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는 지금] 1회용 비닐 쓰지마? 뿔난 소비자 "우리가 봉이냐"

 
 
기사공유
사진=뉴스1DB
#.주부 이모씨(44)는 얼마 전 대형슈퍼마켓에서 장을 본 뒤 1회용 비닐봉투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올해부터 정부 정책상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돼서다. 이씨는 결국 종이봉투를 구입해 장을 본 물건을 담았다. 이씨는 "환경정책에 공감하지만 무조건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능사인지 모르겠다"며 소비자 불편도 헤아린 정책이 시행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새해부터 대형마트나 일정 규모 이상의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환경부는 이미 대형마트들이 자체 비닐봉지 줄이기 정책으로 종량제 봉투, 박스 등의 이용을 독려하고 있어 이번 규제로 소비자 불편은 없을거라고 전망했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은 달라보인다.

◆시행 한달… 혼란 줄었나

올해 1월1일부터 환경부가 발표한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와 165㎡ 이상의 슈퍼마켓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됐다. 바뀐 규정이 적용되는 대형마트는 전국에 2000여곳, 슈퍼마켓은 1만1000여곳에 이른다.

국내 1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자원순환연대에 따르면 국내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은 2017년 기준 220억장으로 1인당 423장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인당 70장을 사용하는 독일의 6배, 120장을 사용하는 스페인의 3.5배 수준이다.

환경부는 강력한 억제정책을 내놨다. 지금까지는 1회용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앞으로는 아예 사용을 못하게 했다.

환경부는 3월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4월부터 이를 어길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포장하지 않은 생선, 정육, 야채 등을 담을 수 있는 투명한 속비닐은 사용 가능하다. 전통시장은 시행 대상서 제외됐다.

1회용 비닐봉투 사용 금지 시행 초기, 속비닐 사용 문제로 일선 마트에서는 고객과 점원간 작은 실랭이가 벌어졌지만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자 혼란도 잠잠해지고 있다는 것이 유통업체들의 설명이다.

주요 대형마트의 경우 2010년부터 자발적 협약을 통해 비닐봉지 대신 빈 박스나 장바구니 등을 쓰고 있다. 또한 중대형 슈퍼마켓도 재사용 종량제봉투 등 대체재가 활성화돼 있어 이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1회용 비닐봉투를 갑자기 찾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1회용 봉투 제공 금지 안내문을 본 고객들이 점원에게 이유를 묻는 통에 계산대 업무 혼잡이 초래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금지제를 시행한지 한달 가까이 되면서 소비자들도 익숙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왜 늘 우리만 불편"… '자체 캠페인'으로 반발 줄여야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지난해 커피전문점 1회용 컵 제공 금지에 이어 이번에도 '무조건 쓰지마'식 정책을 내놓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다. 

각종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이번 환경부 정책에 대해 "공감하고 참여하겠다"는 입장이 많았지만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이디 nayo****는 "과자나 선물세트 등이 비닐로 과대포장돼 있는 등 공산품 포장문제만 해결해도 1회용 비닐 사용이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라며 "무조건적 시민 참여만 기대하지말고 기업 규제나 강화해라"고 밝혔다.

아이디 libe****는 "1회용 커피컵 사용 규제 때도 그렇고 환경정책은 죄다 소비자만 불편을 담보로 한다"며 "주위에서는 '자연환경을 위해 그 정도도 못하냐'고 눈치까지 준다. 내 돈내고 내가 왜 불편을 겪어야 하나. 정책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고 토로했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전통시장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이디 ffre****는 "전통시장도 1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이 높지만 규제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고 꼬집었다.

지나해 추석, 망원시장이 진행한 'NO 플라스틱 마켓, 알맹@망원시장' 캠페인 참가자의 모습./사진=뉴스1DB

전통시장은 연간 1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이 약 50억장으로 추정된다. 1인당 1회 소비 시 비닐봉투 사용량도 전통시장은 1.98장으로 0.62장인 슈퍼보다 약 3배 가량 많다. 

김미화 자연순환연대 사무처장은 "일관성 없는 규제에 전통시장은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다"며 "전통시장에서는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자발적 협약이나 지자체 예산을 통해 비닐봉투 사용을 감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도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추석,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상인회는 2달 동안 장바구니를 대여하고 본인의 그릇과 에코백을 사용하는 이에게 '지역화폐'를 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대여한 장바구니를 반납하거나 자기 에코백과 용기 등을 사용한 손님에게는 망원시장에서 현금처럼 사용되는 '플라스틱 재활용' 동전이 지급된다. 예를 들어 자발적 협약 가게에서는 보증금 500원에 장바구니를 대여해주고 손님이 이를 반납할 경우 보증금과 지역화폐 200모아를 제공하는 식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성북구 황금시장, 금천구 남문시장, 부천시 원미종합시장 등에서는 자체적으로 1회용 비닐봉투 안쓰기 캠페인을 벌여 상당부분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캠페인을 통해서 1회용 비닐 사용률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 소비자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망원시장 상인회 측은 "규제 사각지대인 전통시장이 보여준 캠페인이 오히려 환경문제의 새로운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196.09하락 29.7618:03 02/15
  • 코스닥 : 738.66하락 3.6118:03 02/15
  • 원달러 : 1128.70상승 3.618:03 02/15
  • 두바이유 : 66.25상승 1.6818:03 02/15
  • 금 : 65.12하락 0.218:03 02/15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