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화장품’ 바르고 비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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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오픈식. /사진=뉴시스 DB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이 사업목적에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추가하며 사실상 화장품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한섬 측은 “진출 선언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 차원의 화장품시장 진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유통경쟁사 신세계가 해당 시장에 진출해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도 현대백화점그룹의 시장진출을 기정사실화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화장품업계는 ‘유통 공룡’의 등장에 긴장하면서도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면세점사업’ 위한 실탄

지난달 27일 한섬은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사업목적에 신규 추가한다고 밝혔다. 한섬은 이 같은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1987년 설립돼 여성의류의 제조 판매업과 의료 도·소매업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한섬이 화장품부문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섬은 이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 수입 화장품을 일부 판매 중이라며 이번 사업목적 추가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유통 공룡’들의 외도가 추진되고 있는 만큼 한섬의 화장품시장 공략이 연내 구체적으로 추진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섬의 화장품업종 진출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사업 변화가 없으면 결국 쇠퇴한다”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정 회장은 올해 면세사업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확실한 성장카드가 아니라는 내부적 우려가 존재해 또 다른 동력이 필요했다.

국내 면세점 매출은 여전히 화장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정 회장은 ‘면세사업 성장’ 계획 플랜에 자체 화장품브랜드 경쟁력까지 더해지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섬의 화장품시장 진출은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자체 유통망을 통해서도 화장품사업 확대가 가능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의 3대 핵심사업은 유통(백화점·홈쇼핑·아웃렛·면세점), 패션(한섬·현대·한섬글로벌), 리빙·인테리어(현대L&C·리바트)다. 특히 유통망에서는 백화점과 아웃렛 등에서 강점을 지녔다. 올해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유통분야 확장도 노린다. 강력한 자사 유통망을 통하면 화장품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현대백화점 면세점. /사진=뉴시스 DB


◆경쟁사 성공에 자극

경쟁사들은 이미 화장품시장 공략에 나섰다. 패션기업 LF는 지난해 초 사업목적에 ‘화장품의 제조·판매·수출입업 및 이와 관련한 서비스 상품의 매매’를 추가했다. 지난해 9월에는 남성 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맨 스킨케어 룰429’를 론칭했고 완판제품이 나오는 등 비교적 순항 중이다. 올해는 업계 주력시장인 여성 화장품브랜드 출시를 계획하는 등 더 적극적인 확대 전략에 나선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 인수를 시작으로 본격화 한 화장품사업을 통해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자체 한방 브랜드 ‘연작’도 출시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코스메틱사업 호조로 전년 대비 매출(1조2626억원)은 14.5%, 영업이익(555억원)은 118.3% 증가했다.

유통망에 강점을 보인 대형기업들이 속속 화장품사업에 참여하며 현대백화점그룹도 더는 시장진출을 늦추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섬의 최근 성장세 둔화도 이번 업종 확대로 이어졌다. 한섬은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성장률이 전년 대비 2% 수준에 머물렀다. 하누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섬의 성장전망을 놓고 “한섬은 최근 외형 성장세의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신규 소비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예견된 ‘유통 공룡’의 침공

지난해 화장품업계는 대변혁의 시기를 보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 여파로 유커(중국인단체관광객)가 감소하며 명동로드숍들이 직격타를 맞았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의 고급 화장품은 여전히 성장세를 이뤄냈지만 중저가 화장품 라인업은 헬스앤뷰티(H&B)스토어, 온라인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침체기다. 중소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나름 선전했지만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적으로 퍼져 있다. 여기에 롯데, 신세계, LF 등 대형기업의 화장품시장 진출까지 이어지며 더더욱 살아남기 힘겨워진 분위기다.

또한 화장품업계에도 이커머스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돼 대형유통망을 갖춘 업체들의 화장품시장 침공은 기존 업체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7억명의 고객을 확보한 중국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티몰’(알리바바 그룹사)과 제휴를 맺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지만 다른 업체들의 경우 ‘유통 공룡’들의 침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화장품시장 진출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 업계에서도 그리 놀라는 눈치가 아니다”며 “온라인쇼핑이 강화되는 추세에서 대형유통망을 거느린 업체의 시장참여는 기존회사들에게 불리하다. 당장은 품질력과 마케팅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4호(2019년 3월19일~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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