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쓰지마’ 정책의 속좁음과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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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안 쓰면 환경도 지키고 좋지. 뭐 그런걸로 투정을 부리냐."

얼마 전 카페에서 동료기자에게 핀잔을 들었다. 1회용 플라스틱컵 규제에 따라 유리잔에 커피를 마신 기자는 급히 자리를 뜰 일이 생겼다. 점원에게 남은 커피를 1회용 플라스틱컵에 담아달라고 한 뒤 기자는 "불편하네"라며 투정을 부렸다. 동료기자는 "너의 작은 불편이 지구를 살리는거야"라며 핀잔을 줬다.

'그래. 내가 속이 좁았네'라고 혼잣말을 한 뒤 그와 헤어졌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생각해보니 이런 지적을 받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동네마트에서 감자를 담을 1회용 비닐사용이 금지된 것을 알았을 때도 기자는 불평을 쏟아냈다. 그때도 함께 장을 보던 지인이 나의 부족한 환경의식을 질타했다. 심지어 편협하다는 소리도 들었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른 1회용 플라스틱컵 사용 규제를 전국 커피전문점에서 시행토록 했다. 올해 1월부터는 대형마트와 대형슈퍼마켓에서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됐다. 나무젓가락도 사라진다. 지난달 7개 치킨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배달 시 나무젓가락과 비닐봉투 사용을 자율 규제하기 시작했다. 말이 자율협약이지 사실상 서울시의 강제요청이다.

환경정책을 일일이 따르는 것도 작은 불편을 감수하면 사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정책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기자가 커피전문점에서 마신 커피 가격은 5000원. 이 금액을 지불하고도 소비자는 작은 투정도 할 수 없는 것일까. 1인 가구가 많은 요즘, 누군가의 집에는 치킨을 먹을 젓가락이 아예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정부의 정책 방향이 환경을 지키는 대의를 위한 것임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모두가 '환경지킴'이라는 공익정신으로 무장해 정책을 따른다 해도 일부 국민이 불편을 호소한다면 이는 잘못된 정책이다.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는 곳 아닌가.

그래서 정부의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쓰지마'식 환경정책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 한 커피전문점은 종이로 된 빨대를 제공하며 플라스틱 감소정책에 따른 소비자불편을 최소화했다. 기업도 할 수 있는 대책을 정부에게 기대하는 것이 과욕일까. 

정부가 진정으로 1회용품 줄이기를 원했다면 덮어놓고 규제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시행하는 것이 나았다. 캠페인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후 점진적으로 1회용품 사용 규제에 들어갔다면 기자와 같은 불평자도 크게 줄었을 게다.

어찌됐든 정부의 '쓰지마' 정책은 대다수 국민들의 참여로 효과를 볼 것이다. 한번 맛 본 정책효과로 정부는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면 유사한 정책을 또 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공익이란 명분아래 소비자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은 한번이면 족하다. 모두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공리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절대적인 정의'는 아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3호(2019년 3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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