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의 그래픽저널] 판 바뀌는 금융, '여우와 황새' 안되려면

 
 
기사공유

이솝 우화의 ‘여우와 황새’에서 황새의 긴 부리를 놀려주고 싶은 여우는 황새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여우가 내민 저녁 식사는 바닥이 넓은 접시에 얕게 담긴 스프였다. 황새의 부리는 길고 날카로웠기 때문에 접시에 담긴 스프를 먹을 수 없었다. 황새는 분하고 약이 올랐다. 황새는 저녁식사가 끝나자 감사를 표시하며 다음날 저녁에 여우를 초대했다. 여우가 다음날 저녁 황새의 집을 방문했을 때 준비된 저녁 식사는 목이 길다란 호리병에 들어있는 물고기였다. 여우는 화를 냈고 황새는 말했다. “네 이웃을 속이지 마라. 똑같이 당하기 싫다면.”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사진제공=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판 바꾸는 미국… 우리나라는

이 우화의 마지막 문장이 요즘 국제정세에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는가.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제 전략을 놓고 당하는 국가들은 미국을 이솝우화의 여우와 같이 심통스런 존재로 평가하고 싶을 것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과 나프타(NAFTA) 당사자들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들었다 놨다 하더니 하반기에는 중국과 무역분쟁을 일으키며 어제의 이웃들을 모두 굴복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비난하는 초유의 사태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 연방정부를 볼모로 예산을 내놓으라고 의회를 윽박지르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엔진이 식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치와 국제관계의 판을 바꾸고 있다. 트럼프에게 당한 국가들은 언젠가 이솝 우화의 황새처럼 마지막 말 한마디를 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필자가 이 우화에 트럼프 사례를 얹어서 장광설을 한 것은 다른 관점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바로 ‘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또 다른 교훈을 이 우화 속에서 읽었다면 우매한 주장일까.

필자는 작금의 한국금융소비자가 여우에게 초대받은 황새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넓은 접시 위의 스프를 길다란 부리로 어쩔 줄 몰라하는 황새. 지금까지의 금융산업이 정책금융과 금융회사 중심으로 판이 짜여진 것이 사실이고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초저금리, 초장기 기대수명 시대에는 새로운 금융 산업의 ‘판’이 필요할 것으로 필자는 확신한다. 대한민국 금융의 ‘판’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금융산업의 변화를 유도하도록 금융 소비자의 수요 행태가 먼저 스마트하게 변화될 필요가 있다.

◆바뀌는 금융산업… 소비자는 없다

최근 선진국도 금융산업의 ‘판’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적 접근을 금융소비자 행태분석에 적용하는 사례는 주목할 만하며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에 많은 연구와 자료가 있다.

금융소비자의 소비행태를 조금 더 정밀하게 분석하고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시도는 환영할 만하지만 그 분석 결론과 대응은 그렇지 못하다. 이들의 결론은 1)금융 소비자가 현실적으로 금융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고 교육 효과도 떨어지고 2)이런 금융소비자의 무지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 자문시스템’이 강화돼야 하며 3)상품 운용을 기관에서 일임하는 ‘디폴트 옵션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현재 이런 관점에서 미래 금융정책이 추진되고 금융관련 법안들이 입안돼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고객과 부딪치며 배운 바에 따르면 필자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지금까지 금융상품, 금융서비스는 금융산업의 육성과 이윤을 위해서 만들어졌고 금융교육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을 금융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만든 적도 없고 시도하지도 않았다.

금융을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렵게 담을 높이 쌓아 전문 영역으로 두는 것이 금융산업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지 않았을까. 금융산업이 정부 주도의 독점적인 전매 산업인 것처럼 통제권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사진제공=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길어진 노후… 스마트한 금융지식 필요

금융산업의 기득권, 헤게모니 유지는 이윤 보장에 절대적일 것이다. 항상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은 관이나 기존 금융산업에서 주도하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를 관리하는 금융산업의 효율성 중심으로 결론이 만들어져 왔다. 이런 이유로 전통적인 금융론이든 행동경제학이든 방법론에 상관없이 결론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금융산업에 유리한 결론이 금융소비자를 위한 것으로 덧칠해질 확률이 크다.

기대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일할 시간도 길어지지만 소득을 쌓고 재산을 만들어야 할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노후도 길어진다.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기회일 수도 있지만 위험도 커진다는 뜻이다.

만약 지금까지의 금융 관행이 이어지면 무지 속에서 금융소비자가 금융산업의 이윤을 만들어 주는 대상이 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주권을 찾고 스마트한 금융소비자가 돼야 하는 이유다. 저금리가 지속되면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산업이 금융소비자에게 위험을 전가할 동기가 커진다. 금융소비자가 스마트해야 하는 두번째 이유다.

필자는 어느 때보다 지금이 금융소비자를 위한 금융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금융산업 중심으로 ‘판’이 짜여지기 전에 금융소비자들의 행태가 먼저 스마트하게 바뀌어야 한다. 금융소비자가 금융산업에서 이윤을 발생시키는 대상에서 벗어나 금융산업의 주체로서 주권을 찾기 위해서는 스마트한 금융소비자가 돼야 한다. 여우에게 초대받은 황새가 되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판’을 바꿔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1호(2019년 2월26일~3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 코스피 : 2148.80상승 3.9418:01 03/26
  • 코스닥 : 736.81상승 9.618:01 03/26
  • 원달러 : 1133.40하락 0.818:01 03/26
  • 두바이유 : 67.21상승 0.1818:01 03/26
  • 금 : 66.34하락 1.1218:01 03/26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