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 이름 바꾸면 대출금리 정말 낮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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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씨는 올 하반기 대출금리가 내려간다는 소식에 이사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최근 대출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져서다. 김 씨는 “최근 전세거래가 크게 줄어서 어렵지 않게 전세계약을 연장했다. 대출금리가 내려가면 이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출금리 산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0년 만에 바뀐다. 정부는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해 코픽스를 산정하는 항목을 손질키로 했다.

은행연합회는 다음달 ‘대출금리 산정을 위한 개선 방안TF’를 발족하고 새로운 코픽스 산정에 돌입한다. 새로운 코픽스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는 논의도 검토 중이다.

◆CD금리 대체한 코픽스 손질 

코픽스는 8개 은행이 시장에서 조달하는 정기 예·적금, 기업어음(CP) 등 8개 금융상품의 평균 이자를 토대로 산정한다. 2010년 처음 코픽스가 도입될 때는 ‘결제성 자금’으로 불리는 요구불 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은 변동성이 커서 코픽스에서 제외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하지만 이 돈들이 은행의 대출재원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드러나 새로운 코픽스 산출 시 포함시키기로 했다. 결제성예금과 정부·한은 차입금은 금리가 낮기 때문에 코픽스는 0.27%포인트 내려갈 전망이다. 동시에 대출금리도 내려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새로운 코픽스는 7월부터 ‘잔액기준 코픽스’에 적용될 전망이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은행이 한달간 빌려온 돈의 금리를 가중평균으로 계산해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잔액기준 코픽스만 개편키로 했다. 은행은 대출금리를 정할 때 ‘기준금리+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 공식을 사용한다. 기준금리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표가 바로 코픽스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취급하는 변동금리 대출의 60%는 코픽스를 사용한다”며 “새로운 코픽스가 사용되면 자연스레 대출금리도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픽스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미국의 ‘코피’(COFI)를 벤치마킹해 탄생했다. 코픽스가 CD금리보다 단기 자금조달비용 반영도가 높아 만기가 짧은 기업대출이나 가계신용대출 등에 지표로 활용된 것이다.

2012년 12월 첫 단기코픽스 금리는 2.95%로 CD금리 2.89%보다 0.06%포인트 높아 은행의 반발이 적었다. 바뀐 대출금리 산정기준에 은행은 이자이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코픽스 개편에는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 은행의 수익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산금리 올리면 대출금리 인하 ‘글쎄’


지난해 국내은행의 순이익은 11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금리인상기에 힘입어 이자이익이 늘어난 결과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의 강력한 가계부채 대책과 부동산 규제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은행 수익도 줄어들 위기다. 여기에 코픽스 쇼크까지 겹치면 은행은 적게는 연간 1000억원, 많게는 1조원 이상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잔액 기준 코픽스 대출상품은 연간 36조원에 달한다. 금리가 0.27% 포인트 떨어지면 1000억원의 이자 비용이 절감된다. 신규 코픽스로 갈아타는 대출의 이자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은행의 이자이익은 최대 1조3000억원 줄어든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성장률 하락과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업대출 영업기회 축소, 영업 리스크 확대로 은행 수익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며 “코픽스 개편 후 올해 국내은행 당기순이익은 9조8000억원으로 2조원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 악화에 직면한 은행권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시장개입이 코픽스를 넘어 가산금리로 향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코픽스 도입으로 금리인하 효과를 내기 위해 은행의 고무줄식 가산금리도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산금리는 은행 인건비 등 업무 원가, 세금, 고객 신용도를 고려한 위험 비용, 목표이익률, 가감조정금리 등을 합쳐 산출한다. 가감조정금리는 카드 사용 실적 등으로 받는 우대금리와 지점장 전결 금리로 구성된다. 대출자의 금리가 어디서 더해지고 빠졌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은행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가산금리 계산법을 공개하지 않았다.

은행 관계자는 “코픽스에 결제성자금을 포함하면 가산금리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어 금리가 올라간다”며 “단순히 코픽스를 낮춘 효과가 대출금리 인하로 나타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은행은 국내은행과 마찬가지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를 책정한다. 우리나라처럼 하나의 대출금리 기준을 쓰는 곳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도시에 불과하다.

미국은 1년 만기 국채수익률(CMT), 1년 만기 국채월평균 수익률(MTA), 리보(Libor), COFI 등을 대출금리 산출 기준으로 삼고 가산금리를 자유롭게 책정한다. 이에 따라 순이자마진(NIM)은 1.63% 수준으로 국내은행보다 훨씬 높다. 유럽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대출금리 기준으로 리보나 유리보(Euribo)를 쓰고 일본은 도쿄은행 간 차입금리인 티보(Tibor)나 우량 고객 적용금리 프라임레이트(Prime Rate)를 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은행은 은행연합회가 코픽스를 산출하고 대부분 이를 기초로 대출을 내준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 대출을 관리하는 게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능사가 아니다. 금융회사가 더 건강하고 투명하게 경쟁이 되도록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코픽스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고 금융시장 전체를 반영해야 하는데 의도적으로 대출금리를 낮추는 목적으로 제도를 바꾸려 한다”며 “단순한 개입보다 시장경쟁과 소비자 보호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9호(2019년 2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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