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도 스마트폰… ‘디지털 중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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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문명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디지털 기기로 무장한 현대인들은 ‘손 안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시공간의 구애 없이 대화한다. 디지털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했지만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같다. 인간은 많은 시간을 디지털 기기에 할애했고 점차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며 디지털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뇌는 본연의 기능을 잃고 있고 ‘디지털 치매’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급기야 디지털 문명을 독소(毒素)로 규정했다. 디지털은 선일까 악일까. <머니S>는 디지털 문명의 현황과 부작용을 살피고 극복 방안을 찾아봤다.<편집자주>

[신인류 불치병 ‘디지털 치매’] ①사람보다 기기… 절반은 ‘중독자’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류의 비약적인 발전을 불러왔다. 증기기관을 활용한 각종 기술혁신과 새로운 제조공정은 섬유산업, 철강산업을 넘어 인류를 진화시켰다.

최근 디지털 기기의 발전도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대화할 수 있고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각종 정보를 '손 안에서' 확인할 수 있어 산업혁명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문명의 ’선물’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선물은 엄청난 속도로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스마트폰 가입 회선 수는 5578만8474선으로 집계됐다. 국민 1인당 스마트폰 1대 이상을 보유한 셈. 초고속 인터넷 가입 회선은 2월 기준 2137만8494선으로 1가구당 1개 이상을 사용 중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디지털 기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어지는 법. 산업혁명이 대기오염, 토양오염, 노동문제를 불러왔듯 디지털 문명이 진화할수록 부작용도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보다 기기와 소통하는 현대인

#. 인천 중구에 사는 유재현씨(35)는 얼마 전 2만mAh(밀리암페어시)의 대용량 보조배터리를 구입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과 각종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항상 배터리가 모자란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퇴근 후에도 디지털 기기를 들고 생활하는 유씨는 “인터넷을 연결할 수 없는 장소에 가면 불안하다”며 “얼마 전 스마트폰이 고장 났을 때도 며칠간 수리를 맡겨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수리를 포기했다. 스마트폰 없이 살 바에 차라리 고장 난 스마트폰을 계속 쓰다가 새로운 단말기를 사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 경기 용인시에 사는 김유석씨(32)는 얼마 전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출근했다. 당시 김씨는 불안하고 초조해서 견딜 수 없었다. 전화가 오면 어쩌지, 메신저에 중요한 연락이 올 수도 있는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어떤 글이 올라오진 않았을까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없었던 김씨는 퇴근 후 스마트폰을 손에 쥔 다음에야 마음이 편해졌다. 김씨는 “매일 만지는 스마트폰이 없으니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내가 흔히 듣던 디지털 중독자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디지털 기기는 우리 생활의 일부분을 넘어 분신 같은 존재가 됐다. 40~60대 기성세대의 일처리 시간에 비해 4분의 1시간 내에 일을 처리하는 ‘디지털 쿼터족’이란 말도 등장했다.

근래 들어서는 인간이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을 통칭 ‘디지털 중독’이라 한다. 정확히는 ‘디지털 중독 장애’ 정도로 칭할 수 있지만 아직 공식 진단명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디지털 중독은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SNS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일어나는 금단, 내성, 집착, 의존, 통제력 상실 등을 느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현상을 일컫는다. 디지털 중독은 당사자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심지어 대인관계마저 소홀히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디지털 기기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류의 행복이 기기의 성능 향상과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기기가 발전할수록 사람보다 기기와 소통한다.


◆연간 손실 5조4000억원

지난해 6월 시장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이 만 19~5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지털 기기 의존도에 대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7.4%가 스스로 ‘디지털 기기에 많이 의존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디지털 기기가 없으면 제대로 생활하기 힘들다’, ‘디지털 기기가 없으면 못 살 것 같다’는 항목에도 동의했다. 디지털 기기의 대중화가 ‘디지털 중독자’를 낳는다는 결과다.

디지털 중독은 소외되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는 ‘포모 증후군’부터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고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스몸비족’, 스스로의 뇌를 사용하지 않고 디지털 기기에 의존해 기억력이 감퇴되는 ‘디지털 치매 증후군’까지 다양한 형태의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디지털 중독으로 발생하는 손실도 만만치 않다. 보건복지부 추산 인터넷·게임·스마트폰 등 디지털 중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비용은 한해 5조4000억원(2016년 기준)나 된다.

디지털 기기에 인간이 종속되는 현상은 자제력이 부족한 청소년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학령전환기 청소년 129만15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 15.2%에 해당하는 19만6337명이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과의존 위험군’으로 진단됐으며 인터넷과 스마트폰 두가지 항목이 모두 문제가 된 ‘중복위험군’ 청소년도 6만4924명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중독이 또 다른 중독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상규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술·담배·도박에 한꺼번에 중독되신 분들이 많으며 디지털 기기에 과몰입하는 젊은 세대들도 나이가 들면서 ‘중독공존’에 빠질 개연성이 높다”며 “국가와 지역사회가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자녀의 인터넷 과몰입, 스마트폰 과다 사용이 걱정 되더라도 강제로 뺏어서는 안 된다. 나무의 한쪽가지가 노랗게 변했다고 잘라내면 잘 자랄 수 있겠는가. 눈앞의 문제를 없애도 뿌리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뿌리를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중독 자가진단 테스트 

1. 스마트폰이 없으면 손이 떨리고 불안하다.
2.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친구를 잃은 느낌이다.
3. 하루에 2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쓴다.
4.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이 30개 이상이고 대부분 사용한다.
5.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간다.
6. 운전 중에도 틈틈이 스마트폰을 검색한다.
7. 스마트폰 글자 쓰는 속도가 남들보다 빠르다.
8. 밥을 먹다가 스마트폰 소리가 들리면 즉시 달려간다.
9. 스마트폰을 보물 1호라고 여긴다.
10. 스마트폰으로 홈쇼핑을 한 적이 2회 이상 있다.

*결과 - 0~3개: 정상 / 4~7개: 중독 초기 증상 / 8~10개: 중독


☞ 본 기사는 <머니S> 제588호(2019년 4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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