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범죄도시’ 이미지 낙인 벗겨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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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속의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 지하철 2·7호선 대림역이 있어 입지가 좋지만 이곳을 가본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장면과 마주친다. 80년대를 연상시키는 낡은 주택과 상점, 입에 담배를 물고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중국 상인, 곳곳에 널린 거대한 쓰레기산…. 세련된 도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기회의 땅이다. 대림동은 뉴욕 차이나타운 같은 이민자들의 도시가 될까. 아니면 민족적 동질감을 바탕으로 화합할까. 분명한 것은 이곳에 지금도 기대와 성공을 향한 열망이 모여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편집자주>

[‘O리단길’ 지고 ‘가리베가스’ 뜬다] ③구조적 ‘불법의 족쇄’


2017년 개봉한 두 영화 <범죄도시>와 <청년경찰>엔 두가지 공통점이 있다. 중국동포 밀집거주지역, 즉 '차이나타운'이 무대라는 것과 범죄를 일으킨 집단이 중국동포라는 점이다.

멀리 인천이나 부산까지 갈 필요도 없다. 차이나타운은 서울 한복판에 자리잡고 세를 확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핫'한 동네는 대림동, 정확히는 대림2동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가리봉동 등에서 넘어온 중국인으로 시장이 형성돼 현재는 명실상부한 한국 제일의 차이나타운이 됐다.


중국동포 대상 영업하는 여행사. /사진=서대웅 기자

◆ 대림동은 범죄도시?


차이나타운은 시각보다 청각으로 먼저 느낄 수 있다. 차이나타운에 가까워질수록 우리말보다 중국어와 조선족 말투가 많이 들린다. 지난달 22일 오후 대림역으로 가는 지하철에서도 그랬다. 대림역 8번 출구로 나와 한국어보다 중국어 간판이 많은 걸 보고서야 이곳이 '한국 속 중국'이란 걸 실감했다.

대림로27길은 주거지역이다. 자줏빛 2층짜리 조적식 벽돌건물이 꽤 보였다. 다른 지역에 비해 재개발 진행이 더디다는 뜻이다. 가리봉동의 중국 동포 거주수요가 대림2동으로 옮겨온 건 신축 건물이 많이 들어선 대림1·3동에 비해 2동의 주거비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경찰서가 아닌 서울지방경찰청이 직접 관리하는 '국제범죄수사대'가 주거지역에 있었다. 간판엔 '이주민 범죄 피해 상담센터 운영 안내'라는 글귀와 함께 간략한 내용이 적혀있었고 옆엔 중국어가 인쇄돼 있었다.

'이주민 범죄'는 중의적 표현이다. 이주민이 한국인에게 피해를 입힌 것은 물론 한국인이 이주민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것도 포함된다. 하지만 여론은 전자만을 이주민 범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2015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5.6%가 중국동포들이 '한국의 범죄율'을 높인다고 답했다.

현실은 어떨까.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외국인 범죄자는 2017년 기준 3만4000여명인데 이 가운데 중국인이 1만9000여명으로 절반 이상이다. 하지만 내국인까지 포함한 전체 범죄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중국인 비율이 높은 건 국내 체류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단순히 '중국인이 한국 범죄율을 높인다'고 볼 수는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중국동포를 보는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인근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원아 구성 비율은 한국인과 중국인이 6대4 정도"라며 "이 동네로 처음 이사온 엄마들은 어린이집에 중국 아이들이 많은 것을 안 좋아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으니 보낸다"고 말했다.



2017년 중국동포 단체들이 영화 <청년경찰> 제작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낸 건 이런 배경에서다. 영화가 대림동이 범죄소굴이 된 건 조선족 때문이라는 편견을 심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영화가 가상의 시나리오를 기초로 제작됐고 원고(조선족 단체)에 대해 악의적 의도로 제작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단체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등포구청과 주민센터 등 지자체는 동네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곳곳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고 무단쓰레기 투척 금지 캠페인이 열려 동네가 밝아졌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한 50대 여성 주민은 "2년 전까지만 해도 CCTV가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밤에 돌아다니긴 무섭지만 CCTV 설치 후 안정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도림로36길 등 상가 밀집지역 인근의 주거지역은 쓰레기 무단투기 특별감시 장소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쓰레기 배출시간을 저녁 8시에서 자정으로 정하고 종류별 쓰레기봉투를 잘 사용하는지 감시한다. 이런 내용을 안내하는 표지판의 메인은 중국어로 돼있고 우리말이 작게 쓰여 있다. 이 같은 노력 때문인지 대부분의 주거지역은 깨끗했다.

◆갈 길 먼 이미지 쇄신, 구조적 문제 잡아야

대림동의 이미지 개선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대림역 8번출구 앞 삼거리, 시민들로 북적이는 인도 한복판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았다. 5살쯤 돼 보이는 아이가 한손엔 어묵을, 다른 한손엔 엄마 손을 잡고 걷고 있는데도 인도 곳곳에선 담배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대림중앙시장에서는 담배를 물고 만두를 빚는 모습도 보였다. 손님들은 이 모습이 익숙한 듯 만두 빚는 상인과 중국어로 대화를 나눴다.

구조적인 문제도 얽혀 있다. 불법체류자를 어떻게 '양성화'할 것이냐다.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은 비자 종류에 따라 '신분'이 달라진다. 3년에 한번씩 방문해 90일간 머무를 수 있는 C38(단기 체류)비자, 최대 3년간 체류하며 일할 수 있는 H2비자, 친인척이 한국에 있어서 재외동포 자격을 얻을 수 있는 F4비자 등이다. 국내에서 3년을 보장받으며 그나마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선 H2비자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비자 없이 체류하는 중국인이다. 출입국 행정을 대행하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무비자 중국인(불법체류인)이 문제가 되는 건 범죄를 일으키는 중국인 중 다수가 이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자가 있는 중국인은 비자 유지를 위해 오히려 행동거지를 조심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3월까지 불법체류인을 상대로 자진해서 출국하면 추후 입국 규제를 하지 않는 제도를 시행해 여행사들이 이 기간 불법체류인을 상대로 활발한 상담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6시. 다시 대림역으로 돌아가는 길. '자동차 자동용접', '건설폐기물 분리', '콘크리트 구조물회사', '사우나 세탁', '가스공사 설비' 등 직업소개소(인력사무소)가 광고하는 전단 앞에 두명의 동남아시아인이 서 있었다. 본인들의 '타운'은 없지만 돈을 벌기 위해 이곳을 찾은 듯했다. 차이나타운이 없어지고 다른 이주민이 자리한다면 대림동의 이미지는 바뀔까. 미국인들도 LA 한인타운의 한국인을 우리가 보는 차이나타운 중국인처럼 바라볼까. 

☞ 본 기사는 <머니S> 제586호(2019년 4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서대웅 mdw1009@mt.co.kr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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