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불황 몰라요”… 혼자 웃는 대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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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리단길’ 지고 ‘가리베가스’ 뜬다] ①수요 빵빵한 ‘차이나 특구’


“요즘에 누가 신촌, 청담동 가나요. 왕십리, 연남동, 구디(구로디지털)가 핫해요.”

“동대문도 용산처럼 한물갔어요. 요즘은 다 인터넷으로 주문하잖아요.”

“취업이 어려워 푸드트럭 창업하려고 배우고 있어요. 요즘 뜨는 OO동에서 조그맣게 장사하는 게 꿈이에요.”


가리봉 오거리. /사진=장동규 기자

명동, 광화문, 용산, 강남역 등 서울의 주요 상권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논현역 공실률은 전년 대비 1.7%에서 18.9%, 이태원은 11.8%에서 21.6%, 신촌은 7.2%에서 10.8%, 청담은 3.4%에서 11.2%로 각각 상승했다. 빈 상가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강남대로나 명동도 상황은 좋지 않다. 임대문의 광고가 여기저기 눈에 띄며 점포정리 현수막을 내건 가게도 많이 보인다. 강남대로의 경우 임대료가 비싸 평촌, 판교 쪽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회사가 늘어났다. 명동은 관광객이 줄면서 ‘관광지 상권’의 힘을 잃었고 심지어 '깔세'(보증금 없이 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임대차계약)도 등장했다. 대형 의류브랜드, 프랜차이즈 매장을 제외한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유명해진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리단길을 포함한 이태원 상권은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빠져나가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있다. 경리단 골목이 사람들로 가득 찼던 예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썰렁해진 모습이다. 비어있는 1층 상가도 많이 보이고 개성 강한 가게들이 모여 있던 거리는 익숙한 프랜차이즈 간판으로 채워졌다.


1호선 가산역 앞 고층빌딩숲. /사진=장동규 기자

◆빈 가게 없나요?… 임대료 강남 수준

이른바 ‘~리단길’로 불리우는 경리단길, 망리단길은 물론 샤로수길, 연트럴파크, 성수역 까페거리 등의 신흥상권들도 젠트리피케이션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반짝 뜨고 지는 유행가가 될 수 있다. 결국 이곳에서 저곳으로 신흥 시장이 옮겨가기만 할 뿐 신규 가게들이 모이는 대체지는 어디든 만들 수 있고 꼭 경리단길을 가야하는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권 하락은 일각에서 지적하듯 경기침체, 인건비 증가,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일까. 아니면 소비트렌드 변화로 인한 상권 패러다임의 변화일까.


10년 전만 해도 커다란 매장, 역세권의 좋은 입지, 막강한 홍보력을 무기로 삼은 대형 상점들이 상권을 주름잡았었다. 하지만 획일화된 상품보다 개성이나 개인맞춤을 중시하는 문화가 번지면서 작은 매장, 물어물어 찾아가야 하는 위치, SNS 입소문을 통한 홍보력을 가진 소형 상점들이 속속 등장했다.


대림 차이나타운. /사진=장동규 기자

중대형상가의 경우 서울 평균 공실률이 2013년 6.0%에서 지난해 7.2%로 꾸준히 상승했으나 소형상가는 2015년 3.7%에서 지난해 3.1%로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고 아이디어 소호창업에 적합한 소형 상가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88만원 세대의 취업난도 소형상가 공실률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반면 ‘샤로수길’로 유명해진 서울대입구의 공실률은 2017년 4분기부터 지금까지 ‘0%’에 가깝고 동북권의 핫플레이스 수유는 11.1%에서 1.8%으로 떨어졌으며 교통 중심지로 규모가 확장된 왕십리는 8.7%에서 5.8%로 하락했다. 특히 대림역 차이나타운은 빈 가게를 찾기 어렵고 임대료는 강남 수준까지 상승했다.

◆ ‘달링’에선 평당 팔천 아니 받을 수 없어 

대림역, 남구로역, 가산역 세개 7호선 전철역을 잇는 지역을 통칭하는 '가리베가스'는 젊은이들의 수요 및 소호 상점 창업 흐름과 맞물리며 튼튼한 상권을 보여주고 있다. 마리오 아울렛 등 기존 상권과 구디(구로디지털단지)·가디(가산디지털단지)에 빼곡히 입주한 업체들이 수요를 받쳐준다. 구디·가디에는 강남 등지에서 온 중소벤처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젊은 직원들이 많다는 것도 가리베가스 상권 수요를 받쳐주는 힘이다.

대림역 차이나타운은 더 뜨겁다. 과거 가리봉오거리를 중심으로 시작된 차이나타운이 조선족 인구 유입, 지가상승 등의 이유로 대림동으로 옮겨지면서 대림역 일대는 토착 조선족 및 중국인의 메카로 자리 잡으며 수요가 받혀주는 황금상권으로 변했다. 예전에는 한국에서 돈벌어 중국으로 돌아가는 조선족이 많았지만 장기체류 혹은 국적취득자가 늘어나면서 ‘중국 특화’라는 특수성이 더욱 강화됐다.

‘달링’은 대림의 중국어 발음 '따린'을 이쁘게 표현한 말이다. 대림역은 2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더블 역세권이며 일평균 8만명 이상의 메가급 인구가 오간다. 이는 서울시 지하철역 평균 이용객의 7배 수준이다. 다만 가뜩이나 막히는 남부순환도로가 최근 고가도로 철거공사로 교통 체증이 심해져 금요일 퇴근길에는 주차장에서 차를 빼기가 망설여지지만 공사가 끝나면 나아질 거라 기대한다.   
 

걱정되는 건 대림역 차이나타운의 '뜸'으로 인한 악덕 시행업자들의 고분양가 상가 분양에 피해볼 수 있는 서민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6호(2019년 4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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