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vs 고용… 사업가형 지점장제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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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과 동일하게 일히지만 퇴직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수억원의 연봉을 가져가기도 합니다.”

사업가형 지점장제를 두고 관보험업계 내부의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사업가형지점장제는 정규직인 보험영업 지점장을 계약직으로 변경해 실적에 따라 평가하는 제도다. 계약직이지만 성과에 따라 기존 연봉보다 몇 배는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철저한 성과주의로 단기간에 영업실적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사업가형 지점장제는 계약직 신분인 만큼 근로자 인정여부로 회사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계약직은 일반 정규직과 달리 퇴직금 등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다. 앞서 한화손해보험과 한화생명보험은 각각 법원, 노동위원회에 판단을 맡겼다. 미래에셋생명은 현재 사업가형 지점장들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높은 운영 효율성, 더 높은 고용불안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외국계 보험사를 중심으로 사업가형 지점장제가 도입됐다. 사업가형 지점장은 일반 지점장들과 다르게 지점을 관리하는 개인사업자에 가깝다. 보험사가 점포 관리에 대한 전권을 계약직인 사업가형 지점장에게 맡겨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제도다.

부작용도 있다. 사업가형 지점장은 성과가 안 나오면 언제든지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2017년 한 외국계 보험사의 영업지점장은 본사와 계약해지된 것을 비관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해당 보험사는 사업가형 지점장제를 운영해 지점장들을 계약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당시 동료들에 따르면 A씨는 보험설계사 채용 실적을 채우지 못해 회사 측으로부터 계약 해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도 시범적으로 도입했지만 현재는 거의 손을 뗐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사에서는 사업가형 지점장제를 거의 운영하지 않고 있다”며 “장·단점이 있겠지만 고용불안정으로 지점장들의 소속감이 줄어들거나 인력 누출이 생길 수 있다. 또 지점장들이 계약직 신분이라 차후 고용문제에 대해 이견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0% 사업가형 제도 메리츠화재, 매출 '껑충'

메리츠화재는 100% 사업가형 지점장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2016년 12월 도입이후 각 지점장에게 지점 운영에 관한 전권을 모두 넘겼다. 회사에서 정하는 출퇴근시간, 마감 실적, 주력상품 등을 없애고 오로지 매출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지역에 따라 인접한 지점은 개인 사업자 형태로 통합해서 효율성을 높였다.

메리츠화재는 사업가형 지점장제 도입 이후 시장점유율이 크게 늘었다. 손해보험 매출의 핵심지표인 사람대상의 장기보험(인보험) 시장에서 업계 1위인 삼성화재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 장기인보험 초회보험료(매출)은 약 1226억원으로 삼성화재(1348억원)에 이어 2위를 했다. 2014년 말 13.8%에 불과했던 메리츠화재 장기인보험은 지난해 말 21.9%까지 올랐다.

메리츠화제는 타사의 사업가형 지점장제와 가장 큰 차이로 자율성을 꼽는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본사에서 지점운영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 지점장이든 보험설계사든 본인이 한만큼 수익을 내고 거기에 맡는 연봉을 가져간다”며 “일반적으로 고용불안에 관한 우려가 있지만 설계사와 지점장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21일 미래에셋 해촉지점장 투쟁위원회가 미래에셋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심혁주 기자

◆계약직? 정규직? 퇴직금 문제로 소송 잦아

사업가형 지점장은 근로자가 아닌 계약직으로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는 계약 형식보다 실질적인 업무 여부가 핵심이다. 일부 사업가형 지점장은 일반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했다며 퇴직금 지급 소송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월21일 미래에셋 본사 앞에서 계약 해지된 사업가형 지점장들이 시위에 나섰다. 박동열 미래에셋생명 해촉지점장 투쟁위원회(미해투)는 “계약직이었지만 사실상 정규직과 다름없이 근무했다“며 사측에게 퇴직금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래에셋 생명은 2005년 SK생명을 인수·합병한 후 사업가형 지점장제를 도입했다. 미해투에 따르면 도입과정에서 당시 지점장들을 계약직인 사업가형 지점장으로 변경하도록 했다. 이에 동의하지 않은 지점장은 다른 보직으로 인사발령을 내면서 사측이 사실상 선택을 강제했다는 주장이다.

전환된 이후에도 사업가형 지점장제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했다. 박동열 미해투 위원장은 “사측은 목표를 부여하고 근무시간을 지정하고 휴가를 보고해야 하는 등 일반 정규직 직원과 똑같은 업무방식을 요구했다”며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자를 수 있게 몰아세운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래에셋생명은 사업가형 지점장은 일반 정규직과 철저히 다른 제도로 운영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이 사업가로서 수당, 수수료, 세제 등 일반 정규직과 달리 여러 혜택을 누렸다는 주장이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사업가형 지점장은 수당이나 체계 자체가 일반 직원하고 달라 근로자로 보기 힘들다”며 “우선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가형 지점장의 근로자 인정 여부는 퇴직금, 주휴수당 등 보험사 비용 문제와 직결된다. 사업가형 지점장제를 운영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민감한 사항이다.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한화손해보험 출신 사업가형 지점장을 근로자로 인정해 사측에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화손보는 항소 없이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계약직인 사업가형 지점장제는 본인의 능력에 따라 일반 직원이 만질 수 없는 엄청난 연봉을 받는다. 거기에 퇴직금, 연차수당 등 정규직 직원이 누릴 수 있는 보장까지 받게 된다면 회사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7호(2019년 4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심혁주 simhj0930@mt.co.kr

금융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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