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평당 8000만원’ 대림동… 대박 상권 vs 허름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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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역 12번 출구 앞.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속의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 지하철 2·7호선 대림역이 있어 입지가 좋지만 이곳을 가본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장면과 마주친다. 80년대를 연상시키는 낡은 주택과 상점, 입에 담배를 물고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중국 상인, 곳곳에 널린 거대한 쓰레기산…. 세련된 도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기회의 땅이다. 대림동은 뉴욕 차이나타운 같은 이민자들의 도시가 될까. 아니면 민족적 동질감을 바탕으로 화합할까. 분명한 것은 이곳에 지금도 기대와 성공을 향한 열망이 모여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편집자주>

[‘O리단길’ 지고 ‘가리베가스’ 뜬다] ②미래가치 보니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상권이 주목받는다. 매매가가 3.3㎡당 8000만원대에 육박해 강남 못지않고 지하철 2·7호선 더블역세권이라 접근성도 좋다. 중국인, 조선족 등 고정수요가 풍부하고 인근 영등포·신길뉴타운 개발이 완료되면 찾는 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재래시장과 평범한 음식점 등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단조로운 상권 구성이 과연 고정수요를 넘어 외부 집객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 주목받는 대림동 상권의 미래가치는 빛날 수 있을까.

◆뛰어난 접근성, 활기찬 골목


대림동 상권은 접근성이 좋다. 지하철 2·7호선 환승역인 대림역과 3분 남짓한 거리다. 며칠 전 평일 낮에 2호선을 타고 대림역에 내렸다. 시청역을 출발해 대림역까지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대림역 8번 출구로 나오자 사람들로 북적였다. 상점 간판은 대부분 한자였고 여행용 가방을 든 외국인 관광객도 가끔 눈에 띄었다.

길을 건너 12번 출구 쪽 메인 상권으로 진입하자 역 앞보다 많은 사람이 오가며 활기가 넘쳤다. 주택가와 역세권 상가, 재래시장 등이 어우러진 평범한 골목처럼 보이지만 흔히 보이는 중국 길거리 음식과 빨간색 간판, 여기저기서 들리는 중국말로 인해 흡사 중국의 도심 한복판에 왔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골목을 걷다 한 음식점에서 희한한 음식을 발견하고 점원에게 물었다. “이게 뭐예요?.” 돌아온 답변은 “%$*%&*$.” 알 수 없는 답변에 당황스러운 나머지 대꾸도 못하고 바로 뒤돌아 걸었다. 대림역 앞은 중국말이 더 익숙한 동네다.

◆ 불황 모르는 '중국계 고정수요'

“정말 3.3㎡당 8000만원이 맞아요?”

강남 한복판 얘기가 아니다. 대중들의 뇌리에 허름한 동네로 박혀 있지만 대림동의 상권 시세는 평당 8000만원 이상이다.

메인상권 진입로이자 주도로인 도림로를 낀 12번 출구와 길 건너 9번 출구 근처의 경우 약 30평대(99㎡) 상가 임대 시세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500만원 정도다. 상권 구성은 휴대전화 대리점, 직업소개소, 편의점, 노래방, 식당, 화장품 가게, 안경점, 공인중개업소 등 다른 지역과 비슷하다.

대림역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큰길가 상권의 권리금은 10~15평(33~49㎡) 기준 2억3000만~2억4000만원선으로 형성돼 있으며 경기가 안 좋아 권리금이 다소 떨어졌지만 중국계 고정수요가 풍부해 가게 업종전환이 잦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림역 일대 상권. /사진=김창성 기자
골목 안 메인상권의 시세는 조금 낮았지만 역시 사람들로 북적였다. 골목 중간에 위치한 B공인중개업소 사장도 풍부한 고정수요를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골목 안 10~15평 점포의 임대 시세가 보증금 2000만~3000만원, 월세는 160만~350만원”이라며 “주택가와 붙어 있는 데다 중국계 고정수요도 많아 경기 불황에도 어느 정도 버틴다”고 귀띔했다.

◆ 미래가치는? "오래 살아봐서 아는데…"

“짜장면, 탕수육 말고 진짜 중국 음식 먹으러 자주 옵니다.” - 직장인 C씨
“개발이요? 그런다고 누가 여길 찾겠어요. 오던 사람이나 오지.” - 주민 D씨
“어두운 분위기가 많이 나아졌다지만 그래도 항상 떨려요.” - 내국인 상인 E씨

대림동 상권은 중국인, 조선족 등 풍부한 고정수요가 가장 큰 장점이다. 구로·영등포구 일대에 정착한 이들과 다른 지역에 사는 중국계 사람들의 집결지인 만큼 내국인 수요 의존도는 크지 않다.

대림동 인근 개발 호재도 많다. 가까운 영등포·신길뉴타운 개발이 한창이라 추가 고정수요 유입이 기대되고 최근에는 인근 업무지구인 여의도와 가산·구로디지털단지 직장인 수요까지 대림동 상권을 찾는다.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일하는 직장인 F씨는 “어딜 가도 맛볼 수 없는 이 동네만의 음식이 있어 가끔 찾는다”며 대림동 상권을 치켜세웠다.

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도 적지 않았다. 낡은 주택가 상권에 불과한 대림동에서 무슨 미래가치를 찾을 수 있냐는 의문에서다. 대림동에 오래 산 현지인들은 이런 생각이 강하다.

주민 G씨는 대림동의 미래가치에 대해 묻자 “서울 곳곳에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데 굳이 이런 허름한 동네에 오고 싶을 것 같냐”고 반문했다.

인근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중국인·조선족·빨간색·한자 등 대림동이 풍기는 분위기는 명확하고 범죄도시라는 고정관념이 박혀 아직도 거부감이 많은 건 사실”이라며 “주변에 뉴타운이 개발돼도 다른 좋은 곳 놔두고 굳이 대림동에 오겠냐. 차이나타운을 전부 갈아엎는 개발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관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6호(2019년 4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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