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믿고 빌려주는 ‘금융복지가’

People /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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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 /사진=이지완 기자
“나눔, 신용, 협동사회를 만드는 금융복지를 실천하고 싶다. 나눔은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모두 할 수 있는 일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금융복지 실천’이라고 강조한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무이자, 무담보, 무보증이라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조건으로 금융소외계층에 돈을 빌려준다.

처음 이 대표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다. 아무 조건 없이 돈을 빌려주고 상환 능력이 생기면 갚게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엔 이 대표가 자수성가한 자산가로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협동조합 꿈꾸던 생산직 근로자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대표는 평범한 65세 남성이었다. 사업이 크게 성공해 막대한 부를 누리는 자산가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이 대표는 “신진공고 졸업 후 GM코리아 부평공장에서 일을 했다”며 “20대부터 신용협동조합에 대해 알게 됐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GM코리아 부평공장에서 근무할 당시 직장신용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참여할 정도로 협동조합, 협동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한국방송통신대학 경영학과에 다니며 관련 지식을 쌓는 데 열중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1970년대부터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했다. 그는 잘 다니던 회사를 어느날 그만뒀다. 상고 출신 근무자와의 차별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상고 출신은 나보다 경력이 낮았지만 돈을 더 받았다”며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라는 생각을 갖고 나름 노동운동을 전개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고 말했다.

회사를 그만둔 것이 1976년이다. 이후 신용협동조합연합회에서 교육을 받으며 협동조합을 만들겠다는 꿈을 키워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1년 8월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사단법인 ‘더불어사는사람들’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법인은 내가 주도했고 과거 신용협동조합을 같이 했던 분들과 키르기스스탄에서 사업을 하는 분들을 주축으로 설립했다”고 말했다.

이어 “설립 초기 자금은 총 4명이서 500만원을 만들었고 나눔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5000원, 1만원, 10만원씩 돈을 지원해줘 500만원을 만들었다”며 “여기에 2500만원의 출자를 받아 3500만원 정도 되는 돈으로 착한대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설립 당시에는 문의 전화가 없어 대출을 해주고 싶어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대출을 시작한 2012년 1월의 얘기다. 당시에는 주변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대출약정서 한장을 받고 1회 100만원씩 대출을 해줬다. 복잡한 서류를 요구하는 제도권 금융시스템과 확실히 달랐다.
(왼쪽부터) 오종민 한성저축은행 대표이사,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 서민금융연구원 회원사인 한성저축은행과 더불어사는사람들이 대안금융상품을 출시한다. /사진=서민금융연구원
◆나눔이 나눔을 낳는다

법인활동의 전환점을 맞은 것은 그해 6월이다. 당시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더불어사는사람들이라는 법인이 소개된 것. 이창호 대표는 “신문, 방송에 노출된 뒤 대출 문의가 폭주했다”고 말했다. 수요가 많아지자 감당이 안됐다. 빌려줄 수 있는 돈은 한정적인데 계속해서 대출신청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결국 2013년부터는 1회 50만원으로 한도를 줄였고 2014년쯤부터 1회 30만원으로 또 다시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돈을 빌려가는 사람들에게 가계부를 쓰라고 한다”며 “그걸 쓰면서 돈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라고 강조했다.

착한대출은 성공적이었다. 2018년 말 기준 2016건의 대출을 진행했고 누적 대출액은 6억8000만원에 달한다. 상환된 금액은 약 5억700만원으로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임에도 상환율이 85%에 달할 정도로 준수한 상태다. 이 대표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얼굴도 모르는 후원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약 7년 동안 대출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례가 많다고 회상했다. 그는 “동사무소 추천을 받아 대학을 다니던 미혼모 학생에게 40만원을 빌려줬다”며 “이후 공기업에 취업해 잘 다니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대출 초기 돈을 잘 갚던 사람이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일화도 소개했다. 이 대표는 “한명은 초기에 100만원을 빌려줬는데 잘 갚아 다시 또 빌려줬다. 그런데 이번엔 못 갚더라”며 “그래서 전화해보니 어깨를 다쳤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돈이 없어 MRI 촬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무작정 병원을 찾아 MRI 촬영과 진료를 받도록 해준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틀니, 가발, PC 등 고액이 들지만 돈이 없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전화를 돌려가며 지원을 계속했다. 그는 “열번 찍어서 안 넘어가면 넘어갈 때까지 찍으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라며 웃었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 최근 찾아왔다. 더불어사는사람들과 한성저축은행이 저금리 대출 협약을 맺은 것.

이 대표는 “100만원 이상 2년 이상 성실상환자를 대상으로 연 4%대로 3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는 협약을 맺었다”며 “지난 1월에 협약했고 조만간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더 지원하고 싶지만 어렵다는 점이다. 그는 “사실 이 사업은 어려운 사람이 없어 할 필요가 없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만둘 수 없는 형편 아닌가”라며 “하루 10명에게 전화가 오면 8명은 거절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 정부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0호(2019년 2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지완 lee88@mt.co.kr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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