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폰으로 일주일 살아보니… ‘평화’도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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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메신저는 가족·지인과 관계를 유지하고 소통하는 필수품이다. 직장에서도 메신저의 힘은 막강하다. 업무지시와 보고가 메신저에서 오가는 등 '스마트워크'가 보편화됐다. 그러나 너무 많아진 메신저(TMM·Too Much Messenger)는 일상의 '족쇄'가 되기도 한다. <머니S>는 현대 직장인들이 메신저를 어떻게 사용하고 느끼는지 조사했다. 또 메신저를 이용한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기업용 협업툴을 소개한다. 퇴근 후에도 메신저로 업무지시를 남발하는 시대, 전세계 '로그아웃법'의 현황도 알아봤다. 일주일간 메신저 없이 2G폰으로 살아보기도 했다. 현대인에게 메신저는 상생의 도구일까 공멸의 도구일까. <편집자주>

[‘메신저 천국’의 역설] ⑤·끝 ‘비메신저·비스마트폰’ 체험


평소 스스로를 ‘스마트 라이프’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첨단 정보기술(IT)의 집약체인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도 전화, 문자, 메신저, 인터넷검색 외엔 다른 기능을 써본 적이 거의 없다.

스마트폰으로 건강상태를 꼼꼼히 체크하고 외부에서 집 안에 있는 가전제품을 작동하는 시대라지만 기자에게 그 정도의 편의는 낭비다. 건강검진은 병원을 찾으면 되고 가전제품 작동은 직접 기계의 버튼을 누르면 되는 일 아닌가.

그래서 일주일간 메신저와 스마트폰 없는 생활은 너무 쉬울 것 같았다. 누군가는 범람하는 디지털정보로부터 거리를 두고자 일부러 돈을 들여 ‘디지털 디톡스’를 한다는데 회사의 허락 아래 주어진 일주일간의 비메신저·비스마트폰 체험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메신저 공해를 벗어날 명분이자 기회였다.


2G폰으로 업무 보고를 하는 모습. /사진=이한듬 기자

◆시작은 즐거웠으나… 그 끝은?

체험을 시작한 첫날인 지난 2월11일. 일주일 간 노트북에 설치된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사내메신저 등 인터넷메신저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정했다. 휴대폰은 전화와 문자메시지 기능만 쓰기로 했는데 혹시 모를 ‘취중 카톡’을 경계하기 위해 일주일 간 스마트폰 대신 2G폰을 사용키로 했다.

엄밀히 따지면 문자도 메신저의 일종이긴 하나 범용적인 인터넷메신저와는 달리 개별 이동통신사의 전용망을 통한 서비스라는 점에서 사용범위에 포함했다.

노트북에 깔린 메신저는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삭제가 가능했다. 그러나 2G폰 개통이 까다로웠다. 과거에 쓰던 구형폰 3대를 들고 통신사 대리점을 찾았으나 기계노후와 통신사간 호환성 등의 문제로 여러 곳을 전전한 끝에 어렵사리 1대를 개통할 수 있었다.

기종은 2010년 출시된 LG전자의 ‘롤리팝2’. 요금제는 표준요금제로 음성통화는 1초당 1.98원, 문자는 단문 1건당 22원, MMS는 길이와 용량에 따라 44~440원이다. 3G도 호환이 되는 폰이지만 구형폰의 자판 가운데 달린 인터넷버튼은 ‘누르는 순간 요금폭탄’이라는 학창시절 체화된 학습효과로 쓸 일이 없었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휴대폰을 한 손에 쥔 채 손가락을 튕겨 커버를 열었다.

시험 삼아 자판 위의 버튼을 누를 때마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느낌이 입안에서 날치알을 톡톡 터뜨리는 듯 즐거웠다. 형형색색 변하는 자판의 색깔도 촌스러운 듯 현란했다.

곧바로 2G폰 개통소식을 전하기 위해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LTE 음성통화와는 달리 어딘가 짓뭉개진 음성과 노이즈 때문에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일주일간 전화와 문자로만 연락을 드리겠다”는 용건을 전하고 통화를 끊기 위해 커버를 닫는데 ‘탁’소리와 함께 전해지는 폴더폰 특유의 ‘손맛’이 반가웠다.

하지만 즐거움은 잠깐이었다. 일단 매일 아침 일정보고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기자들은 보통 아침에 출입처로 출근하면 그날 예정된 일정을 간단히 요약해 상사에게 보고한다. 인터넷메신저를 이용할 경우 노트북 키보드로 몇초도 안돼 간단히 작성할 수 있는 짧은 내용이지만 이를 구형 폴더폰으로 일일이 쓰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열심히 눈과 손가락을 움직여봤지만 옛 ‘나랏글’ 자판이 익숙하지 않아 오탈자가 난무했다. 진땀을 흘리며 수정을 거듭한 끝에 내용을 완성했다. 80여자에 불과한 보고 내용을 완성하는 데 5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주일간 메신저·스마트폰 없이 살기 체험을 마치고 스마트폰을 켜자 999+개의 메신저가 와있다. /사진=이한듬 기자 카카오톡 캡처
메신저·스마트폰 없이 살기 체험 중인 기자에게 당장 체험을 중단하라는 후배의 메일. /사진=이한듬 기자 이메일 캡처

◆나도 상대방도 ‘답답함’의 연속

답답함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기사 피드백이나 취재관련 보고 등 평소라면 상사와 카톡으로 간단히 주고받을 용건도 문자로 일일이 작성했다. 혹여나 내용이 길어지기라도 하면 스스로 답답함을 견디다 못해 전화를 걸었다. 하나의 수단이 막히면 다른 수단으로 대체될 뿐이다. 카톡이냐, 문자냐, 전화냐, 방법의 차이일 뿐 어떤 식으로든 상대방과의 연결은 필요했다.  

불편한 건 나뿐만 아니었다. 조직 자체가 인터넷메신저를 중심으로 한 소통에 익숙하다 보니 동료들도 기자에게 업무관련 내용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난감해 했다. 기자에게 업무파일 전달방법을 묻던 동료기자는 “당장 체험을 그만둬라. 불편하다”고 말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또 다른 기자는 “보일러를 놔두고 아궁이에 장작을 때는 격”이라고 혀를 찼다.

지인과의 약속이나 업무관련 미팅 또한 문제였다. 카톡을 사용할 수 없으니 문자로 약속장소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링크 공유’에 익숙해져 있는 상대방은 평소처럼 스마트폰 지도애플리케이션(앱)에서 복사한 링크를 문자로 보내왔다.

2G폰에서 링크를 인터넷 창으로 여는 작업이 될 리 만무해 두세번의 피드백 끝에 다시 주소를 받았다. 약속장소까지 가기 위해 출발 전 미리 경로와 환승구간, 차 시간대 등을 파악해야 하는 불편은 덤이다. 지하철에서는 상대방에게 문자를 보내려 해도 통화권을 수시로 이탈해 헛웃음이 났다.

무엇보다 불편한 건 조바심이었다. 가족, 친구, 지인, 회사 등 다양한 단톡방에서 오가는 수많은 정보들에서 홀로 단절된 것 같아 마음이 초조했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 메신저를 차단한 상황이 오히려 기자를 불편하게 만든 셈이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기자 역시 스마트 라이프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기술은 진화한다. 진화한 기술은 삶의 방식을 바꾸고 바뀐 삶은 새로운 시대의 표준이 된다. 잠시 아날로그의 감성과 추억을 탐미하는 체험이 아닌 이상 시대의 표준을 거부해 홀로 옛것을 고수하는 것은 고립을 향한 아집이다.

새로움에 동반되는 부작용을 없애려면 과거를 지향하기보단 새 기술과 삶의 방식이 개인의 영역을 지나치게 침범하지 않도록 사회적 기준을 만드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일주일간의 체험이 남긴 교훈이다. 마침내 일주일 만에 스마트폰을 켜 카톡을 확인했다. 쌓인 메시지 수 ‘999+’. 복잡한 감정이 교차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1호(2019년 2월26일~3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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