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보험업계 역습 '환헤지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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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맨 오른쪽)이 지난 1월24일 서울 세종대로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비은행권 거시건전성 관리강화 TF'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뉴스1 DB.
2017년에는 보험사의 해외투자 확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환리스크 규제를 완화했던 금융당국이 2년 만에 기조를 바꿔 환율 리스크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2년 전에는 환헤지 기간이 1년 미만이어도 자산듀레이션에 인정해주기로 했지만 이제는 외화채권과 환헤지 만기차가 크면 자본을 더 쌓도록 변경했다. 당국 방침을 따른 보험사들은 그대로 부메랑은 맞는 셈으로 자산운용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투자에 적극 나선 보험사는 중견·중소형사에 쏠려 있어 대형사보다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자본확충에 바쁜 보험사들은 오락가락 정책에 더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환헤지 기간 짧으면 자본 늘려라”

금융당국은 최근 ‘비은행권 거시건전성 관리강화방안’을 마련하고 보험사의 환헤지 규제를 강화했다. 외화채권과 환헤지 간 만기차가 클 경우 요구자본을 추가로 적립토록 한다는 게 골자다.

이는 보험사 지급여력(RBC)비율 산정 시 부담이 가중되는 요소다. RBC비율을 산출할 때 세부 항목은 ▲보험위험액 ▲금리위험액 ▲신용위험액 ▲시장위험액 ▲운영위험액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번 규제 강화 방안은 시장위험액 규제 강화에 해당된다.

계약만기 1년 미만 파생상품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은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0.8%의 위험계수를 적용하고 6개월 미만 파생상품 익스포져는 1.6%를 적용하는 방안 등이 마련된다. 잔존만기에 따라 외환익스포져 차감비율 차등화 내용도 포함된다.

보험사들은 해외 유가증권에 투자할 경우 리스크 대응을 위해 환헤지에 나서며 이는 투자영업비용에 반영된다. 파생상품 거래손실 및 평가손실, 외환차손 등이 대표적인 비용발생 항목이다.

채권 만기에 맞춰 환헤지를 걸면 리스크는 안정적이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재무제표 변동성이 확대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 보험사가 환헤지를 짧게 가져가면서 만기를 재연장(롤오버)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번 금융당국 규제는 환헤지 만기를 가능한 길게 가져가 리스크를 관리하라는 요구다.

◆짧아도 된다 할 땐 언제고… 오락가락 정책

이 같은 금융당국의 입장은 2017년과 상반된다. 당시에는 보험사가 RBC비율 관리를 위해 자산 듀레이션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외화채권 투자 규제를 완화했다.

RBC비율 산출시 반영되는 부채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 잔존만기는 2017년 20년에서 지난해 25년, 올해는 30년으로 확대된다. 자산-부채듀레이션 갭(차)은 제로(0)에 가까울수록 건전한 것으로 보는데 부채 듀레이션 만기가 길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자산 듀레이션도 같이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기 위해서는 장기채권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해외에는 국내 시장에 비해 금리가 유리한 장기채 물량이 많아 중소·중견 생보사를 중심으로 해외투자에 적극 나섰다.

완화된 규제는 외화채권에 대한 환헤지 기간이 1년 미만이더라도 자산 듀레이션으로 인정해주는 내용이었다. 이는 RBC비율 항목 중 금리위험액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보험사들은 최근 3~4년간 해외투자를 급격히 늘려왔으며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이후 환헤지 기간을 3~6개월로 가져가 비용 부담을 덜었다. 지난해 상반기 원화강세로 환리스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보험사나 금융당국 모두 자산-부채 듀레이션을 제로(0)에 맞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만 보였다.

한 생보사 자산운용 담당자는 “이상적인 운용 방식은 10년 만기 채권에 대해 10년 환헤지를 거는 것이지만 투자비용 부담이 크고 재무제표 변동폭이 커 헤지 기간을 짧게 가져간다”며 “자산-부채 듀래이션 차를 제로(0)에 맞추는 것이 현 상황에서 우선인 만큼 이에 초점을 둔 전략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사 부담 가중… 자율성 논란도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외화증권 투자 비중을 총 자산의 3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한화생명의 외화증권 비중이 21.5%로 가장 높고 농협생명(20.4%), 동양생명(20.1%), KDB생명(20.0%), 처브라이프(15.6%)가 그 다음이었다. 한화생명을 제외하면 모두 중소·중견사로 분류된다.

이 밖에 대만 푸본생명이 대주주인 푸본현대생명(13.8%)은 2015년 말 이후, DGB생명(11.5%)은 2016년 말 이후 본격적으로 해외투자를 강화해 해외투자 비중이 10%대를 넘겼다. ‘빅3’에 속하는 삼성생명은 5.6%, 교보생명은 15.0%다. 이번 해외투자 규제 강화로 직격탄을 맞는 것은 대다수 중소·중견사가 대부분인 셈이다.

문제는 중소·중견사는 대형사에 비해 자본확충 여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2022년 도입 예정인 IFRS17에 대비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외 금리 인상 기조가 부담이다. 이전에는 영구채 성격을 지닌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주를 이뤘지만 금리 부담에 발행이 더 어려워졌고 대신 후순위채 발행으로 급한 불을 끄는 모습이다. 이마저도 금리 상승기여서 이자비용 부담이 만만찮다.

1)생보사 한 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방안은 아무래도 중소·중견사 등 해외자산 투자에 공격적인 회사의 타격이 클 것”이라며 “헤지 기간을 정하는 것은 보험사 운용 전략인데 짧게 롤오버하는 것에 대해 모두 자본을 쌓으라고 하면 운용의 자율성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보험리스크제도실 관계자는 “환헤지를 너무 단기로 할 경우 상환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이전까지는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았지만 신지급여력비율(K-ICS)에도 이런 부분이 반영돼 규제를 강화키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2017년 규제 완화 이전부터 보험사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환헤지를 단기로 가져가 리스크가 컸다”며 “현재 가능한 안은 나온 상태로 관련부처와 협의를 거쳐 가능한 빨리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우진 jwj17@mt.co.kr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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