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지자 춤추는 알부자들… ‘진짜 다주택자’ 정조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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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규제 시행 이후 한산한 대출창구.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1. 김율이씨(가명)는 2주택자다. 얼마 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려고 은행에 대출을 문의했다가 거절당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2주택자는 전세금 반환용도라도 대출이 금지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직 때문에 이사하는 과정에서 집을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아 할 수 없이 추가로 집을 매입해 2주택자가 됐다. 당시에는 매매가가 전세가와 맞먹었고 월세보다 은행이자가 낮았으므로 집을 사는 것이 이득이었다. 또 김씨가 가진 집은 둘 다 1억원대 빌라인데 청약이나 세금규제의 경우 저가주택은 면제해주면서 대출은 고가의 주택과 같이 적용하는 건 부당하다고 하소연했다.

#2. 다주택자 정모씨는 최근 전셋집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집을 급매로 팔았다. 서울 주요지역이 공급과잉으로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역전세난’ 상태인 데다 부동산경기가 얼어붙어 가격을 낮추지 않고는 매매를 기대하기가 힘들었다. 정씨는 지난해 최고가 8억4500만원, 최근 시세 11억원인 아파트를 7억6000만원에 팔았다. 그는 “노후대비 재테크로 모은 전재산이 아파트인데 자산손실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억울하다”면서 “다주택자=투기꾼이라는 프레임을 고집하며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수십채 가진 자산가와 1~2주택자를 똑같이 규제하는 정부가 제정신이냐”고 분개했다.

정부의 지속되는 대출규제로 궁지에 몰린 다주택자들의 불만이 커진다. 집을 팔고 싶어도 부동산경기 불황으로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거래가 거의 성사되지 않는 데다 역전세난까지 겹쳐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급증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출을 허용할 경우 다주택자가 집을 안 팔고 버티는 상황이 우려된다며 대출규제를 고수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부가 집값 불안의 온상으로 지목한 ‘부자 다주택자’들이 이런 기회를 틈타 집 사재기에 나서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6개월 새 4억원 뚝 떨어진 실거래가

최근 서울에서 다주택자 급매물이 등장한 이유는 정부의 대출규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새 세입자를 못구해 전세금을 급히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들이 눈물을 삼키며 가격을 확 낮춰 매물을 내놓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전용면적 76㎡가 올 1월 14억원에 팔렸다. 정부가 지난해 각종 부동산규제를 강화한 9·13 부동산대책 발표 당시 최고가 18억5000만원을 기록한 매물이다. 6개월도 안돼 4억5000만원이 떨어졌다.

영등포구 당산진로아파트 162㎡도 올 1월 7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최고가는 8억4500만원, 최근 시세는 11억원대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인데 3개월 가까이 새 세입자를 찾지 못해 결국 급매로 팔았다”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 대출담당자는 “전세금 반환용도의 대출을 문의하는 집주인들이 많아졌다”면서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유하지만 전세만기를 얼마 안남겨놓고 은행을 찾는 경우는 대출승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전세금 미반환 사고도 급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경우가 지난해 총 372건(792억원)을 기록해 2017년 33건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 세입자가 상담을 문의하거나 조정을 신청한 사례도 늘어났다. 분쟁조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총 2515건의 분재조정이 접수됐고 세입자와 집주인간 보증금 문제로 갈등을 빚은 경우는 10건 중 7건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데 신중한 모습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일부 지역은 전셋값이 하락했지만 현재로선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정도가 아니다”면서 “전세금을 돌려주는 것은 집주인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소득세 중과 부담으로 못하고 매수자도 까다로운 대출규제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수십채 보유자 타깃정책 필요

또 다른 부작용은 자금여유가 있는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매입이다.

청약제도 개편으로 1순위청약 자격이 깐깐해지면서 서울 아파트도 미달사태가 발생하는 가운데 대출없이 자금마련이 가능한 ‘현금부자’들만 주택매입에 나서는 상황이 됐다.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는 최근 미계약된 99가구 추첨에 3000여명이 몰렸다. ‘남산 자이하늘채’도 44가구 잔여세대 모집에 2만6649건이 접수됐다.

실수요자가 배제되고 현금부자가 집을 사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분양시장에서는 현금부자가 집을 ‘주워 먹다’는 의미의 ‘줍줍’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문재인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도 성공시키지 못한 ‘집값 안정’을 드디어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는 ‘셀프칭찬’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은퇴를 앞둔 금융업계 한 종사자는 “주위를 보면 집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서로 다른 이유로 고통받는데 강남 고가아파트가 수억원씩 떨어진 것만 내세우는 정부정책은 국민의 주거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국민의 44%는 무주택자, 41%는 1주택자다. 집을 51채 넘게 가진 ‘진짜 다주택자’는 1988명이다. 부동산투기와 관련없는 국민 대다수가 다주택자 규제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3호(2019년 3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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