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기로에 선 암호화폐… "기술·자본·서비스 3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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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세계를 들끓게 한 암호화폐(가상화폐)의 존재감이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지속된 일관된 시장 억제 정책과 이러다할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관련업계의 더딘 기술발전 속도, 그리고 투자 가치를 상실한 경제성 등이 시장 침체 원인으로 지목된다.

5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거래된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380만원대 후반을 기록 중이다. 2017년 말 비트코인 1개 가격이 2500만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 시 약 6분의 1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이더리움과 리플, 이오스 등도 최저가 기록을 이어가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 나아가 3세대 블록체인을 표방하며 등장했던 수많은 알트콘인들은 제로(0)에 가까운 미미한 거래량을 이어가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거나 이미 시장에서 도태된 상태다.

◆한은, 가상통화 TF 해체… “필요성 낮아”

최근 암호화폐의 사회적 관심이 낮아지자 최근 한국은행도 가상통화 연구 태스크포스(TF)를 1년 만에 해체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해 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한국경제에 큰 피해를 주지 않아 대응할 필요성이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한은은 이달 초 ‘가상통화 및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공동연구 TF 활동을 종료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화를 말한다.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TF는 2018년 1월 한국은행 금융결제국과 법규제도실, 금융안정국, 통화정책국, 금융시장국, 발권국, 국제국, 경제연구원 등 총 8개부서가 참여해 만든 기구다.

한은이 TF를 결성할 당시는 대한민국에 암호화폐 투기 광풍이 불어 닥친 직후다. 암호화폐 광풍이 불기에 앞서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 연구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여기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겹치면서 비트코인이 기존 법정화폐를 대체할 것이란 소문이 빠르게 확산됐다.


당시 한은은 암화화폐 투기 광풍 초기 부담을 느낀 듯 디지털 통화 연구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 왔다. 2017년 10월2일 진행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관련 최근 논의 동향과 시사점’ 세미나에서는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은 모든 국민이 중앙은행과 직접 예금거래를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중앙은행을 설립한 취지와 맞지 않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한은측은 한국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 티머니나 캐시비와 같은 선불전자 지급수단을 발행하는 민간업체와 경합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간은행의 업무영역도 크게 축소돼 사회 전체의 금융 중개 기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었다.

더 나아가 한국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한다고 가정해도 그 활용도가 극히 제한될 것이며, 현존하는 비트코인이과 같은 암호화폐는 전혀 다른 형태가 될 것이라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8년 1월 비트코인 투기 광풍이 불어 닥치자 법무부가 나서서 시장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시장 간섭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자, 한은은 8개 부처와 함께 가상통화 도입 필요성을 연구하는 TF를 결성했다. 성난 여론을 달래기 위해 암호화폐 도입 연구 사실을 공론화 했지만, 1년 만에 시장이 안정되자 TF를 해산한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성과 미미… 생존 불투명

암호화폐 발행에 피로도를 느끼는 것은 코인을 발행한 블록체인 업계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다. 더딘 기술개발과 치열해진 시장 경쟁구도, 그리고 블록체인을 기반에 둔 킬러 서비스 개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암호화폐공개(ICO)로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의 개발 자금을 마련한 초기 블록체인 업체들도 2년여의 시간이 흐른 현시점에서는 이미 자금이 고갈돼 더 이상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

우후죽순 쏟아진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자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제한된 트래픽 속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도 한계로 치달았다. 추가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에서 더 유능한 인재를 충원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당수 블록체인 업체들은 자사가 개발한 기술을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신생 스타트업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연명해 왔다.

그 결과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더 많아져 또 다시 경쟁이 치열해지는 악순환 구조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 사이에 완성도를 갖춘 블록체인 메인넷을 잇달아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상당 업체들은 자사 블록체인 기술의 오류를 수정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어 경쟁력을 갖춘 메인넷을 언제 내놓을지 기약하지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가 주목받던 시기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이 시장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해 기업이 급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인력을 줄여야 할 만큼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블록체인에 올릴 서비스를 찾기 위해 수많은 기업과 만나봤지만, 수준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불투명해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김남규 ngkim@mt.co.kr

머니S 금융증권팀 김남규입니다. 생활 밀착형 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발빠른 정보 채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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