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안되는 아이돌, 무책임한 소속사가 낳은 괴물 '승리 게이트' [김유림의 연예담]

 
 
기사공유
승리 정준영.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과 성접대 알선한 혐의로 승리가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각각 출석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나혼자산다’로 글로벌한 사업가 면모를 보여줬던 ‘승츠비’의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최정상의 아이돌그룹 빅뱅 멤버였던 승리는 ‘버닝썬’ 사태가 터지자 마자 버닝썬 소유지분, 클럽 세무조사 무마의혹, 성접대 의혹까지 불거지며 대한민국 연예계를 뒤흔들었다.

성매매 알선혐의로 입건된 승리에 이어 몰카 동영상을 촬영, 모바일 단체 채팅방에서 유포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정준영까지 연예계의 어두운 단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승리 게이트’가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마약-탈세-성접대-디지털 성희롱-불법 몰카촬영 및 유포-음주운전-경찰유착 등 불법과 비리의 추악한 민낯이 수면위로 드러나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연예기획사들의 소속 연예인에 대한 관리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승리. /사진=나혼자산다 방송캡처

◆YG, 승리 주장 그대로 옮긴 '앵무새'

승리가 속한 그룹 빅뱅은 2006년 데뷔, 정상급 아이돌로 큰 인기를 누리는 한편 지난 13년 동안 다양한 사건·사고에 휘말려왔다. 2011년 지드래곤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유예를 받은 데 이어 2016년 탑이 같은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만2000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같은 소속사 걸그룹 2NE1의 박봄은 암페타민 82정을 밀수입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입건유예 처분을 받았다.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데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방관해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 승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3일 승리와의 전속 계약 종료를 알렸다. YG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로서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침묵하던 YG엔터테인먼트가 뒤늦게 ‘꼬리 자르기’식 수습과 해명에 나섰지만 기획사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승리의 성접대 알선 의혹이 담긴 카카오톡 보도가 처음 나왔을 때 와이지는 조작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기 때문. 소속사라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냉철하게 대응했어야 하지만 와이지는 당사자의 말만 믿고 안일하게 대처했다.

정준영. 성관계를 몰래 촬영해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메이크어스, 정준영과 바로 계약해지

2016년 자신의 전 여자친구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바 있는 정준영은 당시 “여자친구와 장난 삼아 상호 합의하에 촬영했고 이후 바로 삭제했다”며 수사선상을 빠져나갔지만 승리 등 동료연예인과 지인 8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몰래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올린 혐의로 다시 경찰조사를 받게 됐다.

한밤중 사과문을 기습 발표하며 돌연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정준영. 사죄의 뜻을 담은 사과문이지만 그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입국 당시에는 별 말이 없다가 한밤중이 돼서야 소속사를 통해 정리된 입장을 내놓는 행동 자체를 문제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몇몇 이들은 "은퇴가 아닌 퇴출인 점을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과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사과문 발표 후 정준영 소속사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또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정준영과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계약해지 사실을 발표했다. 경찰 출석을 앞두고 소속사와 계약해지를 알리는 비슷한 모양새를 선택해 발빼기 논란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용준형. /사진=어라운드어스 제공

◆어라운드어스, '강력대응' → '용준형 탈퇴'

정준영이 포함된 카톡방에 등장한 인물들 가운데 지목된 하이라이트 멤버 용준형은 이름이 거론되며 파문이 확산되자 소속사 어라운드어스 측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단지 친하다는 이유로 이런 일에 연루된 것에 대해 용준형과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억울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 유포나 악성 게시물과 댓글로 소속 가수의 명예를 실추하고 피해를 주는 사례에 관해서는 엄격하게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식입장을 낸 지 하루만에 어라운드어스 측은 “잘못된 공식입장으로 혼란을 빚으셨을 많은 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용준형이 연루됐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정확한 팩트체크를 하지 못하고, 섣부른 판단으로 성급하게 공식입장을 내 많은 분들께 혼란을 야기시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어라운드어스는 과거 윤두준의 입대 관련 대응으로도 아쉬움을 남겼던 터. 이번에도 보다 확실한 확인이 요구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실무근', '법적대응' 등 적반하장격의 입장 표명을 쏟아내 아쉬움을 남겼다.

최종훈. /사진=FNC엔터테인먼트, DC인사이드 FT아일랜드 갤러리

◆한시간 만에 들통난 거짓말… FNC의 뒤늦은 결정 

또 단톡방의 또다른 멤버로 지목된 연예인은 그룹 FT아일랜드의 최종훈이다. 최종훈은 2016년 음주운전에 적발됐으나(면허정지 처분) 보도를 막기 위해 경찰에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2016년 2월 서울 이태원에서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려 250만원의 벌금과 100일 면허정지 처분을 받고 이를 이행한 사실이 있음을 본인을 통해 확인했다"며 "최종훈은 당시 두려움에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멤버라고 생각해 조용히 넘어가고자 소속사에 알리지 못하고 스스로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된 점에 대해 많은 후회와 반성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 유착에 관한 금일 보도와 같이 언론사나 경찰을 통해 그 어떤 청탁도 한 사실은 없음을 본인을 통해 확인했다"고 알렸다.

그러나 불과 한시간 만에 단체대화방 내용이 공개돼 "청탁은 없었다"는 발언이 거짓임이 증명됐다. 지난 13일 방송된 SBS ‘8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종훈은 다른 아이돌 가수의 음주운전 적발 기사로 추정되는 링크를 정준영, 승리, 유리홀딩스 대표가 포함돼있는 단체대화방에 올리며 "난 다행히 OO형 은혜 덕분에 살았다"고 말했다. 이에 정준영은 “이번에 (신문) 1면에 날 수 있었는데”라고 말했고 최종훈이 “내가 왜 기사가 나. 얼마나 조용히 처리했는데”라고 받아치자 지인 김씨는 “조용히? 유 회장님이 얼마나 발 벗고 나섰는지 아냐”고 답했다. 그러자 승리는 “다음 음주운전은 막아줄 거란 생각 말아라. XX 형이 자기 돈 써서 입 막아줬더니”라고 덧붙였다.

보도 이후 FT아일랜드 팬들은 최종훈을 팀에서 퇴출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의사를 표했고 이에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최종훈의 탈퇴를 뒤늦게 결정했다.

소속사는 "당사는 이번 사안에 대해 사실을 감추거나 덮으려는 의도가 없음을 명확하게 밝힌다. 앞서 (소속사는) 오래전 일을 본인이 기억하는 부분에 대해 상호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최대한 본인에게 확인 과정을 거친 후에 입장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정확하지 않은 입장 발표로 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본인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나 불법행위와 관련해 추가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어 이번주 내로 경찰 조사를 성실하게 받을 예정이다"며 "최종훈은 팀에서 영원히 탈퇴하고 연예계를 은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당했던 최종훈은 결국 모든것을 내려놓겠다며 뒤늦게 사과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박진영. /사진=Mnet 방송캡처

◆새삼 주목받는 JYP

이에 JYP엔터테인먼트의 대처와 책임론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상황.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은 지난 2015년 트와이스를 뽑는 엠넷 리얼리티 '식스틴'에서 연습생들에게 실력보다 인성을 강조했다. 그는 진실, 성실, 겸손의 중요성을 꼽은 뒤 "좋은 가수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정준영 동영상 속 피해인물로 JYP엔터테인먼트의 소속 아티스트 중 한명이 지목되자 "(악성루머) 최초 작성자 및 유포자에 대해 법적으로 가용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임을 밝혔다.

이 같은 공식입장 발표 하루 만에 "최근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온라인에 퍼지고 있는 자사 아티스트 관련 루머에 대해 최초 작성자와 배포자들에 대한 파악에 나섰고 자체 조사 및 팬들의 제보 등을 종합, 하루 만에 상당량의 사례 및 증거를 확보하고 13일 검찰에 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고 발표했다. 상당히 발빠른 대처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문제가 생기면 우선 기획사는 덮어두기를 하려고 한다”며 “잠시 활동을 쉬고 난 뒤 분위기가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복귀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다가 감당이 안 되면 ‘꼬리 짜르기’를 하듯 손을 털어버린다”고 덧붙였다. 

위기에는 평상시 잘 드러나지 않는 본질과 실력이 선명하게 고개를 내민다. 위기일수록 정석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 하지만 몇몇 소속사들의 위기 대응능력은 감각도 떨어지고 당당하지도 못하며 체계화된 매뉴얼도 없어 보인다.

스타는 단순한 유명인이 아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특히 청소년층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한 집단이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인 만큼 그에 따르는 사회적 역할도 짊어져야 마땅하다. 따라서 여러 형태의 문제행동을 한 연예인은 '자숙'이 아닌 '퇴출'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한번 잘못을 저지르면 연예계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문화가 자리잡으면 물의를 일으키는 연예인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예기획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계로 찍어내듯 아이돌을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는 인성교육과 체계적인 관리로 슈퍼스타로서의 품격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위기다. 팬들은 상처받았고 국민들은 연예계를 믿지 않는다. 업계가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승리와 정준영이 나올 수 있고 결국 국민들로부터 처절하게 버림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유림 cocory0989@mt.co.kr

머니S 생활경제부 김유림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077.24하락 3.3811:46 10/24
  • 코스닥 : 652.74하락 6.2411:46 10/24
  • 원달러 : 1169.70하락 2.711:46 10/24
  • 두바이유 : 61.17상승 1.4711:46 10/24
  • 금 : 59.67상승 0.7211:46 10/24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