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규제 그후] ④비닐봉투, 영국은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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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시행된 커피전문점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금지’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소비자 편의를 무시한 정책’이라는 비판과 ‘친환경을 위한 공익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대립했고 영업장 내 혼선도 빚어졌다. 시행 7개월이 지난 현재, 해당 정책은 서서히 자리를 잡는 모양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잡음이 나온다. 또한 올해 일회용품과 관련된 또 다른 규제가 시행될 조짐이라 자영업자들의 머릿속도 복잡해진다. ‘머니S’가 일회용컵 사용 규제 후 달라진 커피전문점 풍경을 취재했다. 또 사용 규제에 따른 찬반양론, 일회용품 규제 강화 시의 후폭풍, 해외에서는 어떻게 일회용품 규제를 시행하는 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금지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 /사진=머니S DB
다음달부터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회용컵에 이어 비닐봉투도 규제 대상에 오르자 일부 사업주와 소비자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일회용품 사용제한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무조건적인 금지정책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제로 플라스틱’ 흐름에 비하면 국내 규제는 미흡한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으로 미국(97.7㎏)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배출 규모도 상당하다. 환경부는 하루 평균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2016년 548만 8000㎏에서 2017년 816만 4000㎏으로 48.8%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폐플라스틱은 2017년 중국이 수입 중단 조치를 내린 뒤부터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소비 대국이자 쓰레기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이에 정부는 플라스틱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커피전문점 등을 대상으로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제한했다. 올해부터는 대형마트와 대형슈퍼마켓(매장 크기 165㎡ 이상)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도 금지했다. 이달 말까지는 계도기간이지만 다음달부터는 위반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나아가 환경부는 상반기 내로 배달음식 포장용기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배달업계 일회용품 사용규제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같은 일회용품 근절정책은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최근 선진국들은 일회용품 사용을 일절 금지하는 등 보다 직접적인 규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생산·유통업체에 비용 부담을 지워 책임을 강화하거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보증금이나 벌금제를 도입해 사용량을 억제하는 방안이다. 규제 대상 역시 일회용컵뿐 아니라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 심지어는 면봉까지 확대됐다.

지난 2일 인도네시아 서자바 주 베카시의 반타르 게방 매립장 모습. /사진=로이터

◆세계는 지금 ‘플라스틱 전쟁’ 중

유럽은 플라스틱 규제에 가장 적극적이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빨대, 면봉, 접시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10여종의 사용을 전면금지한다. 종이 빨대, 나무 면봉처럼 이미 대체품이 개발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EU 의회는 지난해 10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규제안을 채택했다. 규제안에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병 90%를 분리수거해 재생하고 2030년까지 일회용품을 대폭 줄이기는 방안도 담겼다.

영국도 2042년까지 불필요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완전히 제거하기로 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해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이런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세 플라스틱이 사용된 제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이르면 오는 10월부터는 잉글랜드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면봉 등의 유통, 판매도 금지된다.

소비자에게 보증금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독일은 일부 지자체와 커피전문점 등이 협약을 체결해 재사용컵 보증금제를 시행 중이다. 독일 61개 브랜드 카페 및 베이커리 매장에서는 재사용 플라스틱 컵에 보증금 1유로(약 1300원)를 부과하고 소비자들이 해당 컵을 사용한 뒤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준다.

미국과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도 관련 법안을 시행 혹은 검토 중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2007년부터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고 공공기관에서는 일회용품 사용도 금지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밴쿠버 시의회는 내년 6월부터 식당과 술집 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이를 어길 경우 업주는 건당 250캐나다달러(약 22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대만 정부도 2030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외식업체에서 제공하는 빨대, 수저, 컵 등을 2025년부터 유료 판매로 전환한 뒤 2030년에 전면적으로 사용금지한다.

규제로 인한 효과도 톡톡하다. 아일랜드는 2002년부터 비닐봉투 한장당 15센트(약 210원)을 부과하는 소비자부담금 제도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1인당 일회용 비닐봉투 연간 사용량이 328개에서 21개로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영국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회용 비닐봉지 가격을 5파운드(약 7500원)에서 10파운드(약 15000원)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주요 슈퍼마켓의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률은 86% 감소했고 비닐봉지 사용량도 150억개 이상 줄었다.

이마트 서울 가양점 생선코너에 롤 비닐이 비치돼 있다. /사진=머니S DB

◆갈 길 먼 ‘플라스틱 소비 대국’

우리 정부는 지난해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일회용컵과 비닐봉지 사용량을 35%,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50%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는 커피전문점 및 패스트푸드 업체 매장 내 일회용컵을 단속하고 지난 1월부터 대규모 점포와 슈퍼마켓에서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다.

이 같은 대책이 일부 성과를 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업종별·제품별·사업장 규모별 적용기준을 지나치게 세분화해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사각지대도 여전하다. 마트 내 비닐봉투 규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자발적 협약을 통해 시행돼온 터라 추가적인 저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마저도 생선이나 정육, 채소 등 수분이 있는 제품에 사용하는 롤 비닐은 규제대상에서 빠졌다. 커피전문점도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제한했으나 테이크아웃용 플라스틱 컵이나 폴리에틸렌(PE) 종이컵은 사용 가능하다.

아울러 정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개정안을 마련해 2021년까지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을 퇴출시키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 반발이 크자 생산 금지가 아닌 생산자 처리 비용을 추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한발 물러섰다.

국내 규제가 미비하다보니 다국적 기업들도 국내에서는 대책 마련에 더디다. 해외에서 플라스틱 규제에 앞장서는 기업들이 국내에서는 별다른 대안을 모색하지 않는 것이다.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는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도 시범사업을 시작했지만 국내에서는 검토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환경단체 등은 우리나라도 전세계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회용 플라스틱 발생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생산단계에서부터 재활용, 즉 재생을 고려하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일회용품 규제 강도가 해외에 비해 약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집행에 문제가 있다. 규제 시행 영역임에도 관리가 느슨해져서 정착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대포장의 경우 생산자에 대한 규제가 센 편이다. 하지만 규제 대상과 범위가 방대해 관리가 힘들다”며 “현재 생산자 측에서는 과대포장으로 값비싸게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인식은 소비자가 과대포장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일 때 바뀔 수 있다. 결국 소비자 인식 변화, 소비 문화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은 silver@mt.co.kr

머니S 생활경제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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