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가수 꿈 접고 찾은 운명… "천직 찾았죠"

People / 박은환 보컬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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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은환 본인 제공.
요즘 10대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무엇일까. 청소년 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호 직업 1위는 '연예인'이었다. 불과 10~20년 전 과학자, 의사, 선생님 등을 선호했던 아이들은 이제 TV, 인터넷을 지배하는 가수나 배우들에게 열광한다.


특히 최근에는 아이돌의 인기가 상종가를 치면서 가수를 꿈꾸는 사람들이 더욱 늘었다. 그리고 이들을 가르치는 '사람', 보컬 트레이너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많은 청소년들에게 '꿈을 노래하라'고 전파하는 박은환 보컬 트레이너를 만났다.


◆"가수? 이제 조연으로 살고파"


박씨의 공식 직함은 BJJ뮤직 보컬학원 대표 겸 트레이너다. 보컬 트레이너 경력만 10년째인 그는 송파구에서 4년째 보컬학원을 운영 중이다. 이 학원은 아이유가 소속된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신승훈의 소속사인 도로시엔터테인먼트 등 총 17곳의 기획사 연습생 트레이닝을 맡는다. 업계에서 입소문이 제대로 난 보컬학원이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친 아이돌은 로시, 베스티, 라붐 등 면면이 화려하다.

대부분의 보컬 트레이너들이 그렇듯 박 대표도 가수출신이다. 고등학교 때 미술학도를 꿈꿨던 그는 IMF구제금융 사태로 진로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두번째 꿈이었던 가수에 대한 열망을 키워오다 군 전역 후 드디어 가요계에 데뷔했다. 


"2004년 배우 김태희가 출연한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란 드라마에서 OST를 부르며 데뷔했어요. 당시에는 본명인 박영민으로 노래를 불렀죠. 그런데 하필 드라마 경쟁작이 '소지섭 신드롬'을 일으켰던 <미안하다 사랑한다>였어요. OST는 박효신의 '눈의 꽃'이고요. 그 뒤는 어떻게 된지 아시겠죠?(웃음)."

그렇게 OST로 가요계에 데뷔한 박 대표는 이후 2007년, 남성 4인조 보컬그룹 '해피체어'로 가요계에 두번째 도전장을 던졌다. 꿈에 그리던 공중파 음악방송과 당시 인기프로그램이던 '도전 1000곡' 등에도 출연하며 활동영역을 넓혀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큰 반응을 얻지 못했고 4명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길을 가게됐다. 박 대표의 가요계 도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는 가수 데뷔 경험을 통해 새로운 꿈을 찾았고 한고랑한고랑 일궈낼 수 있었다. "생각보다 가수가 체질에 안 맞았어요. 당시에도 대중이 원하는 가수는 노래만 잘 부르는 것이 아닌, 예능감과 매력을 갖춰야 했어요. 제게는 가수가 맞지 않는 옷이란 것을 깨닫고 트레이너의 삶을 살기로 결정했죠."

박 대표는 미련없이 보컬 트레이너의 길을 택했다. 언제든 하고싶은 노래를 부를 수 있었고 꿈이 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속에서 나만의 보람을 찾는 일이 좋았다. 보컬 트레이너가 그에게는 천직이었다.

요즘엔 직장인들과 함께 주말마다 소모임(환지트)도 갖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여 버스킹도 하고 앨범도 내는 식이다. 이미 모임에서 제작한 음반이 출시를 앞뒀다. 수익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함께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기념음반 개념이다. 10년 전 낸 앨범 때와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그래서 그는 행복하다.

"오히려 주변 지인들이 가수를 그만둔 것을 아쉬워해요. 요즘은 음원만 내고 활동하는 가수가 많잖아요. 하지만 가수의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해요. 지금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훨씬 좋고 제자들이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답니다. 이제 무대 뒤켠에서 조연으로 살아가야죠."


BJJ뮤직 원생들과 함께한 공연 후 단체 사진./사진=박은환 본인 제공


◆노래, 부르지 말고 표현하라

최근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인기 속, 아이돌산업이 각광받으며 가수를 꿈꾸는 지망생도 다시 크게 늘었다. 자연스레 보컬학원을 찾는 이가 많아지며 박 대표도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방송사 요청도 많다. 과거 Mnet 슈퍼스타K 시즌5의 보컬마스터를 맡았고 요즘은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 6'에 참여 중이다. 

업계에서도 실력파로 손꼽히며 다양한 분야에서 보컬 관련 문의가 많다. 평소에는 기획사 2~3곳의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학원수업도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진행해 쉴틈이 없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국내에는 보컬학원이 참 많아요. 송파구에만 10여개가 넘어요. 그속에서 저희만의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희만의 원칙이 생겼어요. 그 친구만의 색을 찾아주려 노력하는 거죠."

국내에 만연한 주입식 교육은 보컬강습에도 영향을 끼쳤다. 아이들은 노래를 '그냥' 부른다. 노래에 담긴 '사람'을 표현하려 하지 않는다. 대학입시 위주의 보컬을 배운 학생들은 그저 혼나지 않게 부르는 것에 목을 멘다. 박 대표는 이것이 국내 입시환경이 만든 폐해라고 생각했다.

"어느샌가 원생들이 본인 스타일없이 그저 가르쳐주는 보컬트레이너처럼 부르려 하는 거예요. 이건 어렸을 때부터 너무 주입식으로 교육받은 후유증 같은 거죠. 그러다보니 곡의 해석력도 떨어져요. 저는 이 친구만의 색깔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가수는 그저 노래만 부르는 직업이 아니라 가사를 표현하는 예술가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원생들, 혹은 연습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해요. 그 친구를 알아야 색깔도 파악할 수 있거든요."

박 대표는 가수를 꿈꾸는 친구들에게도 진심어린 조언을 건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해도 될까 말까한 가수의 꿈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보컬학원에 와서도 그저 시간만 때우다 가는 친구들이 있어요. 영어학원과 같이 학원을 생각하는 거죠. 기획사에 가보면 거기 연습생들은 정말 치열하거든요. 상대적으로 보컬학원에 있는 친구들은 아무래도 가수 데뷔에 대해 좀 더 막연하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정말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가수 데뷔거든요. 그런 친구들은 일찌감치 다른 길을 알아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게 훗날 그 친구에게 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요."


☞ 본 기사는 <머니S> 제581호(2019년 2월26일~3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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