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끔찍한 공중누각 '스카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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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주목받았다. 스카이캐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학병원 의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전문직이며 대부분 스스로의 재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

부모가 엄청난 재벌이어서 거둔 성공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인 취약성을 스스로 잘 안다. 이 직업을 잃으면 짐을 싸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할지 모르고 본인세대는 몰라도 자녀세대가 이런 곳에 계속 살 수 있을지 끊임없이 불안하다.

누구나 선망하며 올려다보는 스카이캐슬은 중세 세습 영주의 성이 아니다. 아이에게 물려줄 수 없는 하늘에 지어진 공중누각이다. 아이의 미래가 불안한 이들은 본인의 성공 경험을 자식에게 투사한다. 대학입시에 성공해 명문대에 가는 것이 성공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자식의 공부를 위해 상당한 자산을 동원할 수 있는 재력을 갖췄다.

여기서 비극이 시작된다. 명문대 진학이 유일한 신분상승의 기회였던 과거 본인의 경험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믿음, 아이의 교육에 상당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경제력, 그리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피 말리는 경쟁. 전교 1등을 한 옆집 아이는 내 아이의 미래를 방해하는 적일 뿐이다.

자녀에게 수백억짜리 빌딩을 물려줄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 이 재산을 아이에게 직접 주는 것, 빌딩을 판 돈을 남김없이 사교육에 투자하는 것, 둘 중 어느 선택을 하겠는가. 필자라면 당연히 빌딩을 물려주겠다. 당연하다. 전문직으로 성공해도 아이가 이만큼의 수입을 얻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물려줄 재산이 거의 없는 대부분의 부모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녀 교육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희생한다. 지금 아껴 교육에 투자한 백만원이 미래에 훨씬 더 큰 수익으로 아이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도 없다. 다만 어떻게든 아이가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 사회구성원으로 생활을 이어갈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우리 사회의 끔찍한 입시경쟁은 제도를 바꿔 학종을 폐지하든 수능을 폐지하든 기하와 벡터를 넣든 빼든 어떤 식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입시제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 모두가 명문대를 가지 않아도, 아니 대학을 가지 않아도 사회의 정상적인 구성원으로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세상을 필자는 꿈꾼다.

누군가의 성공이 다른 누군가의 실패를 뜻하는 제로섬의 사회가 아닌, 각기 다른 의미로 성공할 수 있는 사회 말이다. 그때까지 스카이캐슬의 끔찍한 부모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괴물은 우리 모두의 탓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0호(2019년 2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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