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도 ‘경로우대석’… 세대 갈등 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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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노동 가동연한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인정하면서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거세다. ‘60세 이상’으로 정해진 정년규정도 5년 더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복지혜택을 받는 노인이 줄고 고용시장에서의 세대갈등도 우려된다. <머니S>가 ‘육체노동 65세’ 시대를 맞아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육체노동 65세’ 후폭풍] ③‘사회적 합의’부터


# 제조업체에 다니는 윤승조씨는 올해 만 60세로 정년퇴직 대상자다. 취업준비생 아들을 둔 윤씨는 당장 퇴직 후의 삶이 막막하기만 하다. 자영업을 알아보던 윤씨는 최근 법 개정으로 정년이 만 65세까지 연장되면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 취업의 문턱에서 번번이 쓴 맛을 본 윤씨의 아들은 정년연장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다. 취업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정년연장으로 신규채용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에 또 한번 좌절감을 맛봤다. 급기야 최근에는 취업문제에 대한 이해관계로 아버지와 논쟁을 벌였다.

만 65세로 정년이 연장되면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최근 정년연장과 청년실업이 고용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시발점은 육체적 노동의 가동연한 상향이 필요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노동 가동연한은 육체노동자가 일을 통해 소득을 발생시키는 최대 나이를 뜻하는데 현재는 만 60세다. 대법원은 관련 판결에서 크게 네가지 이유를 들어 노동 가동연한 상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동 가동연한을 60세로 늘렸던 1989년 남녀의 평균수명은 각각 67.0세와 75.3세였지만 2017년 79.7세와 85.7세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1인당 국내총생산(GPD)도 6516달러에서 3만달러까지 늘었고 실질 은퇴연령의 경우 남녀 각각 72.0세와 72.2세로 나타났다. 사회보장 법령에서도 노인을 65세로 규정하는 만큼 소득창출이 가능한 나이의 상한선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30년 만에 노동 가동연한이 상향됨에 따라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도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사진=뉴스1 이광호 기자

◆정년연장, 청년실업 기폭제로

1989년 노동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늘려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정년이 연장되기까지는 2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2013년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권고조항이던 정년 60세를 의무조항으로 명시했고 2016년부터 단계적 도입을 거쳐 2017년 국가 및 지자체,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했다.

정년연장은 고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25일 ‘정년 60세 이상 의무제 시행의 고용효과 연구’ 보고서에서 정년연장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정년이 연장되면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증가하고 기업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신규채용을 축소한다는 의견이다. 젊어서는 근무량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정년에 가까워질수록 생산성보다 높은 금액을 받는 임금구조에 기인한다.

실제로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는 노동 가동연한과 정년연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김성룡씨(29)는 “정년이 연장되면 취업이 더 어려워질 것 같다”며 “기존 인원이 5년 이상 더 근무하게 되는 셈인데 취준생 입장에서 반가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년연장이 청년실업 문제와 맞물려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선거를 통해 세대 간 갈등이 표출됐던 사례처럼 고용시장에서의 극단적 양극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2030세대의 취업난이 절정에 달한 상황에서 정년연장이 세대갈등의 뇌관을 건드리는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8.9%로 3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3.2%에 달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만큼 정년 등 퇴직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청년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정년연장을 통해 고연령층에게만 많은 임금을 주는 것은 갈등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우선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후 고령층에 대한 고용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안정 대책 후 논의돼야

산업계는 임금구조를 개편하고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년이 연장되면 고용시장에 불어올 후폭풍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청년실업의 원인 중 하나가 정년연장”이라며 “저성장시대로 돌입한 상황에서 정년연장이 시행되면 채용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본부장은 “정년연장의 필요성을 완전히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며 “연공서열제인 현 기업 임금체계를 직무급 형태로 개편하는 등 고용유연성 환경이 갖춰지면 충분히 정년연장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관계자는 “정년연장의 경우 일할 수 있는 노동력 외에도 기업의 지불능력, 보험제도의 변화 등을 포함한 사회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며 “사회적 안전망 없이 이번 판결만으로 정년연장이 논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가동연한 상향에 대해서는 환영하면서도 정년연장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직후 민주노총은 “사회안전망 확보 없이 70세 가까이 노동하는 사회가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밝혔고 한국노총의 경우 “정년을 65세까지 늘리면 청년일자리 등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대 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기업부담을 낮출 하나의 대안으로 ‘임금피크제’가 거론되지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 근로문화가 개선되는 현 시점에서 도입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육체노동자 가동연한 상향의 쟁점 및 영향 보고서에서 “가동연한이 상향될 경우 현재 60세인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청년실업문제 악화 등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가동연한 상향 등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3호(2019년 3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cso86@mt.co.kr  |  facebook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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