흐뭇해하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예비맘 글에는 카카오톡, SNS 아이디를 써놓고 소통하자는 답글이 올라온다. 또한 이미 지난해부터 황금돼지해에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라면서 자축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어떤 지인은 재작년에 결혼했는데 부부가 꽉 찬 나이임에도 지난해에 아이를 낳지 않고 그냥 넘겼다가 올 가을에 출산할 예정이다. 혹시 일부러 황금돼지해에 출산하려고 계획했던 것인지 물어봐야겠다.

출산과 관련되지 않는 업계에서도 황금돼지해의 상업적 효과와 긍정적 효과를 얻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황금돼지해를 기념하는 골프 볼마커세트를 비롯해 여러 제품이 시중에 나와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수작업으로 만든 황금돼지를 넣은 ‘입체형 황금 돼지 메달’ 2종을 출시했다. 메달 앞면에는 엽전과 동전이 열린 나무 주위로 아기 돼지들이 뛰노는 돼지꿈의 이미지와 메달 밖으로 튀어 나오려는 아기 돼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나타냈다. 조폐공사다운 위변조방지 기술이 적용된 잠상(숨겨진 그림)은 보는 각도에 따라 ‘복’(福) 문자와 돼지의 옆모습을 보여준다. 메달 뒷면에는 복스럽고 평화로운 아기 돼지 두마리 모습이 예술적으로 표현됐으며 메달 전체적으로는 행운을 상징하는 7마리 돼지가 새겨졌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새해를 기원하는 ‘돼지의 해 골드바’ 4종도 출시했다. 골드바 뒷면에는 역시 조폐공사 특허인 잠상 기술을 적용해 위조를 원천적으로 방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기해년을 기념하는 우표 2종 67만2000장과 소형 시트 11만장을 발행했다. 우표에는 금박과 홀로그램박, 엠보싱을 넣어 설빔을 입은 아기돼지와 눈 맞는 아기돼지 모습을 담아 풍요와 희망을 표현했다. 적은 비용을 들여 황금돼지해 기념우표를 소장해도 좋고 지인에게는 복과 재물이 깃드는 새해가 되길 기원한다는 인사와 함께 주는 간단한 선물로 활용해도 된다. 유엔 산하 만국우편연합(UPU)에서도 기해년 황금돼지해 특별 기념 우표책을 발행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한국 역사와 문화 속에 깃든 돼지의 존재와 상징을 살펴볼 수 있는 ‘행복한 돼지’ 특별전이 오는 3월1일까지 열린다.

자신이 자신에게 선물하는 의미로 대박을 꿈꾸며 로또 복권을 살 수도 있다. 혹시라도 돼지꿈을 꾼 날, 곧바로 밖에 나가 로또를 사면 어떨까. 다만 어디까지나 재미로만 구입해야지 큰 의미를 둬선 안되겠다. 아무리 운이 따르더라도 확률이 워낙 낮기 때문이다. 혹시 올해 ‘황금돼지해에 돼지꿈을 꾸고 복권을 사서 대박 맞았다’는 사람에 대한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2019 해돋이.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577호·5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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