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종교는?"… '알쏭달쏭' 종교마다 다른 설 차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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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마다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이런저런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온가족이 모이는 ‘표면적 이유’는 제사다. 

전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한국만큼 제사에 신경 쓰는 민족은 없다.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명절 스트레스의 주범이자 시집증후군의 원흉이며 결혼 기피대상으로 제사 지내는 집 장남이 거론되기도 한다. 게다가 부부가 종교마저 다르다면 제사는 가정불화의 기폭제가 된다. 종교마다 제사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제사의 의미가 예전보다 희미해지고 제사를 대하는 종교의 태도도 많이 달라져 조화로운 지점을 찾고자 노력한다. 종교별 제사를 대하는 태도와 명절 차례법을 알아봤다. 

차례상. /사진=이미지투데이

전통 차례는 조상님을 모시는 ‘강신’으로 시작한다. 제주가 향을 피우고 술을 3번 나눠 부은 뒤 2번 절한다. 이어 온가족이 절을 하고 술을 올린 다음 밥에 숟가락을 꽂고 젓가락을 차례 음식에 올려놓는다. 조상님이 식사하는 시간인 ‘합문’에는 밖으로 나가 기다린다. 합문이 끝나면 숟가락을 거두고 조상님을 배웅하며 절을 한다. 차례 도구를 정리한 뒤 음복주와 음식을 먹으며 조상의 덕을 기리면 차례는 끝난다.


◆불교, 술 대신 차 올리고 ‘아미타경’ 독송

불교는 유교처럼 이렇다 할 가정 제사의식이나 차례의식이 없다. 유교는 ‘예기’(禮記)라는 책을 통해 인륜의 대사라 할 수 있는 관혼상제를 자세히 설명하나 불교는 그 나라의 전통과 풍습을 존중해 불교 특유의 가정 제사의식을 세우지 않는다. 따라서 많은 불교도가 유교 전통에 따라 제사를 지낸다.

이에 조계종 포교원에서는 2011년 신도들을 위해 ‘명절 차례상 지침’을 제작, 불교식 차례법을 설명했다. 불교를 믿는 가정에서는 술 대신에 차례(茶禮)라 해서 정성이 담긴 차와 음식을 마련한다. 향과 초를 준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아미타경’ 등을 독송한 뒤 초헌을 올린다. 삼배를 한 다음 아미타불 명호를 부른다. 진수와 동시에 중헌을 하고 삼배한 뒤 반야심경을 봉복하고 천도원문을 작성해 읽는다. 마지막으로 종헌을 한 뒤 삼배로 끝을 맺고 상을 거두면 된다.

◆천주교, 제사의 근본정신 존중

천주교는 전파 초기 제사를 미신으로 치부하며 금지했지만 교황 비오 12세가 1939년 '중국 의식(儀式)에 관한 훈령'을 통해 제사가 우상숭배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풍속이라고 밝히면서 입장이 바뀌었다. 조상에 대한 효성을 나타내는 전통문화라 해 제사를 허용한 것. 나아가 1965년 가톨릭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각 민족의 문화와 풍습을 존중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하며 몇가지를 제외하고 제사 의식을 인정했다.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는 제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제사의 근본정신은 선조에게 효를 실천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뿌리 의식을 깊이 인식하며, 선조의 유지에 따라 진실된 삶을 살아가고 가족 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이루게 하는 데 있다. 한국 주교회의는 이런 정신을 이해하고 가톨릭 신자들에게 제례를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한 사도좌의 결정을 재확인한다.”

천주교 신자는 제사 전에 복장을 단정히 하고 고해성사를 함으로써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다. 제사상에는 십자가와 조상의 사진, 이름을 올린다. 향을 준비한 다음 성가를 부르며 성호를 긋고 두번 절한 뒤 분향하고 잔을 올린다. 조상을 기리는 말을 하거나 성경을 읽은 후에는 두번 절하고 나서 묵상한다. 국그릇 대신 냉수를 올린 다음 작별 배례를 하고 마지막 성가를 부르며 제사를 마친다. 

천주교회는 향을 피우고 절을 하는 예식은 허락했지만 위패에 신주라는 글씨를 쓰거나 혼령을 불러들이는 축문을 읽는 행위는 금지했다. 우상숭배를 연상시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개신교, 전면금지에서 일정 부분 용인 추세로

제사와 가장 거리가 있어 보이는 개신교도 차례를 지낼 수 있다. 개신교는 전통적으로 차례를 금했지만 최근 들어 제사를 일정 부분 용인하는 추세다. 대한감리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등의 교단들은 명절예식서도 마련했다. 예컨대 ‘절은 못해도 제사상은 차릴 수 있다’는 식이다.

김명혁 목사는 2011년 크리스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제사를 드리지 말자고 하면서 다른 종교의 풍습을 '마귀적'이라 몰아세우는 등의 투쟁적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제사상을 차릴 수도 있고 제사음식을 만들 수도 있다"며 "바울도 제사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절만 못하겠다고 하면 된다. 본질이 아닌 부분을 양보하면 상대방도 이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천투데이에 따르면 이은선 안양대 교수는 2014년 한 세미나에서 "교회는 추모예배의 성격을 잘 가르쳐 건전한 신앙과 함께 조상을 공경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제사의 우상숭배적 요소를 제거하더라도, 제사가 가진 효도와 조상 기림, 가족공동체 유지 등의 미풍양속을 어떻게 지속할지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원불교, 교당에 모여 합동 향례

원불교의 경우 명절 당일 교당에 모여 합동 향례를 올린다. 향례는 원불교 예법에 따라 진행되며 불단에는 음식과 술 대신 꽃과 향초만 올린다. 합동 향례가 끝나면 담소를 나누거나 간단히 식사를 하고 헤어진다고.

설날의 전통 분위기와 원불교의 의례를 조화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성훈 전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는 1997년 발표한 논문 '민속 의례와 원불교 의례'에서 “원불교 신정절 행사에서는 전래 풍속인 차례의 아름다운 옛 향내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어 "설날에 차례를 지내는 것은 조상을 숭배하고 그 은혜에 보답하려는 행위"라며 "새해를 맞이한 첫 행동이 차례로 나타나며 무엇보다도 먼저 했다는데 의미가 있고 한국인의 의식을 나타낸 것이므로 이 같은 의식을 원불교 의례와 조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도교, 조상의 영혼은 후손 안에
천도교는 맑은 물을 한그릇 떠놓고 조상의 음덕을 기린다. 특이한 점은 제사상을 벽 쪽이 아니라 절하는 사람 쪽으로 향하게 둔다. 조상의 영혼은 제사 때만 찾아오는 게 아니라 후손들 속에 살아 숨쉬고 있으니 나를 향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영신 lebenskunst@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강영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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