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까지 육체노동 능력 인정… 노인복지는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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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노동 가동연한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인정하면서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거세다. ‘60세 이상’으로 정해진 정년규정도 5년 더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복지혜택을 받는 노인이 줄고 고용시장에서의 세대갈등도 우려된다. <머니S>가 ‘육체노동 65세’ 시대를 맞아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육체노동 65세’ 후폭풍] ①일하는 노인 늘어난다


‘60세는 뒷방 늙은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머리가 희끗한 60대가 ‘액티브 시니어’로 활동하고 있다.

통계청의 고용지표를 보면 지난해 60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36%에 달했다. 65세 이상 고용률은 26.3%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증가했다. 70∼74세 고용률은 3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대법원은 사람이 육체노동으로 일할 수 있는 최고연령(가동연한)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평균수명과 은퇴연령이 늘어난 점을 볼 때 일할 수 있는 나이도 5년 더 늘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의 판결로 일하는 노인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이 받는 보험과 연금은 물론 노인 일자리 보장을 위한 정년연장 등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최진석 기자


◆복지혜택 줄고 노후빈곤 우려

먼저 무료로 제공하는 노인 복지시스템이 달라진다. 일하는 나이가 길어지면 60세 정년에 맞춘 복지시스템도 5년씩 뒤로 밀리기 때문이다.

정부 복지포털 ‘복지로’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는 기초연금(월 25만원), 장기요양보험, 임플란트 건강보험 등 총 199종이다. 가동연한이 오르면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이도 늦춰진다. 이를테면 지금은 만 65세 노인이 도시철도에 무임승차 할 수 있지만 노인 기준이 70세로 상향조정되면 교통비를 내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6대 도시의 2017년 무임 승차자는 연인원 4억4300만명에 이른다. 노인의 기준이 70세로 올라가면 서울시에서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 노인은 134만9028명에서 88만4681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연금을 받는 시기도 늦어질 전망이다. 현재 국민연금 수령개시 연령은 만 62세로 2033년에는 만 65세가 된다. 이 기준을 만 70세로 상향조정하면 당장 은퇴 후 연금 없이 살아야 하는 기간이 5년 더 늘어난다. 저소득 노인에게 별도로 주는 기초연금은 65세부터 받을 수 있는데 이 역시 70세로 오르면 저소득층의 경제불안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보험료 인상도 예상된다. 노동가동연한이 상향되면 보험금 산정기준이 되는 나이도 60세에서 65세로 늘어서다. 금융당국은 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연간 1250억원의 교통사고 보험료가 늘어나고 자동차 보험료는 1.2% 올라갈 전망이다. 예컨대 35세 일용직 노동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가동연한이 60세면 2억7700만원이 지급되지만 65세일 경우 3억200만원이 주어진다. 다만 개인연금보험은 계약 당시 약관이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노인 연령기준을 일률적으로 올리면 부작용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무임승차, 국민연금, 정년 등 제도마다 노인의 기준을 융통성 있게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사고로 죽거나 다친 사람이 민사소송에서 인정받는 배상액이 늘어난다. 일용근로자로 일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35세에 사망할 경우 보상금은 2억7700만원에서 3억200만원으로 증가한다. 62세에 부상을 입어 일할 수 없게 된 일용근로자는 3년분인 14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일반배상책임보험도 가동연한 변경의 영향을 받는다. 일반배상책임보험은 일상생활배상책임, 영업배상책임, 화재배상책임, 시설소유자관리배상책임, 임대인(임차인)배상책임, 생산물배상책임 등이다. 다만 아직까지 일반배상책임보험 보험료 인상수준은 명확하게 파악된 바가 없다.

정부는 급격한 노인연령 상향은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보고 단계적인 접근을 염두에 두고 있다. 복건복지부 측은 “노인복지 기준은 노인복지수요,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별도로 논의하고 결정할 사항”이라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무료 복지서비스를 받는 노인의 연령을 바로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기준 제각각… '정년연장' 탄력

일할 수 있는 노인의 기준은 근로기준법상 정년연장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정년은 만 60세 이상이다. 일할 수 있는 나이가 5년 늘어나면 정년연장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법원은 직종별로 가동연한을 나눠 근로자가 사고를 당하거나 사망했을 때 손해를 배상한다. 가동연한이 가장 짧은 직종은 다방종업원(35세)이다. ▲프로야구투수(40세) ▲술집 마담(50세) ▲민감보육교사(57세) ▲어업종사자(60세) ▲택시운전기사(60세) ▲콘크리트 펌프카 조수(60세) ▲송전공(60세) ▲간호조무사(60세) ▲보험모집인(60세) ▲약사(65세) ▲의사(65세) ▲한의사‧치과의사(65세) ▲육체노동자(65세) ▲변호사(70세) ▲교회목사(70세) 등이다.

산업계와 노동계는 이들의 정년을 연장하는 작업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칫 정년연장으로 고령층이 젊은층의 일자리를 빼앗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20대 근로자수는 3% 줄어든 반면 50대 근로자는 80% 넘게 늘어나는 등 청년고용이 계속 줄었다.

물론 노동가동연한을 상향하더라도 곧바로 정년이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13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 고용법)’에서 정년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처음 만들었고 2017년부터 전면 시행됐다.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올린 지 28년 만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년연장은 법개정보다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며 “정년 60세가 시행되기까지 오래 걸린 만큼 정년 65세 이슈도 법제화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3호(2019년 3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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