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괴물’ 김부장에게 필요한 건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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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등장한 ‘X세대’가 지금은 ‘낀 세대’ 김 부장으로 대한민국 중심에 서 있다. 유래 없는 ‘신인류’로 불렸지만 베이비붐·밀레니얼 세대 어느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낀 세대’로 낙인찍힌 그들. 직장에선 ‘말 잘 듣는’ 부하직원이자 ‘꼰대 강박증’에 시달리며 집에 가도 아내와 아이들이 불편해 한다. 한해 1000명이 넘는 ‘김 부장’이 자살하고 젊은 날을 바친 직장을 떠난다. 누가 그들을 궁지로 내몰았을까. 무엇이 그들이 버티고 힘내게 하는 걸까. <머니S>가 ‘김 부장’의 하루를 통해 그들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72년생 김부장] ⑤·끝 ‘번아웃’ 탈출하려면


#직장인 김세원씨(가명·48)는 매일 기력이 없고 쇠약해진 느낌이 든다. 푹 쉬어도 피곤함은 가시지 않고 숙취도 오래 간다. 김씨는 ‘워커홀릭’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업무에 열정적이었으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무기력증이 생겨 업무 성과도 떨어졌다. 왠지 모를 우울증에 만성두통과 불면증이 생겼고 성욕이 줄어 아내와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앞만 보고 달려온 이 시대 가장이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호소한다. 탈진 또는 ‘번아웃증후군’을 겪는 갱년기 남성이 갈수록 늘고 있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 생기는 변화라고 하기엔 이들이 겪는 고통은 심각하다. 고개 숙인 중년의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알아보자.

◆호르몬 감소, 자가진단으로 예방

중년남성이 쉽게 경험하는 피로감은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20대 후반에 최고점을 찍은 후 30대부터 떨어진다. 노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1년에 0.8~1%씩 떨어져 10년마다 10%씩 줄어든다. 40대 중반부터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50~70대의 테스토스테론은 정상치(8~12nmol/L)의 절반도 못 채운다.

남성의 호르몬 수치 감소는 성기능 장애뿐 아니라 삶의 활력 감소, 비만, 근육량 감소,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불면증, 우울증 등을 동반한다. 따라서 노화현상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으로 여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최세웅 여의도 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갱년기를 자가진단하는 10가지 리스트를 소개했다. ▲성욕이 줄었다 ▲무기력하다 ▲근력 및 지구력이 감소했다 ▲키가 줄었다 ▲삶에 의욕과 재미가 없다 ▲슬프거나 짜증이 많이 난다 ▲발기가 안 된다 ▲조금만 운동해도 쉽게 지친다 ▲저녁식사 후 졸음이 잦다 ▲업무능력이 감소했다 중에서 3개 이상에 해당하면 갱년기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갱년기에 대처하려면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다. 일주일에 30분씩 3회 이상 등산이나 조깅 등 땀을 흘리는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면 호르몬분비를 촉진시켜 몸에 활력을 주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부부가 함께 치료하면 갱년기의 어려움은 쉽게 떨칠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겪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함께 고민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긴밀한 유대감도 형성할 수 있다.

최 교수는 “남성 호르몬을 보충하는 요법은 먹는 경구제, 피부에 바르는 경피제, 피부에 붙이는 패치, 주사제, 피하 삽입형 제제가 있다”며 “남성갱년기는 여성의 폐경처럼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뇌 관리 잘하면 화병·불면증 줄어

직장인 박화연씨(47)는 가슴 속에 화를 품고 산다. 늘어나는 업무에 짜증이 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집에선 남편과 아이들에게 화를 내기 일쑤다. 그러다가 무력감에 빠지고 우울증에 시달린다. 화를 낸 것이 후회돼 며칠 동안 말도 안 하고 지낸다. 박씨는 “누구보다 생기가 돋고 밝았던 내가 어쩌다 감정괴물이 됐을까”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화병에 시달리는 중년 여성이 많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분노를 참지 못해 병원을 찾는 40대가 늘고 있다. 갑작스런 몸에 변화를 겪는 갱년기 여성의 화병은 더 극심하다.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화병 증상으로 가슴이 답답함, 화가 치밀어 오름, 얼굴의 열감, 억울함과 분노 등을 꼽았다. 화병을 치료하려면 화가 일어나는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통상 분노는 3초 안에 결정되고 15초에 최고조에 달한다. 이때 분노를 일으키는 환경에서 15분 정도 벗어나면 주의를 돌려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

분노를 풀 수 있는 자리도 만들어 보자. 아늑한 방이나 서재,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는 야구장, 1시간 정도 아무생각 없이 걸을 수 있는 공원, 마음을 털어놓고 위로 받을 수 있는 친구 등 감정을 순화할 '아지트'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걷는 행동은 정신을 단련시켜 준다. 많이 걸으면 혈액이 몸속에 원활히 흘러 뇌세포가 활성화돼서다.

김 교수는 “많은 사람이 인생이 힘들고 절망스러울 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유는 자신이 의도한 곳으로 걸어가면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화병이 많은 사람은 몸을 많이 움직여 감정과 생각, 행동을 스스로 다잡아보라”고 조언했다.

잠을 잘 자는 것도 정신건강에 도움을 준다. 수면장애는 치매 발병 위험성을 높인다는 연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잠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뇌의 ‘하부 전두엽’ 기능을 떨어뜨려 집중력과 인지능력, 감정조절, 식욕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스마트폰의 빛이 뇌를 자극하는 것이다.



강승걸 가천대 길병원 정신과 교수는 성인남성 20명을 연구한 결과 수면 전에 10룩스(lux)의 빛에 노출될 경우 다음날 낮 시간 기억능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10룩스는 물체를 겨우 인식할 정도의 약한 빛이다.

불면증이 생기면 뇌 속 치매 유발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늘어나고 이 성분이 지속적으로 많아지면 뇌 속에 일종의 찌꺼기가 쌓여 뇌신경세포와 신경회로를 손상시킨다. 반대로 깊은 잠을 잘 때 뇌의 글림파틱 시스템은 맥박과 혈류의 힘을 증가시켜 뇌 속에 축적된 노폐물을 밖으로 밀어낸다.

이처럼 중년층은 뇌를 활발히 움직이는 게 좋다. 바둑, 장기, 외국어공부 등으로 뇌를 훈련시키고 비타민C와 E가 많은 검붉은색 채소, 곡물(엽산)을 먹어 뇌에 혈류가 잘 통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 교수는 “화병와 우울증은 40~50대 성인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으로 불안장애, 불안증 등을 동반한다”며 “약물치료 이외에 상담치료를 받는 것이 좋으며 심리적·정서적으로 도움을 주는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7호(2019년 4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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