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신 빌라로 돌아선 실수요자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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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봄 결혼하는 예비신부 정모씨는 고민 끝에 회사에서 가깝고 오래된 빌라의 급매물을 사기로 결정했다. 신혼집은 서울 변두리라도 무조건 새아파트를 사야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결혼준비를 해보니 한달 수백만원의 원리금을 내야 하는 아파트 분양이 부담스러웠다.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도 급변해 앞으로 아파트값이 떨어질까봐 걱정됐다. 내 집 마련을 투자나 재테크가 아닌 '사는 집'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이 아파트를 포기하고 소형 공동주택 '빌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는데 최근 몇년간 이어진 집값상승이나 대출규제로 자금마련이 힘들어진 데다 부동산경기가 침체돼 앞으로 집값하락을 우려해서다. 전세시장의 경우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공급과잉과 역전세난이 심각한 가운데 보다 싼값에 좋은 신축빌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아파트보다 많이 팔린 '서울 빌라'

정부의 각종 대출규제와 세금규제로 서울 아파트시장 거래가 얼어붙었지만 다세대주택·연립주택 등 빌라거래는 지속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1874건으로 2013년 1월 1196건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빌라거래는 지난달 3104건을 기록, 아파트의 1.6배에 달했다. 빌라거래는 지난해 11월 3988건으로 아파트거래 3540건을 뛰어넘었고 이후 3개월 연속 거래우위를 유지했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시장에서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일반적으로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를 위해서도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교통, 학군, 인프라 등 대단지 프리미엄이 있고 가격상승률도 높아 성공적인 재테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 등은 현재 집값이 고점이라고 생각해 매수를 망설이기도 하고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에 따라 실거주 1주택이 오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용산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젊은 부부들이 빌라투자를 상담하러 올 때 한 말이, 거주목적의 1주택은 집값이 올라도 매도해서 차익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의 신축빌라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실제 아파트와 빌라가격을 비교해보면 두배 넘게 차이가 난다. KB국민은행 조사 결과 지난달 수도권 연립주택 매매가격은 평균 2억1651만원으로 아파트 평균 4억9784만원의 43.49%다.

그는 "아파트의 역세권처럼 빌라도 교통환경이 중요하다"면서 "가까운 거리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3~4개의 단지를 이루며 보안이나 주차문제가 없는 곳은 환금성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빌라시장에도 나타난 '역전세난'

빌라거래 증가는 전세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빌라 전세거래는 7222건으로 전년동기대비 21% 증가했다. 1월 빌라 전세거래가 7000건을 넘은 것은 관련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규제를 강화한 9·13 부동산대책 발표 직후 10월에도 빌라 전세거래는 8039건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41% 급증했다. 이어 11월과 12월에는 각각 7030건, 6018건으로 거래량이 줄었지만 이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이며 전년동기대비 13.3%, 14.6% 증가했다.

이는 빌라뿐 아니라 주택시장 전체의 전세선호 현상과 연관이 깊다.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사업과 그린벨트 해제가 잇따라 아파트가 공급과잉에 이르고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역전세난' 현상이 심화돼 전셋값이 하락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금리인상으로 전세금을 받아서 대출을 갚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실수요자도 부동산환경이 매매보다 전세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시장 전체가 침체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빌라전세가 늘었고 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 미반환사고가 늘어난 점도 실수요자 심리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올 초 내 집 마련 시기를 미루고 전세계약을 한 30대 직장맘 김모씨는 "어차피 정해진 기간 동안 빌려쓰는 집이라 굳이 비싼 전세대출 이자를 내고 아파트에 살기보다 역세권 신축빌라를 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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