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 은퇴한 노인… 정년 늘려도 싸움 없는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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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노동 가동연한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인정하면서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거세다. ‘60세 이상’으로 정해진 정년규정도 5년 더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복지혜택을 받는 노인이 줄고 고용시장에서의 세대갈등도 우려된다. <머니S>가 ‘육체노동 65세’ 시대를 맞아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육체노동 65세’ 후폭풍] ④끝 ‘노인의 나라’ 선진국서 배운다


# 2011년 11월10일 영국의 한 주거용품 판매점에서 판매사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시드 프라이어가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그가 14세에 일을 시작해 82년 동안 한번도 쉬지 않고 97세 나이로 은퇴한 사실이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보도되면서다. 그는 여생을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극장에 가는 데 보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드 프라이어의 사례가 우리나라에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급격히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재의 정년(만 60세)이 알맞은가, 즉 정년을 올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반면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태에서 정년연장은 청년 일자리를 잠식해 세대 간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란 주장도 만만찮다. 대법원이 최근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일해서 돈 벌 수 있는 마지막 나이)을 60세에서 65세로 올려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관련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그렇다면 주요 선진국들의 정년제도는 어떨까. 현재 국내에 진행 중인 정년과 관련된 갑론을박은 주요 선진국들의 앞선 경험에서도 나타났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선진국들의 정년제도 운영 방법, 갈등 양상 및 해소하기 위한 노력 등을 살피면 우리나라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적정한 제도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영국·미국은 폐지, 일본·독일 연장 추진

시드 프라이어가 거주하는 영국은 정년 기준이 없다. 정확히는 2011년 4월 기존의 65세였던 정년제도를 폐지했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다. 고령화와 의료기술 발달로 65세가 넘어서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 나이 때문에 회사를 나와야 하는 건 ‘노인에 대한 고용차별’이라고 본 것이다.

미국 역시 1986년 기존 70세였던 정년을 아예 없앴다.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 상한을 법으로 정하는 것 자체가 나이에 따른 ‘차별’이란 여론이 커지면서다. 영국과 미국사회에서 정년제도는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를 해고시키는 ‘불공정한 제도’였던 셈이다.

정년제도를 유지하면서도 기준을 올리는 선진국도 많다. 일본과 독일,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특히 1990년대 이후 현재의 우리나라처럼 저성장 늪에 빠진 일본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3년. 그해 일본은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올렸다. 일본이 정년을 60세로 정한 건 1994년이었으며 1998년부터 시행했다. 1994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게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출생률은 떨어져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현재 일본은 정년을 70세로 다시 한번 올리려 한다. 이는 아베 신조 총리의 주요 공약이기도 하다.

독일은 2029년까지 현재 65세인 정년을 67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중이다. 2007년 관련법이 통과·확정돼 2012년부터 시행 중이다. 독일의 경우 특이한 점은 정년제 개혁 근거로 전문 숙련공의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취지도 반영했다는 점이다. 이 밖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연금 시스템을 구축한 국가로 평가받는 네덜란드가 2011년부터 65세인 정년을 2020년까지 67세로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년연장, 세대 간 갈등 일으킨다?

2013년 5월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국내 베이비붐세대는 환호했다. 당시 금리가 2%대로 떨어지며 퇴직금만으로 노후를 보내기가 쉽지 않은데 더 일하며 한푼이라도 모을 수 있게 돼서다. 그러나 한정된 ‘밥그릇’을 놓고 세대 간 싸움이 격화될 것이란 주장이 거세기도 했다. '밥그릇 논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정년연장 자체만으로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킨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년을 늘려도 60대가 일할 수 있는 자리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대기업들이 청년고용을 줄일 순 있지만 근본적으론 질 높은 일자리를 창출하면 정년연장에 따른 밥그릇 싸움은 줄어들 것으로 고용노동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1년 ‘세대간 고용대체 가능성 연구’ 보고서에서 “고령층 고용이 청년층 실업을 높인다는 ‘세대 간 일자리전쟁’에서 주장하는 다양한 가설보다는 오히려 세대 간 고용보완 가능성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의 경우처럼 청년층이 담당하지 못하는 전문 숙련공을 고령층이 담당하며 세대 간 역할분담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정년연장에 따라 젊은 세대가 은퇴자를 책임지는 구조인 국민연금을 둘러싼 갈등은 격화될 소지가 있다. 2010년 하반기 프랑스의 사르코지 정부가 정년연장 및 연금개혁을 추진하자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까지 거리로 나와 반대를 외친 사건은 유명하다. 그럼에도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갈등요소를 최소화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정년 연장 또는 폐기를 이룬 점을 여럿 찾을 수 있다.

영국은 정년을 폐지한 2011년 전까지 15년 가까이 관련 사회적 논의가 진행됐다. 1997년 들어선 신노동당 정부가 연령으로 인한 고용차별을 시정할 것을 선언하며 논의에 불을 댕겼고 2001년 각계 사회 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대대적으로 거쳤다. 이후 2006년 정년 폐기의 법적 근거가 된 연령차별금지법을 제정했다.

일본은 정년을 65세로 상향 조정하기 7년 전인 2006년 사전 조치를 취하며 정년연장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대비했다. ‘고연령자 고용 확보 조치’ 의무화를 통해서다. 이는 65세 미만을 정년으로 정한 사업주는 고연령자가 65세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정년을 폐지하거나 ▲정년을 65세로 정하거나 ▲정년은 60세로 두되 정년과 별도로 65세까지 고용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 중 하나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중소기업에 장려금을 지원해 65세까지 고용 희망자 전원이 일할 수 있도록 고용 기반을 조기에 정비했다. 또 65세가 넘어도 일하고자 하는 노동자 등에 대해선 최소 70세까진 고용하도록 사업주에 장려금을 지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3호(2019년 3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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